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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무려 25만원, 훈민정음 해례본 직접 구입했더니

 

 

 

무려 25만원, 훈민정음 해례본 직접 구입했더니

-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복제본)

 

아, 책 한 권에 이렇게 긴장하긴 처음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복간되었다는 소식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독서가 아닌 소장용으로 책을 구입한 건 처음입니다.

 

25만 원이라는 가격에도 망설임이 없었던 건, 책 만들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꼭 지니고 있어야 될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초판 3000부 한정판이라는 매력도 한몫했고요. 오염된 것까지 그대로 복원한 방식도 그렇고요…. 상자에 담긴 해례본을 꺼내는 것도 설렘의 연속이었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도 책을 손에 넣었던 지난 14일을 잊을 수가 없네요.

 

 

훈민정음이라고 적힌 종이상자를 조심히 열었습니다.

 

 

상자는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검은 표지에 훈민정음이라고 적힌 검고 견고한 상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 견고한 상자를 열자 이번에는 은빛 띠를 두른 자줏빛 보자기가 나왔습니다.

 

 

은빛 띠를 걷어내고 자줏빛 보자기를 들어내자 그 안에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양장으로 제작된 훈민정음 해례본 해설서가 있었습니다.

 

 

보자기를 조심스럽게 젖히자 그 안에 세로로 훈민정음이라고 적힌 해례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무한감동이지요. 한참 이리저리 돌려보다 첫 장을 열자 국어 시간에 배웠던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되는 서문이 보입니다.

 

 

비록 복제본이지만 해례본의 원래 상태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그렇습니다. 새 책임에도 옛 책의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마지막 간기면에서 초판 1쇄임을 확인하고 조용히 책을 덮었습니다. 책은 국배판보다 가로가 조금 좁은 대신 세로가 긴 290*201mm 크기였습니다. 해설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해례본과 대조하며 읽어 봅니다. 앞으로 종종 한 번씩 꺼내 보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한글에 대한 경의를 표할 생각입니다.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와 ‘해례’로 나누어져 있답니다.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은 글로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해례’는 정인지,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이개 등 집현전 여덟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례를 상세하게 설명한 글입니다. 흔히 『훈민정음 언해본』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예의 부분은 무척 간결해서 곳곳에 실려 전해졌지만 한글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소상하게 밝힌 해례는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다가 1940년에 간송 전형필이 입수하여 해방 후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해설서까지 갖추고 있는 문자는 세계에서 한글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제70호이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지요.

 

 

이번 훈민정음 해례본 복제본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기획하고 교보문고에서 제작했습니다. 한 세트 가격이 무려 25만 원이지만 출간 10여일 만에 교보문고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8위를 기록하며, 19일까지 1800부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한글에 대한 애정과 소장 가치가 낳은 결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복제본을 제작한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제작비가 12만 원 정도 들어간 데다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을 따지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교보문고 측에서는 복제본의 디테일을 줄여서라도 저렴하게 생산해서 대중 보급판의 제작 판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제본은 원본의 빛바랜 종이 질감부터 얼룩이나 찢어진 부분까지 재현했습니다. 또 원본처럼 종이를 반으로 접어 앞뒤로 쓰는 ‘자루매기 편집’과 구멍을 4개 뚫어 노끈으로 묶는 4침 안정법의 제본 형태로 제작해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아무튼, 오래도록 간직할 우리의 소중한 유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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