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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참 불친절한데 허벌나게 맛있는 벌교 꼬막 역전식당

 

 

 

겨울 꼬막, 참 불친절한데 허벌나게 맛있는 벌교 역전식당

 

벌교하면 으레 꼬막을 먼저 떠올리게 되죠. 특히 찬바람이 불고 지금처럼 추운 날에는 꼬막을 누구나 즐겨먹겠지요. 벌교에는 어디를 가더라도 무슨 무슨 꼬막이라고 적힌 식당 간판들을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벌교에서나, 외지인들에게 꽤 유명한 식당이 셋 있는데 오늘은 그중의 하나인 역전식당을 소개할까 합니다.

 

 

근데 이 역전식당 참 불친절합니다. 제가 이 식당을 예닐곱 번 정도 갔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참 불친절하다는 것, 그런데도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손님이 와도 별 인사도 없습니다. 한 번은 식사를 주문하던 손님이 몇 인분을 시킬 것인가를 두고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리더니 급기야 언성이 높아지고 손님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손님이 와도 ‘어서 오십시오’는 고사하고 눈길도 안 주어 화가 난 손님이 어이없어하며 그냥 나가버리는 것도 봤습니다.

 

 

어찌 보면 이 불친절함은 도시인의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워낙 정형화된 친절서비스에 익숙한 나머지 조금이라도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표정이 무뚝뚝하면 불친절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하여튼 이 집, 맛 하나는 참 좋습니다. 벌교에 있는 꼬막전문집 10여 곳을 둘러보았는데 이 집은 맛도 좋거니와 음식이 깔끔하여 도시인의 입맛에 가장 맞지 않나 싶습니다.

 

 

식당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이곳을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벽에 빼곡하게 걸려 있다는 것입니다. 벌교역 바로 앞 골목에 있으니 교통이 편리한 것도 장점입니다. 가수 조영남, 황수관, 소설가 조정래 씨도 보이는군요.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금 오래된 집이 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방이 별도로 있습니다.

 

 

꼬막 정식을 주문하자 10여 분 뒤에 음식이 나옵니다. 몇 가지 밑반찬에 꼬막 정식이라는 이름답게 꼬막이 주를 이룹니다. 꼬막으로 만든 음식은 삶은 꼬막, 꼬막 무침, 양념 꼬막, 꼬막 부침, 꼬막 된장찌개 등입니다.

 

 

삶은 꼬막은 참꼬막입니다. 꼬막은 흔히 참꼬막과 개꼬막(새꼬막), 피꼬막(피조개)으로 나눕니다. 그중 참꼬막은 우리가 흔히 보듯이 갯벌에 직접 들어가 채취하고 개꼬막은 배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채취합니다. 그러니 자연 가격 차이도 많이 나지요. 참꼬막이 개꼬막에 비해 서너 배가 비쌉니다. 참꼬막은 고급 종이라 제사상에 올라가서 '제사꼬막'으로도 불렸습니다. 참꼬막은 골이 깊고 껍질이 두껍습니다. 그래서 옛 문헌에는 꼬막이 기왓골을 닮았다 하여 와농자(瓦壟子)라고도 했습니다.

 

 

참꼬막은 삶는 방식도 다릅니다. 푹 삶으면 절대 안 되지요. 몇 년 전, 꼬막을 좋아하시는 장모님 드리려고 벌교에서 참꼬막을 한 광주리 사서 갔습니다. 장모님은 무척이나 좋아하시며 곧장 꼬막을 삶았습니다. 삶은 꼬막을 그릇 가득 담아 먹으려고 했더니 글쎄 꼬막이 알맹이가 없었습니다. 몇 개를 열어 봐도 마찬가지... 속은 것이 아닌가 싶어 꼬막을 산 곳에 전화를 했더니 삶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더군요. 참꼬막은 살짝 데치듯 삶아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자주 먹는 양념 꼬막용인 개꼬막 삶듯이 푹 삶아 버려서 살이 없어진 것이지요.

 

 

참꼬막은 핏기만 가는 정도로 삶기 때문에 약간 비릿하기도 합니다. 비위가 약한 이들은 많이 먹지 못하지만 마니아들은 이 비릿하고 짭짤한 맛에 환장하기도 하지요.

 

 

꼬막무침은 비릿함을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대개의 무침이 그러하듯 시큼하니 매콤한 맛이 입안을 상큼하게 합니다.

 

 

양념꼬막은 우리가 가장 자주 먹는 것이지요. 물론 개꼬막입니다. 개꼬막은 참꼬막에 비해 성장속도도 배나 빠르고 가격도 훨씬 싼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습니다. 참꼬막에 비해 조금 오래 삶아 비릿한 맛도 덜하지요. 게다가 양념까지 되어 있으니...

 

 

그나저나 벌교에서는 참꼬막이든 개꼬막이든 그리 오래 삶지 않습니다. 오래 삶으면 특유의 탱글탱글한 속살이 없어지고 풍미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꼬막부침도 있습니다. 도톰하니 제법 맛있습니다. 중간 중간 꼬막 살이 있어 씹히는 맛도 좋습니다.

 

 

 

된장찌개에도 꼬막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집의 된장찌개는 해물이 들어가 시원한 맛이 일품입니다. 게다가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워 좋습니다.

 

 

역전식당을 처음으로 간 때가 5, 6년 전쯤입니다. 그새 예닐곱 번을 다녀갔는데 변함없이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불친절한 것도 여전했고요. 맛으로는 이 식당을 정말 추천하고 싶은데 그 불친절함 때문에 늘 망설이다 이번에 소개를 한 것입니다. 도시인의 기준일 수도 있겠으나 이 식당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좀 더 친절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참, 이 집 짱뚱어 탕도 기가 막힙니다. 예전에 혼자 갔다가 종업원이 매정하게 1인분은 안 판다고 해서 언짢아하며 나오는데 마침 여주인이 나와 드릴 테니 식사하고 가라고 해서 먹었던 것이 짱뚱어 탕이었습니다. 뜨끈뜨근한 것이 추위를 삭 가시게 합니다. 한 번 먹어보시길 바랍니다.

 

 

 

 

☞ 역전식당(061-857-2073)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625에 있다. 벌교역 앞 광장에서 골목으로 30여 미터 걸어가면 왼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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