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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기행

감탄에 또 감탄, 입이 떡 벌어지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감탄에 또 감탄, 절로 입이 떡 벌어지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대만 여행 첫날, 충렬사에 갔다가 곧장 고궁박물원으로 갔다. 고궁박물원은 대만여행에서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였다. 세계 4대 박물관이라는 수식이 아니더라도 고궁박물원의 유명세는 일러서 무엇 할까.

 


"천하위공天下爲公" 석조 패방에 걸린 쑨원(손문)의 글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글씨에는 공산당이든, 국민당이든 모든 중국인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쑨원의 원대한 기상이 서려 있는 듯했다.



천하가 한 집의 사사로운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걸 천명한 그의 신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예기에 나오는 이 말은 하늘 아래 모든 것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공평하다는 쑨원의 신념이 되어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이듬해에 중화민국을 건립하게 된다.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언덕 높직이 앉은 고궁박물원은 얼핏 봐도 참 좋은 곳에 자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경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자금성의 한 단면을 보는 것처럼 건물은 웅장하고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박물원 좌우계단의 중앙에는 중화민국 81년(1992년) 8월 기일에 세웠다는 거대한 솥(주정)이 있다.


 


 

박물원 입구부터 넘치던 인파는 안으로 들어서자 북새통이었다. 다행히 안내원이 있어 질서정연하게 관람을 기다릴 수 있었다. 먼저 안내멘트가 나올 헤드폰을 빌린다.


 


 

어마어마한 수의 헤드폰이 곳곳에 걸려 있다. 매표소 안에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역시 관람에 쓰이는 헤드폰 등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이가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1965년에 세워진 이 고궁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유물의 대부분이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75만 점에 달하는 엄청난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영구 전시되는 일부 인기품을 제외하고 3~6개월마다 바뀌어 전시하고 있단다. 평생을 봐도 이곳의 유물을 다 볼 수 있을까.

 

 

박물원 안에는 사진촬영을 할 수가 없단다. 카메라를 기물처(체크룸)에 맡기고 영수증을 챙긴 후 본격 관람을 했다.

 

 

‘꽃보다 할배’에서 꽃할배들이 감탄을 연발했던 육형석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다행히 잠시 기다린 후에 관람을 할 수 있었다.(아래 이미지 출처: 구글)

 

 

 

‘육형석’은 동파육을 닮은 ‘교조’라는 옥 재료라 한다. 동파육을 닮은 이 육형석은 원래의 생김새에 털구멍을 만들고 색을 입혀 더욱 실감나게 했다.

 

 

 

 

마치 배추같이 생긴 ‘취옥백채’는 옥 조각으로 청나라 말기 광서제의 서비가 혼수로 가져온 예물이란다. 배추 잎 위에 앉은 메뚜기 조각을 보면 그 섬세함에 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조감람핵주’는 높이가 1.6센티미터, 길이가 3.4센티미터의 아주 작은 배인데, 놀라운 것은 올리브 씨앗 하나로 만든 조각품이라는 것이다. 이 작은 배 안에는 모두 8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데 각기 그 표정이 살아 있다. 뿐만 아니라 문도 여닫을 수 있을 정도로 내부시설까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배 밑에는 소동파의 적벽가 전문 357자가 촘촘히 조각되어 있어 놀라울 뿐이다.

 

 

 

‘상아투화운룡문투구’는 청나라 건륭제 때 만들어진 일종의 노리개다. 코끼리 상아를 둥글게 잘라 만든 공 모양의 이 조각품은 3대에 걸쳐 만들어졌다 한다. 신기한 건 공 속에 공이 17개나 있고, 바깥에서부터 공 하나를 만들고 그 안에 다시 공을 만드는 식으로 계속 깎았다는 것. 공들은 따로 떨어져 있어 회전이 가능하며 둥근 구멍까지 모두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박물원 로비 끝에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판매점이 있었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려 유물도록을 찾았으나 딱히 만족스러운 것이 없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오던 중 문득 올려본 천장의 서까래가 눈길을 끌었다.

 

 

비가 내렸다. 하루에도 몇 번 바뀐다는 대만의 변덕스런 날씨. 우산이 없었지만 옷을 겨우 적실 정도로 촉촉하게 내리는 보슬비라 걷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난 짧은 숲길을 걸었다.

 

 

국립고궁박물원은 타이베이 시 쓰린 구의 와이솽시(외쌍계)에 자리하고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전 세계 중화문물의 보고라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는 박물관이다. 1965년 11월 12일 손문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일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1925년 10월 10일 개관한 베이징 고궁박물원을 모체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