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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기행

이런 멋진 담장을 내버려둔다고!



이런 멋진 담장을 내버려둔다고!
담장을 보면 문화가 보인다.

함안군 원북마을에는 옛 담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마을 입구부터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백이숙제의 고사를 따서 지은 채미정과 생육신을 배향한 서산서원 그리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계 조려 고택이 있다.

원북마을의 돌과 흙으로 지은 토담집

지금은 많이 쇠락해 예전의 집들이 대개 무너지고 그 터만 남거나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으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마을에는 전통마을이 아니면 요즈음 보기 힘든 여러 형태의 담장과 토담집이 더러 보인다.


그대로 방치된 듯한 담장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곳의 담장은 지역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크게 두 가지 형태의 담장이 보인다. 하나는 담장의 하부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제법 큰 돌을 잘 물리어 지그재그로 쌓은 ‘메쌓기’ 방식으로 쌓았는데 이는 담장의 하부를 탄탄히 함과 동시에 배수를 원활하게 하는 기능도 한다. 그 위로는 하부보다 작은 자연석을 흙과 섞어 쌓았다. 맨 위에 기와를 얹어 담을 마감하였다.

돌로만 쌓은 '강담'

또 하나는 섬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이다. 앞의 담장은 일정 정도 재력이 있는 집안에서 사용되었던 담의 형태라면 ‘강담’은 돌을 흔히 구할 수 있는 지역에서 일반서민들이 애용했던 담장으로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돌담인 강담과 토담집이 이어져 있다.

담장이 생긴 것도 어찌 보면 인간 소유의 역사와 같이한다. 바람도 넘어가고 달빛도 쉬어가던 담이 없던 초기의 집에서,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엮다가 좀 더 튼튼한 흙 담장이나 돌각담으로 집을 둘러쌌을 것이다.

돌담과 토(석)담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자연석만을 이용하던 우리의 옛 담장도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면서 사라져갔다. 바람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흙담의 운치는 없어지고 개성 없는 블록 담장이 유행처럼 퍼지게 되었다. 옛 담장들에는 대개 한쪽에 통로를 두어 수시로 드나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담의 소통’이 사라졌다. 단지 경계에 불과했던 담장이 출입에 엄격성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석)담은 아래는 돌만을 쌓고 위로는 돌과 흙을 섞어서 쌓았다. 맨 위는 기와를 얹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렇게 멋진 담장들이 남아있는 곳이 별로 없거든요. 정비를 해서 하루 빨리 문화재로 등록해서 보존을 해야겠습니다. 천령님이 함안군에 한 번 제안해 보세요.” 같이 동행했던 하 선생님이 말했다.


2006년부터 문화재청에서 ‘묵은 동네 돌담길’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을 하고 있다. 옛 담장이 등록문화재인 곳은 경남에는 거창 황산마을, 산청 단계마을, 산청 남사마을, 경북에는 성주 한개마을, 대구에는 옻골마을, 전남에는 강진 병영마을, 담양 창평 삼지천마을, 완도군 청산도 상서마을, 흑산도 사리마을, 신안 비금도, 영암 죽정마을, 전북에는 무주 지전마을, 익산 함라마을, 충남에는 부여 반교마을 등이 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옛날에 쌓았던 자연스런 개울 축대와 최근에 쌓은 개성 없는 축대를 비교할 수 있다.

우리의 옛 담장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돌과 흙을 사용하였다. 그 지역 고유의 아름다움과 푸근함이 묻어있는 골목길은 주변 풍광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또 하나의 미적 공간을 연출한다. 또한 담장은 마을의 역사를 증언한다. 이런 고유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여 관광자원화 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곳 원북마을의 담장은 잘 정비를 하면 충분히 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다. 특히 어계 선생 관련 유적과 고택 등 문화재가 많이 있으니 마을 전체를 전통마을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함안군과 경남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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