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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석가탄신일 앞두고 땀 흘리는 스님들



 

석가탄신일 앞두고 땀 흘리는 스님들


산 높고 물 깊은 사담계곡에서 한적한 산길을 택하면 공림사다. 기암이 절경을 이룬 낙영산 아래에 있는 공림사는 신라의 경문왕이 고승 자정선사를 국사에 봉하고 입궐하기를 청했으나 사양하자 그 인물됨에 감동하여 사원을 창건하였다고 한다. 

 

공림사 경내는 대부분의 전각들이 최근에 지어져 옛 맛은 없다. 다만 절을 둘러싼 낙영산의 기암절벽과 수십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어 이곳이 유서 깊은 곳임을 말해줄 뿐이다. 특히 수령 천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공림사뿐만 아니라 괴산의 역사를 말해 주는 귀중한 자산이다.

 

경내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대웅전 앞마당의 연등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초파일 준비로 절집은 부산스러웠다. 다만 이곳에서 본 특이(?)한 장면은 스님들이 연등을 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찰에서도 해마다 이때가 되면 연등을 다느라 분주하지만 스님들이 직접 소매를 걷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광경은 생소하다. 대개 큰절의 궂은일은 보살이나 불목하니들이 도맡아 한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여서 그런지 스님들은 하나같이 침묵을 지킨 채 묵묵히 일만 하였다.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에 연신 땀을 훔치며 연등을 다느라 안간힘을 쓴다.

 

연등을 매단 무거운 줄을 힘을 합쳐 영차영차 당긴다. 한 스님은 줄을 매달 기둥의 위치를 가늠해 보고, 또 다른 스님은 기둥에 줄을 묶기 시작한다. 노동에 대한 오랜 협동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가벼운 눈짓만으로 일을 능숙하게 처리한다.

 

이 모든 것도 하나의 수행이리라.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한때 노동계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이 말의 유래는 오래되었다. 성경에도 나오는 이 말은 중국 당나라 때의 유명한 선승 백장 회해 선사가 한 말입니다. 회해선사가 나이가 들어서도 쉼 없이 일을 하자, 이를 안타까이 여긴 제자들이 삽과 괭이를 숨겼다. 이에 선사는 식사를 거부하며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는 말을 남겼다. 수많은 설법보다 스님들의 굵은 땀 한 방울이 석가탄신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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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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