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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천년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소나무의 왕 괴산 왕소나무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소나무의 왕
괴산 왕소나무
괴산여행 - 승천하는 용의 모습, 괴산 왕소나무

 

괴산에 걸작인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길을 나섰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쌍곡구곡을 지나니 다시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선유구곡이 나왔다. 괴산의 산수가 아름답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지만 이 깊숙한 골짜기를 들어서서야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송면에서 두 그루의 소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서로 꼭 붙은 연리지에 감탄을 하고 청천면으로 향했다. 왕소나무가 있다는 곳은 청천면 삼송리였다. 지도로 대충 있는 위치를 가늠해보고 길을 떠났으나 도무지 소나무를 찾을 수 없었다. 얼마간을 가니 경북 상주시였다. 길을 잘 못 들었나 싶어 다시 차를 돌려 왕소나무를 찾았으나 허사였다.

 

논일을 하러 가는 마을사람에게 물어 보니 선돌마을(입석리)까지 가야한다고 하였다. 입석리는 경북에 속하지 않느냐는 여행자의 물음에 입석리는 경북에 속하지만 마을 앞의 하천 다리를 건너면 다시 충북 청천면의 삼송리라 하였다.

 

그제야 여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석리 들머리의 도로변에도 왕소나무에 대한 아무런 표지판이 없었다. 다시 마을 노인에게 물어보니 멀리 손가락을 가리켰다. 소나무 몇 그루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 마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지나니 농로였다. 좁은 논길을 따라 가다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아”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 한 그루가 열 그루 남짓한 주변 소나무들의 호위를 받은 채 당당히 서있었다. 주위의 소나무들은 왕을 모시는 문무백관들처럼 왕소나무를 호위하고 있었다. 사실 주위의 소나무들도 다른 곳이라면 굉장한 소나무로 인정을 받았겠지만 왕소나무의 위용에 제빛을 잃어버렸다.

 

왕소나무가 앉은 자리도 예사롭지 않다. 뒤로는 중대봉, 대야산, 조항산, 청화산 등의 준봉들에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화양천이 휘감아 흐르고 남쪽으로는 백악산이 왕소나무의 위용을 빛내고 있다.

 

삼송마을은 왕소나무의 빼어난 터 아래 살포시 앉아 오랜 세월 안온한 삶을 살았다. 마을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작은 소나무 숲 가운데 서 있는 왕소나무의 나이는 약 600살 정도로 추정된다. 높이는 13.5m이고, 가슴높이의 둘레는 4.91m다. 이 숲에서 가장 커서 왕소나무王松라고 불리며, 줄기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용송龍松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왕소나무 근처에는 이와 비슷한 노송 세 그루가 있어서 마을 이름을 삼송리라 하였는데, 지금은 왕송만 남아 있다고 한다. 왕소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1980년대까지 매년 1월에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제사를 지내며 새해의 풍년과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지난 4월 식목일을 맞아 우정체신본부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을 담은 우표를 출시하였다. 우표 도안으로 선정된 나무는 총 네 가지였다. 장성 백양사 고불매,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와 더불어 괴산 삼송리 소나무가 당당히 꼽혔다. 

왕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90호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산250번지에 있다. 그 희귀성과 생태적 보호가치가 높아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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