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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박물관

주남저수지 옆 시간여행, '그때 그 시절에'

 

 

 

 

주남저수지 옆 시간여행, '그때 그 시절에'

- 창원향토자료전시관 ‘그때 그 시절에’

 

주남저수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작은 다리 하나가 있다. 주남저수지 수문에서 동판저수지로 이어지는 물길에 놓인 다리다. 이 다리를 건너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잠시 가면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이 있다. 승용차로 가면 곧장 람사르문화관이나 생태학습관으로 가게 마련이어서 이곳을 쉽게 놓치곤 한다.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자리한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은 2층 건물이다. 입구부터 옛 추억 물씬 풍기는 자료관에 들어서자마자 색소폰 소리가 들려온다.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어주고파”

 

 

나른한 햇살을 뚫고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가 전시관 안을 울린다.

 

 

이곳을 찾은 몇몇 사람들도 색소폰 연주에 맞춰 나지막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느새 추억의 공간은 작은 음악회가 되었다.

 

 

턱을 괸 채 한참이나 음악에 빠져 있다 문득 아래를 보았다. 손가락을 끼워 번호를 돌렸던 검은 다이얼 전화기, 큼지막해서 무전기로도 '벽돌'로도 불렸던 초창기 휴대전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삐삐... 벌써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 추억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춘기 시절 한번쯤 탐독했을 "선데이 서울'도 보이고 LP판의 추억도 새록새록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국정 교과서는 언제 적인지 벌써 낯설고 교복과 가방은 여행자의 추억보다 더 멀리 가 있는 듯하다. '보존도 발전만큼 중요합니다'는 7,80년대식의 촌스러운 문구가 퍽이나 잘 어울린다.

 

 

십 원짜리, 백 원짜리 지폐도 있었다는 사실에 잠시 놀라고,셔터 소리가 매력적인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손가락에 제법 힘이 들어가야 했던 아날로그 카세트와 전축들을 지그시 눌려본다. 모두 아련한 추억이다.

 

 

더 앞선 시대의 인두나 호롱불 따위도 더러 보이고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사용했던 풍구도 눈에 띈다.

 

 

요즘처럼 사진으로 찍지 않고 다소 과장되게 그린 극장 포스터는 추억 저편에 숨겨둔 이야기보따리를 우리 앞에 하나하나 풀어 놓는다.

 

 

전시관을 쭉 돌고 나면 누구든 '그때 그 시절에는...'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듯하다.

 

 

 

300㎡의 아담한 공간에 마련된 ‘그때 그 시절에’서 해방 이후부터 보릿고개를 거쳐 산업화 시대까지의 아련한 향수를 느끼며 시간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창원향토자료전시관 ‘그때 그 시절에’는 향토사학자 양혜광 씨가 제안하여 2009년 건립됐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연중무휴 무료 개방이다. 주남저수지를 찾았다가 잠시 짬을 내어 들러보기에 알맞은 장소다. 창원시 동읍 월잠리 주남저수지 입구에 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