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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새벽 불국사를 혼자 거닌 적 있나요?

 

 

 

 

새벽 불국사를 혼자 거닌 적 있나요?

 

"오늘 첫 손님입니다."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 며칠 전 눈이 왔을 때 사진작가들이 많이 다녀갔다며 매표소 직원은 첫 방문자를 반겼다.

 

 

아직 잔설이 하얗게 남아 있는 불국사 경내는 내가 알고 있던 그런 불국사가 아니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얼씬한 적도 없고 그저 빈 바람만 간간히 불 뿐이었다.

 

 

아우성치는 사람들에 떼밀려 내 언제 불국사를  찬찬히 본 적이 있었던가. 몇 번 마음을 다진 끝에 오늘 비로소 불국사를 혼자 거닐게 됐다. 그렝이로 쌓아 올린 그 장대한 석축의 아름다움도 오늘에야 제대로 보인다.

 

 

다보탑은 다보 중이고 석가탑은 석가 중이다. 아사녀는 없었다. 2014년 12월 31일이 지나야 볼 수 있을 터...

 

 

사방세계를 지키던 사자는 한 마리만 포효하고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 사이, 삼각의 인간이 팔방으로 돌아간다.

 

 

긴 회랑은 연표를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불국사가 언제쯤 지어졌는지 스스로 말하고 있다.

 

 

평지사찰에만 보이던 회랑이 산지사찰인 불국사에 있다는 건 이 산사가 불교 건축에 있어서 과도기의 중요한 양식이라는 걸 넌지시 말하고 있는 셈이다.

 

 

대개의 사찰이 하나의 부처를 모시는 데 비해 불국사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적광전)이 함께 있다.

 

 

무설전은 절대 가볍지 않다. 32칸에 이르렀다는 육중한 건물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불교의 깊은 뜻과 진리의 본질은 언어로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다는 언어도단의 경지를 이름이다. 
 

 

무설전을 돌아 가파른 관음전 층계를 오른다. 솔바람소리...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솔바람이 뺨을 애무한다. 불경이다. 불경스럽다.

 

 

관음전 담장에 기대어 경내를 내려다본다.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새벽 불국토의 모습이다.

 

 

다보탑이 지붕을 뚫고 살짝 얼굴을 내민다. 다복스럽다.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승탑은 비록 한쪽이 깨어졌을지언정 그 특이한 아름다움에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비로전 뒤뜰에 쌓은 돌탑은 저마다의 부처다.

 

 

빈 터만 있는 법화전을 지나면 극락전이다. 보살님 한 분이 소리 없이 지나간다. 다시 둘이 아닌 하나.

 

 

중생의 고난과 고통을 살피고 구제하는 아미타불을 모셨으니 극락정토가 여긴가 보다.

 

 

층계는 높고 회랑은 깊다.

 

 

극락전 현판 뒤에 숨었다는 복 돼지. 한참을 두고 찾은 건 부와 귀가 아니라 '지혜'였다.

 

 

안양문으로 나와 연화교·칠보교에서 다시 극락전을 돌아본다.

 

 

회랑이 극락전을 둘러싸고 토함산 줄기가 불국사를 품고 있다.

 

 

경사진 비탈에 그대로 쌓은 석축... 불국사를 찾을 때면 난 언제나 이곳에서 넋을 빼곤 한다. 아무리 불국사가 붐비더라도 이곳만은 늘 한적하다.

 

 

1시간 남짓, 다시 석축 앞에 섰다.

 

 

연화교, 칠보교. 안양문, 범영루, 자하문, 백운교, 청운교, 좌경루... 불국사의 아침이 밝아왔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