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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벼랑에 선 블로거, 하늘의 땅 모산재 풍경을 담다

 

 

벼랑에 선 블로거, 하늘의 땅 모산재 풍경을 담다

 

이곳에 가면 늘 습관처럼 읊조리는 시가 한 편 있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하필 이 시가 왜 떠오르는지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이곳에 서면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가 절로 생각난다. 

 

블로거 한사 님

 

모산재. 여행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어릴 적 소풍을 가던 추억의 장소. 지금은 철쭉제로 이름이 난 황매산을 찾는 이들과 폐사지의 헛헛함이 절로 충만되는 영암사지를 알음알음 찾는 이들로 인해 제법 알려지게 되었다.

 

수만 년 바람이 조각해 낸 바위

 

하루를 만나도 십년지기처럼...

 

십년을 만나도 매일 낯선 이가 있고 하루를 만나도 십년지기처럼 느껴지는 이가 있다. 이번 역시 그랬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5, 6년쯤의 일로 기억된다. 블로그에서였다. 그 후 몇 번 통화를 하고 만날 것을 기약했으나 어쩐 연유인지 매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들이 담고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애써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고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 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함이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만나게 됐다. 식당에서 잠시 아는 체를 했고 모산재에 오르면서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이들처럼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모산재 능선에서 내려다본 돛대바위(우)와 다랭이논 풍경

 

그날 밤, 술자리에서 그는 못내 아쉬움을 토로했다. 몇 년을 두고 만나지 못하다 이제 회포를 풀게 되었는데, 여행자가 술을 못 마시는 처지가 된 연유에서였다. 밤새 술잔을 돌리며 그동안 채우지 못했던 인연의 빈 잔을 채워야 했을 터였다. 그 때문일까. 여행자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채 밤이 이슥할 때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5년이 지나서야 처음 만난 블로거 보라미랑 님

 

그는 블로거 '보라미랑'이다. 연배는 나보다 훨씬 위지만 격이 없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확실한 중심을 가진... 중년을 멋드러지게 살고 있다는 것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거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전부다. 아마 이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블로거 김훤주 님과 김용택 선생님

 

애써 인연을 만들지 않듯이 굳이 그 사람에 대해 내가 품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그 사람과 함께한다. 그것이 여행자이고, 나의 삶의 방식이다.

 

모산재 능선 암벽길

 

블로거, 열정의 이름으로 벼랑에 서다

 

지난 주말 합천 명소 블로거 팸투어를 다녀왔다. 합천군이 초청하고 경남도민일보와 사회적 기업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한 행사였다.

 

벼랑에 자란 소나무들도 모산재의 작품이다.

 

1박 2일로 진행된 이번 팸투어에는 약 20여 명의 블로거들이 참가했다. 첫날은 모산재 산행과 영암사지 탐방, 황매산 억새길 트래킹을 하고, 이튿날은 합천영상테마파크와 남명 조식 선생 유적지를 탐방하였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1박 2일 동안 블로거들의 열정에 감동했다. 특히 예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험한 산행을 완주한 '백발소년' 김용택 선생님과 장복산 이춘모 선생님께 경의를 표한다. 김용택 선생님은 허리가 안 좋으신 데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모산재 산행을 끝까지 함께하셨다.

 

블로거,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우리 모두 세상에 따뜻한 빛 한 줌 되었으면 한다.

 

모산재에서 내려다본 다랭이논 풍경

 

※ 이날은 태풍이 오기 직전이라 날씨가 잔뜩 흐렸습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늘 그렇듯 만족스런 사진보다 만족스런 여행이 더 좋습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