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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불황은 없다! 하루 15000명이 다녀가는 수원못골시장

 

 

 

 

불황은 없다! 하루 15000명이 다녀간다는 수원못골시장

 

 

수원화성을 가면 꼭 찾아야 할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수원의 재래시장들이다. 수원의 재래시장은 20여 곳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9개의 시장이 팔달문 근처 수원천 좌우로 있다. 화성행궁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다.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도 이곳의 재래시장이 방송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수원의 그 유명한 통닭거리를 지나 팔달문을 먼발치로 바라보며 걷다가 최근에 복원된 남수문에 이르면 이내 지동시장이다. 지동시장은 수원에서도 오래된 시장 중의 하나로 수원화성의 팔달문을 중심으로 1900년대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라고 한다. 바로 곁에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 영동시장, 팔달문시장 등이 있다.

 

 

수원을 대표하는 시장답게 입구에서부터 수원화성을 본뜬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모두 225개의 점포에 500여 명의 상인들이 있는 지동시장은 예부터 생선가게와 축산물가게들이 인기가 있었단다. 그중에서도 지동시장을 대표하는 건 순대타운이다. 지동순대는 수원갈비와 더불어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다.

 

 

순대타운에는 모두 40여 곳의 순댓집들이 모여 타운을 형성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다 늦은 오후인데도 순대타운은 활기가 넘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를 연신 썰어내는 상인들과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순대를 안주삼아 거나하게 막걸리를 마시는 손님들, 아직 마땅한 순댓집을 고르지 못해 왔다 갔다 하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이 따로 없다.

 

 

두세 명이 앉아 2~3만 원이면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는 순대타운이 이곳에 들어선 건, 팔달문 주변 골목길을 따라 농수산물을 팔던 작은 시장이 순대전문 시장으로 탈바꿈을 한 1986년경이라고 한다. 지동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유명했던 순대와 떡을 특화해서 순대타운을 만든 것인데, 인근에 있는 몇몇 정육점들이 아예 음식점으로 나선 것도 한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40년이 넘은 전통 순대 공장이 있어 지동순대의 맛을 유지하는데 한몫 거들고 있다.

 

 

순대타운에서 나오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지어 선 가게가 보인다. 만두가게였다. 가게 이름도 '추억의 장날 만두'다. 한눈에 봐도 군침이 도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자 주인인 듯한 가게 아주머니가 거들기 시작했다. 이곳 시장사람들은, 이웃한 미니리광시장이나 못골시장에서도 그러했지만, 사진 촬영에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동안 방송에 많이 나간 탓도 있겠지만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와 손님들에 대한 현대화 된 서비스가 몸에 익은 듯했다. 여느 재래시장의 정감이 넘치는 반면 투박하고 불친절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동시장과 잇닿아 미니리광시장이 있었다. 지동시장에 비해 조금 작은 규모로 64개의 점포에 180여 명의 상인들이 있다. 원래 미나리를 키우는 논이 있어서 '미나리광'시장으로 불린다. 2009년에 설치했다는 높다란 아케이드가 인상적이다.

 

 

시장 입구의 조형물 아치에는 예전 미나리 논에 살았다는 청개구리를 캐릭터 한 것이 눈에 띈다. 절로 배시시 웃음이 나게 하는 정겨운 캐릭터다.

 

 

미나리광시장은 1950년대에 수원천 주변에 한두 명씩 모여 장사를 한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은 6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중에서 이곳만의 특색을 이야기하라면 단연 '고추골목'이다. 40년 전부터 작은 골목에 하나둘 고추방앗간이 생기면서 지금은 일곱 개의 방앗간이 있어 자연스럽게 '고추골목'으로 불렸단다. 구입한 고추를 즉석에서 빻아 주고 질 좋은 고추를 구입할 수 있어 인근의 화성, 용인, 오산 등에서도 손님들이 몰려든단다.

 

▲ 엄향자 씨 부부가 1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광명고추상회'

 

미니리광시장이 끝날 즈음 큰 그릇가게가 나타났다. '신성기물'은 <1박2일>에도 나온 가게다. 엄청난 수의 그야말로 기물이 쌓인 이곳은 아버지 김종돈 씨와 아들 김우제 씨가 40년째 대를 이어온 그릇가게다. 가정에서 쓰는 생활용기부터 혼수용품, 업소용품 등 각양각색의 그릇들이 시쳇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가게다.

 

▲ <1박2일>에 나온 신성기물은 40년째 대를 이어온 그릇가게다.

 

드디어 도착한 못골시장, 입구부터 온갖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지나왔던 지동시장과 미나리광시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난다. 전국의 전통시장을 꽤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곳은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지동이라는 이름이 곧 '못골'이니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거니와 시장 또한 연달아 있어 헷갈리기도 한다. 아무렴 어떤가. 하여튼 못골시장엔 불황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빈대떡에 군침을 흘리다가도 떡이며, 족발이며, 순대며 온통 먹을거리에 정신을 쏙 빼놓게 된다. 200m도 안 되는 골목에 9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는데 그중에서도 음식을 파는 가게가 많다 보니 가는 길을 자꾸 멈추게 된다.

 

 

▲ 못골시장은 200m도 채 안 되는 골목에 90여 개의 점포가 있다. 

 

전형적인 동네시장인 이곳은 2003년에 상인회가 결성되면서 시장다운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75년 골목길에 형성되기 시작한 시장은 비좁은데다 비가 오면 바닥이 진흙탕이 되어 발을 디디기도 힘든 열악한 조건이었는데 2003년 상인회가 설립되어 자체 쿠폰을 발행하고 전통시장 최초로 할인판매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시장 활성화 사업에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매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인들의 자구 노력에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지원을 따냄으로써 2009년 10월까지 모두 10억 원을 지원받은 못골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을 하게 됐다.

 

▲ 달인으로 나온 족발집에 몰려든 사람들

 

 

시장 안에 '못골온에어'라는 라디오방송이 생기고, 여성 상인으로 된 '줌마불평합창단', 식료품 상인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치는 '못골요리교실', 상인들과 고객들이 함께 배우고 나누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와글와글학교', 생산자와 판매자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직거래 시스템인 '시끌벅적난장' 등의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못골시장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 못골시장에서 유명한 반찬가게들

 

 

이러한 상인들과 지역민들의 노력으로 상인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달라진 분위기는 사람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이끌었다. 2008년 하루 10301명이었던 방문객이 3년이 지난 시점에서 13392명으로 30%나 늘었다고 한다. 동행한 수원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은 하루 15000명은 족히 넘을 거라고 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수원시민뿐만 아니라 인근의 용인, 안산, 평택 등지에서, 최근에는 방송 등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 '달방 있습니다' 낙원 여인숙 

 

못골시장은 상인들과 지역주민의 노력,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으로 성공한 전통시장의 반열에 당당히 올랐음은 물론이거니와 불황에 허덕이는 재래시장의 모범이 될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원화성을 찾는 이라면 꼭 찾아야 할 수원의 대표적인 명소임에 틀림없다.

 

시장 안 라디어 방송을 하는 '못골온에어', 나혜석이 살았다고 한다.

 

▲ 불황은 없다! 하루 15000명이 다녀간다는 못골시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골목에서 반찬가게가 더러 보인다. 못골시장의 반찬가게도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모양. 저렴한 가격에 갖은 종류의 가정식 반찬을 사갈 수 있으니 매일 반찬을 마련해야 하는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 만점이라고 한다. 얼핏 봐도 반찬의 종류가 수십 가지는 되는 듯한데, 상인의 말로는 100가지가 넘는단다. 놀랄 일이다.

 

 

▲ 현직 시의원 부인이 운영한다는 호떡집은 대박이다.

 

 

골목시장의 매력은 이뿐만 아니다. 나혜석이 살았다는 순대집 2층, 모 방송사의 달인으로 나왔다는 족발집, 즉석에서 김을 구워주는 김구이집, 현직 시의원의 부인이 운영한다는 대박 난 호떡집, ‘월세’가 아닌 ‘달방 있습니다’를 붙여둔 골목 한 귀퉁이에 숨어 있는 오래된 여인숙... 골목의 매력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시장 천정에는 각종 현수막이 나부끼고, 가게마다 길게 늘어선 줄들이 이곳에선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 즉석에서 김을 구워 파는 김구이집에 길게 늘어선 줄, 못골시장에선 길게 늘어선 줄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 워낙 방송과 언론의 조명을 받다 보니 상인들의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

 

 

 

수원을 가거들랑 재래시장에 꼭 가볼 일이다. 그중에서도 못골시장은 주전부리 좋아하는 아이에게나, 술 좋아하는 남편에게나, 반찬거리 고민하는 아내에게나, 호주머니 가벼운 노인 분에게나, 그 누구에게나 풍성하고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