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나만의 특별한 지리산 가을 여행지 15곳

 

만의 특별한 지리산 가을 여행지 15곳


 가을. 누구나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지리산 둘레길을 가도 좋고, 깊숙한 암자를 찾아 사색에 잠기어도 좋다. 지리산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을 보아도 그만이고 옛 돌담길을 거닐어도 좋다. 장엄한 노고운해를 보아도 좋고 시린 강물에 발을 담구어도 좋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넘어도 좋고 들판 구석에 서있는 돌장승을 하염없이 바라봐도 좋다. 폭포수의 스산함을 들어도 좋고 아름다운 부도를 보아도 그만이다. 황금빛을 토해내는 정겨운 다랭이논도 수고스럽고 오래된 소나무도 좋다. 다만 지리산은 말이 없을 뿐이다.


1. 옛 돌담길이 정겨운 남사 예담촌


 단성 나들목을 벗어나 중산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오래된 한옥들이 즐비한 곳이 남사마을이다. 예전에는 지리산의 산마을로 인식되었을 남사마을의 돌담길은 거닐기에 좋다. 특히 이씨고가 초입의 회화나무 두 그루는 퍽이나 인상적이다. 능소화가 선비화라면 회화나무는 선비수로 불린다.


2. 임천강따라 지리산 산간마을 드라이브

 생초 나들목을 빠져 나와 유림을 거쳐 마천면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임천강을 따라 가는 아름다운 길이 나온다. 임천강에는 꺽지 등 강 낚시를 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지리산 북쪽의 산간마을을 지나는 이 길은 용유담 등 지리산의 멋진 강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3. 지리산 최고의 산책길 '연기암 가는 길'

 지리산에서 힘들이지 않고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여행자는 망설임없이 '연기암 가는 길'을 소개한다. 화엄사에서 오른쪽 길로 곧장 올라가면 울창한 숲에 뒤덮인 연기암 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화엄사 암자 순례길로 수많은 산내 암자를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흙길이 아닌 것이 유감이지만 깊고 조용한 숲길이 이를 보상해준다.


4. 아주 특별한 모과나무 기둥이 있는 '구층암'

 화엄사를 찾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구층암을 아는 이는 드물다. 화엄사 오른쪽 담장을 따라가면 이내 구층암에 이른다. 화엄사의 산내암자인 구층암은 모과나무를 조금도 다듬지 않은 기둥으로 유명하다. 산 모과나무를 생긴 그대로 세운 목수의 안목과 정성이 놀랍다. 승방의 구조도 특이하다. 남북 양면에 문이  달려 있고 각기 독립된 마당이 있어 남쪽에서 보면 남향집이고 북쪽에서 보면 북향집이다.

칠암자 순례길의 '문수암'

5. '칠암자 순례길' 산행

지리산은 그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암자가 있다. 그중 '칠암자 순례길'로 불리는 이 길은 산행을 하기에도 좋은 길이다. 정복 위주의 등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며 오를 수 있는 순례길이다. 도솔암에서 해발 920m인 영원사,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를 거쳐 도마마을로 하산하여 다시 약수암, 실상사까지 이르는 길이다. 하루에 일곱 개의 암자를 모두 오르기는 벅차니 체력에 따른 안배가 필요하다. 


6. 둘레길에서 만나는 '용유담'

 지리산 둘레길은 제주도 올레와 궤를 같이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여행자는 최근 정해진 둘레길의 코스를 따라 걸어본 적은 없다. 언젠가는 걸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수없이 걸었던 길을 정해진 루트를 따라 걷는 것도 겸연쩍은 일이다. 그래도 발에 감기는 길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둘레길이 좋으리라.

금대암에서 본 지리능선. 천왕봉, 제석봉, 세석고원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7. 지리산 관망 제일 포인트, '금대암'

 금대암은 신라 태종 무열왕 3년에 행호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금대사라고도 한다. 지리산의 주봉들이 부처를 모시 듯 금대암을 둥글게 에둘러 싸고 있다. 금대암(金臺庵)의 금(金)은 부처를 모신 곳을 금당이라 하듯 '부처'를 의미하고 금대(金臺)라 함은 '부처를 모신 평평한 터'로 이해하면 되겠다. 실제로 금대암이 위치하고 있는 이 터는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세석고원 등 지리산을 멀리서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다.


8.
장엄한 노고단 구름바다, '노고운해'

 설악의 운해도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노고운해'가 으뜸이다. 흔히 설악을 여성에, 지리를 남성에 비유한다. 화려한 아름다움을 가진 설악에 비해 지리산은 우직한 장엄함이 있다. 노고운해는 가히 천하제일이다.

안경 쓴 서천리 돌장승 진서대장군 부라린 눈으로 인해 마치 안경을 쓰고 있는 듯 하다. 성질이 여간 아닌지 목에 깁스를 하고 있다. '남원군지'에는 진서대장군이 여자로 부부싸움 중에 얻어 맞아 목이 부러졌다고도 한다.

9. 지리산 돌장승 기행

어느 해 겨울 지리산 뒷자락을 밟으며 돌장승을 찾아나선 적이 있었다. 제주도 돌하르방을 닮은 호기리 돌장승에서 시작한 장승 기행은 운봉에서 절정을 이루어 권포리, 서천리, 북천리, 유곡리 닭실마을, 의지리를 거쳐 실상사에서 끝이 났다.

국사암 가는 길은 짧지만 단풍이 들면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불일폭포 가는 길의 쌍계사 부도밭에 단풍이 물들었다.


10. 폭포수 따라간 지리산의 유토피아, 불일폭포


 불일폭포 가는 길에 있는 불일암은 보조국사의 시호를 딴 이름이다. 혹은 불교에서 부처님을 가리키는 '불일(佛日)'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라의 원효, 의상이 도를 닦고 고려 보조국사가 머문 암자이다. 1980년대 초 화재로 소실된 후 최근에 다시 지어졌다. 폭포소리를 늘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암자가 아닌가 싶다. 불일암을 지나면 설악산 대승폭포 다음으로 큰 높이인 58미터의 불일폭포가 지척에 있다. 가을에는 수량이 적어 아쉬움이 든다.


11. 자연과 인간이 만든 걸작, '마천면 도마마을 다랭이논'

 지리산 일대는 다랭이논이 많지만 그중 도마마을의 그것을 으뜸으로 친다. 해마다 누런 벼가 익을 무렵 전국의 사진가들이 이곳을 찍으러 몰려 든다. 금대암가는 길에 있는 다랭이논은 인간이 자연을 빌어 만든 걸작품이다.


12. 멋스런 부도를 찾아 떠난 여행 '연곡사'

 연곡사에는 '부도 중의 부도'라고 할 만큼 화려하고 단아한 동부도를 비롯하여 북부도, 서부도 등 국보, 보물급 부도와 부도비가 즐비하다. 최근에 전각들이 새로 생겨 예전의 폐사지같은 고요함은 느낄 수 없으나 부도만을 보아도 흐뭇한 곳이다.


13.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 '지안재'

 마천면에서 함양방면으로 왼쪽 길을 잡으면 오도재이다. 오도재를 넘으면 지리산 제일관문이 나오고 그 아래 고갯길이 지안재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곡선미를 자랑한다. 구불구불 굽잇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동차 불빛 궤적을 찍기 위해 전국의 사진가들이 밤에 이곳을 찾는다.


14. 지리산의 하늘정원, 서암정사

 서암정사는 인근 벽송사의 주지였던 원응 스님이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1989년부터 조성했다고 한다. 이 산중의 정원은 기존의 절에 대한 생각을 일시에 바꾸어 버린다.  최근에 지어진 절이지만 지리산 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절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벽송사가는 길목에 있으며, 갓난아이도 함께 가기 좋을 정도로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절집이 있다.

미인송과 도인송

15. 변강쇠와 웅녀의 전설, 벽송사

지리산 칠선계곡은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이 곳 계곡의 아름다움은 지리산에서도 으뜸이다. 일곱 개의 폭포가 연달아 있는 이 계곡은 가을 단풍이 들면 가히 선경이다. 이 빼어난 산속의 제법 넓직한 터에 벽송사가 있다. 벽송사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등 108명의 유명한 스님들을 배출한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로 불린다. 벽송사 일대는 판소리 여섯마당 중 외설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루지기타령 '변강쇠가'의 무대이다.


※ 번외-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 '비전마을'

 고려 말 이성계가 황산벌에서 왜구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세운 황산대첩비가 있어 마을 이름을 '비전'이라 하였다. 진도의 '운림산방'이 우리나라 남종화의 산실이라면 이곳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탯자리인 셈이다. 가歌王 이라 불리던 송흥록을 비롯하여 그의 동생 송광록이 이 마을 출신이다. 또한 판소리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온 구례에서 태어난 송만갑은 송광록의 손자이다. 아버지 손우룡을 포함해서 소리에 과연 '송문일가'를 이루었다. 판소리의 여류 명창인 박초월도 이곳에서 태어나서 12세에 김정문에게 흥부가를, 송만갑에게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를 전수 받았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