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빚은 거대한 지하계곡, ‘환선굴’
환선굴 가는 길은 그 자체가 경이롭다. 강원도 두메의 깊은 산골짜기를 몇 굽이 지나고 다시 산을 올라야 환선굴을 만날 수 있다. 환선굴로 오르는 길목에는 예전 강원도의 생활 풍습을 그대로 간직한 너와집, 굴피집, 통방아 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어 단지 옛 유물이 아니라 현재 속에 과거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겠다.
멀리 바라보이는 촛대봉을 위시한 바위 봉우리들이 안개와 구름에 가려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환선굴까지는 주차장에서 1.4km 거리이고 해발 500m의 산중턱에 있어 젊은 건각으로도 30여 분 이상을 올라야만 한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오르는 내내 시원한 계곡수가 길옆으로 흐르고 선녀폭포에 이르러서는 냉한 기운마저 내뿜어 더위를 잊게 만든다.
선녀폭포를 지나 나무의자에서 잠시 쉬고 나면 가파른 철 계단이 환선굴로 안내한다. 힘들게 오른 만큼 환선굴이 주는 감동이 엄청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굴의 입구는 폭 14m, 높이 10m의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환선굴은 총연장 6.2km로 동양최대의 석회동굴이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구간은 1.6km이다. 동굴 내부는 직경 20~100m, 높이 20~30m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환선굴 내에는 2개소의 광장과 10여개의 크고 작은 동굴호수, 6개의 폭포가 있다.
직경 15m 이상을 유지하는 환선굴의 주 통로는 마치 웅장한 지하계곡을 방불케 한다. 종유석, 대석벽, 폭포 등이 자연의 신비를 자아내고 도깨비 방망이, 옥좌대, 만리장성 등의 특이한 종유석과 석순의 형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내부의 온도는 15도 이하로 한여름에도 서늘한 편이다.
환선굴의 유래와 전설은 두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먼 옛날 대이리 마을의 촛대바위 근처에 폭포와 소에서 아름다운 한 여인이 나타나 목욕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찾자 지금의 환선굴 부근에서 천둥, 번개와 함께 커다란 바위더미들이 쏟아지면서 여인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여인을 선녀가 환생한 것이라 하여, 바위가 쏟아져 나온 곳을 환선굴이라 이름 짓고 제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였다. 여인이 사라진 후 촛대바위 근처의 폭포와 소가 마르고 환선굴에서 물이 넘쳐 선녀폭포를 이루었다. 쏟아져 나온 바위는 지금의 환선굴 가는 길목에 남아있고 바위더미 위에는 산신당이 지어져 있다.
또한 먼 옛날 한 스님이 도를 닦기 위해 환선굴로 들어갔는데, 되돌아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사람들은 스님이 신선이 되었다고 믿고는 이 스님을 환선이라 불렀다고 한다. 스님이 짚고 왔던 지팡이를 산신당 앞에 꽂아 두었는데 지금의 엄나무가 바로 그것이라고 전해지며 환선굴 내에는 스님이 기거하던 온돌 터와 아궁이 그리고 약초를 빻던 돌절구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환선굴이 있는 대이리 동굴지대는 환선굴을 위시하여 관음굴, 대금굴, 덕밭세굴, 큰재세굴 등 지금까지 8개의 동굴이 발견되었다. 이 가운데에 일반인을 위해 대금굴과 환선굴을 개방하고 있는데, 환선굴은 연중 개방하고 있으나 대금굴은 인터넷을 통해 탐방객들이 사전에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이곳 동굴지대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다.
☞ 여행팁 환선굴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있다. 환선굴의 관람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동굴까지 걸어가는데 왕복 1시간이 걸리고 동굴 내부 관람 시간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굴까지의 이동 거리와 관람시간을 고려하여 매표 마감은 하절기(3월~10월)는 오후 5시 까지, 동절기(11월~2월)는 오후 4시까지이다. 동굴관람료는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가까이 있는 대금굴은 입장료가 12,000원인데, 대금굴 입장권만 있으면 환선굴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단, 성수기인 7월 25일~8월 15일까지는 제외된다). 대금굴은 동굴 보존을 위해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전화 및 방문 예약 불가).
♣ 여행 후기 환선굴과 대금굴은 원칙적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삼각대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관리인의 협조를 얻어 촬영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ISO, 셔터 속도, 조리개 등을 무리하게 작동하여 사진이 좋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환선굴의 웅장한 규모가 남성적이라면 단양 고수동굴의 섬세한 조각은 여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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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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