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의 아쉬움, 수승대와 구연서원
관수루는 구연서원의 문루로 대문 겸 누각이다.
예부터 '안의삼동'이라 불리며 무주 구천동 못지 않게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있다. 농월정이 있는 화림동, 용추폭포로 유명한 심진동, 수승대로 이름난 원학동이 그것이다.
그 옛날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고 하는 이 지역은 한때 백제의 국력이 기울어 신라로 갔던 사신들이 아예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자 이곳에서 사신들을 위로하는 잔치를 열고 근심으로 사신을 떠나 보내었다 하여 수송대愁送臺라 불렀다 한다.
그후 안의삼동 유람차 왔던 퇴계 이황이 인근 영송마을까지 왔으나 급한 왕명으로 이곳을 찾지 못하고 요수 신권선생에게 서찰을 보내 아쉬움을 대신하였다. 퇴계선생이 서신으로 대명을 수승대로 고칠 것을 권유하자 요수선생이 그 이름을 감사히 받아 이곳을 '수승대'라 하였다.
'수승搜勝'이라 대 이름 새로 바꾸니
봄 맞은 경치는 더욱 좋으리라.
먼 숲 꽃망울은 터져 오르는데
그늘진 골짜기엔 봄눈이 희끗희끗.
좋은 경치 좋은 사람 찾지를 못해
가슴속에 회포만 쌓이는구려.
뒷날 한 동이 술을 안고 가
큰 붓 잡아 구름 벼랑에 시를 쓰리라.
--------- 퇴계 이황
수승대의 거북바위(암구대)를 마주보고 구연서원이 있다.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선생이 은거하면서 세운 서원이다. 요수 선생은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거북 모양의 바위를 '암구대'라 이름짓고 경내를 '구연동'이라 불렀다.
구연서원의 문루인 '관수루'가 걸작이다. 거대한 바위 위에 천연덕스럽게 덤벙주초를 놓고 그 위에 제멋대로 휘어진 기둥을 세웠다. 듬직한 바위와 천연덕스러운 기둥이 자연스레 어울린다.
관수루는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빠질 수 없는 관아재 조영석이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인 1740년에 지은 누각이다. 관수觀水란 '물을 보는데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의 흐름을 봐야 한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다음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맹자」에 나온 말을 인용하였다. 학문을 하는 이도 이와 같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름 지은 것이다.
강 언덕에 가득한 꽃 술동이에 가득한 술
소맷자락 이어질 듯 흥에 취한 사람들
저무는 봄빛 밟고 자네 떠난다니
가는 봄의 아쉬움, 그대 보내는 시름에 비길까
갈천 임훈(1500~1584)
관수루 아래 기둥은 제멋대로 생긴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지루한 봄날, 옛 선비의 풍류따라 이곳 수승대의 구연서원을 찾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옛 선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서원마당을 거닐고 구연에 발을 담근 채 탁족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리라.
요수정 요수 신권 선생이 수승대 언덕에 지은 정자로 1805년에 다시 지었다. 수승대 일대가 한 눈에 보이는 요수정은 거북바위(암구대) 맞은 편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거북바위(암구대) 옛날 장마가 심하던 날 윗마을인 북상의 거북이가 떠내려오자 이곳의 거북이가 싸워 이기었다. 떠내려온 거북이가 죽어 지금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동계고택 사랑채 북방식의 두줄박이 겹집양식과 남방식의 높은 툇마루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하늘과 맞닿은 용마루 아래에는 눈썹기와가 달려 있고 내루에는 처마를 덧댄 눈썹지붕이 있다. 수승대가는 길에 꼭 들릴만하다.
수승대와 구연서원은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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