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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기행

큰 부자 3명이 난다는 솥바위의 전설, 조홍제 생가

 

 

 

큰 부자 3명이 난다는 솥바위의 전설, 조홍제 생가

-함안군 군북면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 생가와 군북3.1운동기념탑

 

 

오일장이 열리는 면 소재지로 가려는데 오른쪽 들판 너머로 고래 등 같은 기와집 몇 채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려다 마을 곳곳에서 예스러운 재실과 토담들이 더러 보여 예사 동네는 아니겠다 싶어 기와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싶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효성그룹의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의 생가가 이곳 일대에 있는 걸로 나왔다. 논 한가운데에 있는 기와집은 뒤쪽으로는 탱자 울타리를 둘렀고 앞쪽으로는 토석담을 높이 쌓았다. 다행인지 탱자 울타리 한쪽이 뚫려 있어 드나들 수 있었다. 조홍제 생가였다. 함안의 대지주였던 집답게 규모가 상당했다.

 

 

 

 

생가 마당에 들어서니 문득 이 지역에서 전해오는 오랜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인근의 의령 정암진에 가면 남강변의 강물에 둥실 떠 있는 ‘솥바위(정암)’가 있다. 솥 모양의 바위 물 밑으론 솥 다리처럼 세 개의 발이 받치고 있는데 그 발이 가리키는 쪽 ‘주변 20리 내에서 큰 부자 3명이 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조선말 어느 도인이 솥바위에 앉아 예언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대표 재벌 창업주 3명이 솥바위 인근에서 태어났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다.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 있는 이병철 생가는 솥바위로부터 8km 북쪽에,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구인회 생가는 7㎞ 남쪽에,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있는 조홍제 생가는 5㎞ 동남쪽에 있어 예언처럼 솥바위에서 반경 20리 내에 모두 위치하고 있다. 예언이 현실로 된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솥바위를 풍수지리에서 별자리로 보는데, 삼성(三星), 금성(金星·LG, GS그룹의 옛 이름), 효성(曉星) 등 이들이 세운 기업 이름에 모두 별(星)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가는 지금 재실로 쓰이는 듯 사람의 온기라곤 느낄 수 없이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한 번 휑하니 둘러보고 걸음을 옮겼다. 마을에선 효성그룹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마을 회관에는 효성 창원공장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는 표지석이 있었다.

 

 

 

 

신창마을과 잇닿아 있는 덕촌마을을 지나는데 비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비의 내용인즉 채산 조용균이라는 사람이 1935년 심한 가뭄으로 소작인과 이웃들이 보릿고개에 허덕일 때 곳간을 헐어 도움을 주었는데 이로 인해 다른 지주들의 모진 미움도 받았다고 한다. 이듬해 시월에 소작인들이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어 어려운 형편임에도 뜻을 모아 구휼의 사실을 오래 기리도록 비를 세웠다는 것이었다. 지주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비석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

 

 

 

신창마을은 시골마을치곤 제법 번화했던 모양이다. 도로 양쪽으로 길게 죽 늘어선 집들, 옛 이발소 흔적, 담벼락에 써진 새마을 운동 문구, 담뱃가게의 흔적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1029번 지방도를 따라 면 소재지에 들어섰다. 오일장은 나중에 구경하기로 하고 3.1운동 기념탑 가는 길을 물었다. 옛 철길을 지나 삼거리에서 오른쪽 냇가로 가니 왼편으로 야트막한 야산이 나왔고 그 아래로 절집 두어 군데가 보이더니 그 사이로 기념탑이 솟아 있었다.

 

 

군북 3.1운동은 1919년 3월 5일 유림을 중심으로 군북 독립만세 시위 계획을 세웠고 3월 10일 서산서당에서 주동자들이 모여 군북 장날인 3월 20일(음력 2월 19일)에 총궐기하기로 했다.

 

3월 20일 오전 9시경 학생 50여 명이 신창야학에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장터로 향했다. 오후 1시에 군북 시냇가에 5000여 명이 모여 독립선언식을 한 후 군북왜경주재소를 포위하자 군인과 경찰이 발포해 애국지사 22명이 현장에서 순절했고 18명의 지사가 크게 부상당했으며 일본 군경 13명이 사상했을 정도로 치열했다.

 

 

3.1운동 당시 이곳 애국지사의 사상자 수는 평남 맹산, 경기 제암, 평북 정주, 평남 선천에 이어 전국에서 다섯 번째였으며 삼남지방에서 제일 많았다. 그만큼 군북 3.1운동은 전국에서 손꼽을 수 있는 항일시위였다. 이를 기념하여 2004년에 군북3.1독립운동기념탑이 건립됐다. 매년 3월 20일이면 군북에서는 군북중학교에서 3·1 독립운동기념탑까지 시가행진을 하면서 그날이 의거를 재현하고 있다.

 

 

원효암에서 군북역으로 걸어오던 중 동촌리 서촌마을에서 만난 당산나무인 시무나무, 수령 600년이 넘은 나무로 20리마다 심었다 하여 ‘스무나무’라 하였는데 시무나무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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