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려 경주에 도착하였다.
새벽 4시가 넘어서 숙소를 정하고
잠시 잠을 청한 뒤
오어사로 향했다.
오어사 혜공선사와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물고기를 잡아 법력으로 다시 살리는 시합을 하였는데,
한 마리는 죽고 다른 한 마리는 살아나자 서로 자기가 살린 물고기라 주장하여
'나 오(吾), 고기 어(魚)'자를 써서 오어사(吾魚寺)라 하였다고 한다.
오어사는 경주에 가면 거의 매번 들리는 곳이다.
경주에 황룡사지, 감은사지 등의 황량한 폐사지와
불국사와 같은 번잡한 대가람이 있다 할지라도
굳이 오어사를 가는 이유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
호숫가의 고요한 절집을 찾고 싶어서였다.
원효암 가는 길
경주에서 40여 분을 가면 포항의 운제산이다.
산중에 이런 호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넓은 호수가 절마당을 휘감고 있다.
자장암
오어사가 터를 잡은 운제산.
원효대사가 이 산에 자장암과 원효암을 지었는데,
이 두 암자를 오가는 것이 힘들어
구름다리를 지었다 하여
'운제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원효암
오어지吾魚池.
호숫가에 바로 붙어 있는 오어사.
지금은 한창 공사 중으로 어지럽지만
해질 무렵 이곳을 찾으면
오어지의 깊은 호수에
한없이 빠져 든다.
얼마나 더웠으면......
오어사에 도착하니 여름 뙤약볕이 살을 태울 듯 하다.
간신히 나무 그늘을 찾아
더위를 식힌 후 절마당에 들어 섰다.
공사로 어지러운 절집은 곁눈질로만 보고
호숫가로 나왔다.
호숫가 다리를 건너 원효암으로 향했다.
원효암 가는 길은 호수 옆의
낭떠러지 길을 에둘러 가야 한다.
숲길에 들어서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운제산에 올라 오어지와 오어사를 내려 보는 풍경이 좋다고들 한다.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자장암까지 올라
다시 오어사를 거쳐
원효암 가는 길을 택하여도 좋다.
원효암 가는 길도 좋을 뿐더러
가는 길에 올려다 본 벼랑 위 자장암 풍광과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오어사와 오어지는 한 폭의 그림같다.
호숫가의 잠자리
오어사는 불국사의 말사로
'삼국유사'에 절이름이 나올 정도로 유서깊은 사찰이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하였으며
혜공, 원효, 의상, 자장 등의
고승들이 수도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부속암자로는 자장암, 원효암이 있으며
안항사가 바로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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