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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연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

연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
- 아이에게서 희망을 찾습니다.


어느 해보다 춥게만 느껴지는 연말입니다.
어디를 봐도 유쾌한 이야기보다는 살기 힘들다는 소리만 들립니다.


답답한 가슴을 안고 연말 어린이집 재롱잔치에 갔습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아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행사장은 그야말로 만원이었습니다.


손주가 어디있나 목을 쭉 빼신 채 두리번거리는 할머니도 보이고
아이가 보지 않자 연신 손을 내젓기 시작합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족들로 분위기가 후끈후끈합니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함성 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저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애들 공연이니 뭐 그리 볼 게 있을까 하는
원색적인 회의는 채 십분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습니다.


정말 놀랍더군요.
사물놀이도 거의 프로 수준이고
다양한 악기 연주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딸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 목이 아파."
"왜"
"노래 연습한다고. 하다 보면 정말 목 아프다."
"그래, 하기 싫으면 그럼 하지마."
" 아니, 그래도 재밌다."
 조직적인(?) 교육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 나의 교육관은 한마디로 '방목'입니다.


힘들지만 열심히 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면서 대견스럽더군요.
이제 겨우 다섯살인데.....


세살 때는 공연 중에 울어 버렸지요.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갑작스럽게 많이 몰린 사람들로 인해 아이는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원래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으니 무대 위가 두렵기도 했겠지요.
자신한테도 서러운지 한참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더군요.



아이들의 공연으로 객석은 난리법석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나오면 어김없이 박수와 함성, 난리도 이런 난리는 없을 겁니다.


덩달아 나도 신이나 아이 이름을 한 번 불러 보았습니다.
아이는 긴장을 했는지 표정이 없습니다.
그냥 앞만 바라볼 뿐.....


자세히 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수백명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닙니다.
어른들에게도 버거운 일인데, 아이들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제서야 엄마, 아빠,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자신의 공연히 끝나고 손을 저으며 웃는 아이들도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공연 중간에 '앵콜', '박수'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깜짝쇼에 어른들은 박장대소합니다.


행사의 마지막은 선생님들의 공연입니다.
맵시도 고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고운 마음이 춤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많이 힘든 시대입니다.
잠시나마 아이들로 인해 즐거운 한때 였습니다.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것은 우리 세대의 이익에만 급급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끌 세상,
그 세상이 아름다워야 우리의 삶도 가치있지 않을까요.
당장 눈 앞의 어려움에 급급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터전을 물려 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우리의 희망을 찾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