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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기행

봉하마을 특별전시 '노무현을 쓰다'

 

 

 

 

가슴 먹먹한 ‘노무현을 쓰다’

- 이야기가 있는 대통령의 길, 함께 걸어요 -

 

고 노무현 대통령 4주기인 5월 23일을 앞두고 봉하마을에선 서서히 추모열기가 더해가고 있었다.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 앨범도 나왔고 추모의 집에선 추모특별전시 ‘노무현을 쓰다’도 열리고 있었다. 유시민, 명계남, 이광재 등의 사인회도 지난 주말에 행해졌고 추도식은 5월 23일 14시 30분에 묘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노무현 생가

 

오후 한 시를 넘기자 햇살은 뜨거워진다. 생가에 잠시 들렀다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특별전 ‘노무현을 쓰다’가 열리는 추모의 집에 들어섰다.

 

▲ 사람사는세상

 

입구 마당에 세운 패널에 바보 노무현의 지난 삶들이 오롯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서른쯤 되었을까. 아가씨 한 명이 훌쩍거린다.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 돼 있었다. 젠장, 햇살이 너무 따가웠나.

 

▲ 추모의 집

 

임옥상이 만든 ‘대지의 아들 노무현’이 전시장 입구를 강렬하게 붙들고 있다.

 

▲ 추모의 집 입구 임옥상이 만든 '대지의 아들 노무현'

 

 

신영복, 이철수, 명계남 등 노무현을 추모하며 쓴 글씨들이 전시장 가운데를 가득 메우고 그 끝으로 노란 리본으로 촘촘히 조각 모은 바보 노무현의 얼굴이 있다.

 

▲ 추모의 집 내부 '노무현을 쓰다' 특별 전시

 

▲ 추모의 집 특별 전시 '노무현을 쓰다'.  신영복, 이철수 등의 유명 작가들이 노무현 어록을 써 전시하고 있다.

 

 

한쪽 벽에는 그가 탔던 잔디 썰매, 자전거, 옷가지들, 친필 메모 등이 있어 한동안 발길을 붙든다.

 

▲ 추모의 집에 전시된 생전에 사용했던 물품들

 

 

생전에 그가 사랑채에 걸어두고 감상할 만큼 좋아했다는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가 출입문에 꼭 달라붙어 있다.

 

 

 

 

박석을 깐 묘역은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한낮인데도 묘역에는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다.

 

▲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인 노 대통령 묘역의 박석

 

 

스님 두 분이 앞장서고 뒤이어 아빠와 어린아이가 뒤따른다.

 

▲ 노 대통령 묘역

 

 

 

▲ 노 대통령 묘역에서 본 부엉이바위(좌)와 사자바위(우).

 

 

할머니들이 우르르 단체로 몰려오는가 싶더니 몇몇 분이 묘지 앞 방명록에 서툰 글씨로 몇 자 적는다.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대통령,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 묘역 앞 방명록에 적은 할머니들의 서툴지만 진정성이 담긴 글.

 

 

 

봉화산을 올랐다. 부엉이바위를 숙연하게 바라보며 오르는 길, 제일 먼저 마애불에 이른다.

 

▲ 봉화산마애불

 

 

봉화산은 해발 150m 정도의 낮은 산이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는 호미든관음보살상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봉화산에 올라가보지 않고는 봉하마을 방문은 헛일입니다”고 했다.

 

▲ 부엉이바위

 

▲ 부엉이바위

 

부엉이바위는 철책으로 온통 둘러쳐 있었다. 땀이 길게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정토원에서 참배를 하고 사자바위에 올랐다. 발 아래로 고인의 묘역과 사저, 생가가 보인다. ‘사람사는세상’이라 부르던 생태연못도 보인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 했던가’. 쨍하는 햇빛에 순간 어지럽다. 현기증이 난다.

 

 

 

봉화산 구석구석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김수로왕의 다섯째 아들이 지었다는 자은암이란 암자 터와 수리부엉이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부엉이바위, 누워 있는 마애불, 봉하들판과 화포천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자바위, 봉화를 올렸던 봉수대, 대통령의 49재를 지내고 위패를 모신 정토원. 이 작은 산에 이처럼 옹골찬 것들이 들어서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원래는 서 있다 언제부턴가 누워버린 봉화산마애불(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0호)은 운주사의 와불이 일어난다면 언젠가 다시 일어날 것이다.

 

▲ 정토원

 

고인이 부엉이바위에 몸을 던지기 전 언론사 기자들이 진을 치고 감시하던 곳, 사자바위. 기자들이 사저 취재를 위해 상주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망원 렌즈 등을 통해 고인과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촬영했던 그들이 끝내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다. 왜 150m밖에 되지 않는 봉화산을 일러 노 대통령이 ‘낮지만 높은 산’이라고 했는지 그들은 끝내 알지 못했으리라.

 

▲ 사자바위에서 내려다본 노 대통령 묘역(아래)과 추모의 집(좌), 사저(우)

 

 

노 대통령 묘역(아래)과 추모의 집(좌), 사저(우)

 

▲ 사자바위에서 내려다본 봉하들판, 노 대통령 묘역(아래)과 추모의 집(좌), 사저(우)

 

▲ 사자바위에서 내려다본 봉하들판과 화포펀(왼쪽 위)

 

 

봉화산은 야트막한 산임에도 산세가 다양하여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 아래로 손바닥만 한 봉하마을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화포천 둑길이 장난감 기찻길처럼 내려다보인다. 가운데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볼 때마다 손을 뻗어 잡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고인의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은 오늘도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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