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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아침저녁으로 읽기 좋은 책 한 권-작가란 무엇인가




아침저녁으로 한 편씩 읽기 좋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나왔네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걸 단박에 뒤집어버리는 묘미가 있습니다. 위대한 작품이나 유명작가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러 가지 생각을 깨뜨리게 하는 에피소드도 그렇고요.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작가의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그렇네요.

 

신체적인 강함이 예술적인 감수성만큼 중요하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경제적 상황이나 감정적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개념의 글쓰기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마르케스(그는 다섯 권의 책을 출판했는데도 인세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글쓰기란 권투와 같다며 재정적 안정감, 건강을 중요시했던 헤밍웨이, 술주정뱅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었지만 술을 마시면 한 줄도 쓸 수 없었다는 포크너, 알코올의존증으로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글을 쓸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레이먼드 카버…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은 글 쓰는 이들에게 건강과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대학 구내 우체국장으로 일했으나 근무시간 중에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포크너에서 잠시 서늘한 웃음을 터뜨리다, 글의 수정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작가들의 고백은 신선하기조차 합니다. 한 단편에 스무 가지나 서른 가지 다른 수정본이 있다는 레이먼드 카버, 자신의 모든 작품을 다시 쓸 수 있다면 더 잘 쓸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윌리엄 포크너(그는『소리와 분노』를 다섯 번이나 고쳐 썼다), 매일 600단어를 목표로 쓰는 이언 매큐언,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쪽을 서른아홉 번이나 고치고 나서야 만족했다는 헤밍웨이….

 

이 책 『작가란 무엇인가』는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M. 포스터 등 12명의 작가를 인터뷰한 책입니다. <파리 리뷰>에서 인터뷰한 250여 명 중 36명을, 그중에서 다시 이 열두 명의 작가들을 먼저 책으로 묶어냈다는군요. 벌써 2권이 기다려집니다.



- 훌륭한 시인은 나중에 초기 시를 불태워버리고, 별 볼 일 없는 시인은 초기 시를 출판하지요.(움베르토 에코)

- 진지한 사람들 주에서 텔레비전 보는 걸 즐기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단지 그걸 고백하는 유일한 사람일 뿐이지요.(움베르토 에코)


- 오늘날의 책은 100년 후에는 아마 잊힐 겁니다. 극소수만 읽힐 거예요. 200년 후에는 요즘 쓰인 책 중 다섯 권만 읽힐 거예요. 내가 그 다섯 권 중에 들어갈 책을 쓰고 있다고 확신하는가?(오르한 파묵)

- 문학은 좋은 것과 나쁜 것, 악마와 천사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런데 터키인들은 저의 악마적 속성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답니다.(오르한 파묵)


- 모든 위대한 작품은 (바로 그 위대함 때문에) 부분적으로 불완전하다.(밀란 쿤데라)


- 만일 어떤 이야기의 초고가 40쪽 길이라면, 완성본의 길이는 대개 절반 정도 됩니다. 단순히 일부를 잘라내고 축소하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많은 양을 빼고, 덧붙이고 또 덧붙이고 또 잘라내고 하는 식입니다. 말들을 집어넣고 빼고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답니다.(쓴 글을 얼마나 버리느냐는 질문에 대해 레이먼드 카버)


- 저는 항상 제가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어느 날 그것이 글에 딱 맞는 어조(tone)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는 그 어조를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쓸 수 있었습니다. 그 어조는 제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실 때의 어조에 근거를 두었습니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첫 번째 단락입니다. 저는 첫 번째 단락을 쓰는 데 여러 달이 걸립니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훌륭한 번역은 다른 언어로 이루어지는 재창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레고리 라바사를 엄청 존경합니다. (…) 사람들이 영어 번역본을 읽으면서 받는 인상은, 번역가가 제 책을 먼저 읽고 나중에 회상하여 다시 썼다는 것입니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일어난 일로부터,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그리고 알고 있거나 알 수 없는 모든 것으로부터, 재현이 아니라 창작을 통해 살아 있는 어떤 것보다 더 진실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지요. 당신은 그것을 살아 있게 할 수 있고, 만일 당신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면 그것에 영원성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이유이고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 99퍼센트의 재능, 99퍼센트의 훈련, 99퍼센트의 작업. 소설가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결코 만족하면 안 됩니다.(윌리엄 포크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