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독도 대신 그림 같은 도동항 풍경을 보다. 독도전망대

 

새벽 독도 대신 그림 같은 도동항 풍경을 보다. 독도전망대

새벽 다섯 시. 아침잠이 많은 여행자가 일어났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일출을 본 건 손꼽을 정도다. 여수 향일암과 속초 영랑호에서 본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전날 하루 종일 걷고 초저녁에 쓰러져 잠든 것이 일찍 일어난 이유라면 이유였다. 대충 씻고 독도전망대로 향했다.

 

처음에는 내수전일출전망대나 저동항 촛대바위, 도동행남등대로 가서 일출을 볼 계획이었으나 며칠 전 다녀온 독도를 멀리서도 볼 겸 독도전망대로 향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것은 여행자의 큰 착오였다.

 

도동항 골목길을 걸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약수터로 향했다. 약수터에는 향토사료관과 독도박물관이 있었다. 케이블카는 아직 운행을 하지 않았다. 약수터로 먼저 갔다. 녹슨 쇳물이 콸콸 솟아나오는 듯한 도동약수의 맛은 오묘했다. 마치 단맛이 빠진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강원도의 약수맛과 엇비슷했다.

 독도박물관과 케이블카승강장(오른쪽 아래)

인기척이 나서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더니 관리인이 이 새벽에 웬 손님인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느냐고 했더니 일곱 시가 지나야 된다고 했다. 아뿔싸.

 

“관광안내도에는 여섯 시부터 운행한다고 나와 있던데요?”

“아, 수정을 안 한 모양이군요. 예전에는 여섯 시부터 운행을 했는데 워낙 이른 시간이라 찾는 관광객들이 없더군요. 그래서 운영의 어려움을 들어 저희가 군청에 이야기해서 운행 시간을 한 시간 늦추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시죠. 행여 다른 손님들이라도 있으면 운행할 수 있으니까요.”

불행히도 다른 손님은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독도박물관과 향토사료관에서 시간을 때웠다. 아침 일찍 문을 연 이곳에서 본의 아니게 울릉도와 독도를 열심히 공부했다. 일곱 시를 넘겨도 손님은 없었다. 일출은 포기한지 오래고 전망대라도 오르고 싶었다.

 도동행남등대

이윽고 케이블카 시험운행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에 표를 끊고 케이블카에 올랐다. 손님은 단 한 명, 여행자뿐이었다. 비가 오려는지 바람마저 불었다. 홀로 탄 케이블카는 무서웠다. 전망대에 내리니 관리인이 말했다.

“내려오실 때도 혼자시면 저기 인터폰으로 호출해 주세요. 바로 나올 테니까요.”

 행남해안산책로

전망대에 있는 휴게소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독도가 보이지 않네요?” 망원경으로 독도 방면을 살피던 여행자가 물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밤에 이곳에 오면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도 장관이지요.”

도동항 전경

 

망향봉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도동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깎아지른 산들이 둘러싼 분지에 자리를 튼 도동항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멀리 내수전전망대와 도동행남등대도 보였다.

 내수전일출전망대 방면

나무데크가 설치된 숲길을 따라 아래쪽 정자로 향했다. 이른 아침 숲길을 홀로 걸으니 마음마저 고요해진다. 간간이 쏴하며 바람소리를 내는 솔숲 사이로 파도가 밀려왔다.

 사동해안

바닷가 벼랑 위 전망대에는 바람이 몹시 심했다. 정자 아래 바위에 잠시 몸을 웅크려 바람을 피했다. 배 한 척이 아침바다를 가르며 다가왔다. 해는 이미 구름에 가려버렸고 배는 미끄러지듯 조용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휴게소로 다시 올라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푸르다 못해 검은 울릉도의 아침바다는 말이 없었다.

 

☞ 여행팁 독도전망대 케이블카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행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동이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054-791-6420) 요금은 어른 7500원, 청소년․군인 5500원, 어린이 3500원이다. 케이블카 승강장 주위에는 독도박물관, 도동약수공원, 향토사료관 등이 있으니 함께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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