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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개암사 화장실의 옥의 티-작은 배려가 아쉽다

개암사 화장실의 옥의 티
- 주차장 화장실로 가는 길의 작은 배려가 아쉽다.


여행 포스팅을 하면서 웬만하면 문제점을 별도로 말하지 않을려고 한다. 가뜩이나 세상이 어지럽고 삶이 팍팍하다 보니 그저 좋은 풍경을 보여줘 일상에 찌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래서이다. 블러그에 나오는 기사만 해도 어지러운데 여행자인 나도 덩달아 문제점만 제기한다면 웹세상이 얼마나 팍팍하겠는가.

잘못된 동선으로 화장실 옆 화단이 길이 되어 허연 맨살을 그러내고 있다.

이번에 개암사를 찾으니 번듯한 주차장과 화장실이 새로 생겼다. 주위 산세와 잘 어울리는 건물과 주차공간이 썩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일주문이 새로 생긴 뒤로도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절집 바로 아래 길가에  주차를 하는 차량들을 이곳으로 유도할 수 있으니 절집가는 길도 호젓하리라. 화장실도 흠잡을 데 없다. 주위의 낮은 산능선을 고려하여 낮고 아담하게 지었다. 지붕에 기와를 씌우고 벽면도 황토벽을 하여 우리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잘 적용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화장실 내부도 깨끗하고 장애인을 위한 보도와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배려하였다.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갈려면 사진처럼 둘러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화장실 앞에 정차를 하는 차량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가운데의 동그라미 부분이 주차장에서 화장실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나 현재는 불법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옥의 티'가 하나 보인다. 주차장에서 내려 화장실로 갈려 하니 길이 없다. 화장실과는 반대편으로 에둘러 가야 화장실로 갈 수 있다. 주차장 끝에서 화장실까지는 불과 2m, 둘러 간다면 50m 정도이다. 문제는 거리가 아니라 동선이다. 화장실과 가까운 길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 잔디가 없는 인도가 되어 버렸다. 허옇게 맨살을 드러낸 화단이 볼썽사납다.


그러다보니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보다는 사진처럼 화장실 앞에 잠시 정차를 하는 차량들이 부지기수다. 일반 사람들이야 인도를 무시하고 화장실로 곧장 가는 길로 가면 되겠지만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둘러가야 한다. 물론 규칙대로 인정된 길만 가라고 하면 어쩔 도리 없지만 동선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예쁜 화장실에 '옥의 티'가 된다.


사진 속의 동그라미 부분에 길을 내어야 한다. 주차장에서 2m에 불과 한데 누가 50여 미터를 둘러 갈 것인가. 길이 아닌데도 지금 길로 이용된다면 아예 길을 내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 방치하기보다는 길을 낸다면 미관상으로도 더 좋을 듯 하다. 이왕이면 장애인도 다닐 수 있도록 해야 겠다.

대개 문화유산 인근의 시설들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화유산의 복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화유산과 동떨어진 건물이라 하더라도 고민과 정성을 쏟지 않으면 이로 인해 전체 이미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곳 화장실이 그러하다. 처음에는 참 예쁘구나 감탄을 하다 잘못된 동선으로 인해 처음부터 기분이 상한다. 게다가 규칙대로 둘러 가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운 길 아닌 길을 선택한다. 규칙을 어긴 이들을 탓하기보다는 애초 동선을 고려하지 못한 설계와 시공에서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전체 미관을 해치지 않는 한, 사람의 동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모든 일에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계획을 입안하여 진행하면 뒤탈이 없는 법이다.


예전에 개암사는 일주문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절집 바로 아래 포장길에 주차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일주문이 생기고 주차장이 있음에도 길가에 주차를 하는 이들이 많다. 기껏해야 주차장에서 절집까지는 200여 미터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심지어 아이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데도 "빠아앙"하며 경적을 울리며 차를 빠르게 몰고 가는 이들이 있다. 심히 한심스럽다. 화장실의 동선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주차장이 있다면 응당 그곳에 주차를 하는 것은 방문객들이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예산이 허용된다면 일주문에서 절집가는 포장길을 다 뜯어내고 절마당으로 이어지는 조붓한 길을 조성하는 것은 어떨까. 냇돌을 깔고 아름드리 소나무 숲속을 방문객들이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든다면 개암사 가는 길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이 될 것이다.

번듯한 주차장이 있는데도 길가에 주차를 해야하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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