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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단풍 삼매경에 빠진 청학동 훈장선생님

 

 

 

단풍 삼매경에 빠진 청학동 훈장선생님

지는 단풍도 이처럼 황홀하다니... 지리산 삼성궁

 

 

요즈음 드라마 <대왕의 꿈>에서 조금은 신비로운 장면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지리산 청학동에 있는 삼성궁이다. 흔히 도인촌이라 불리는 청학동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조금은 미련해 보이는 거대한 청학 한 마리가 돌무더기 위로 불쑥 솟아 오른 곳을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삼성궁은 시작된다.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1983년부터 일군 선원이다. 한인, 한웅, 단군 세 성인을 모신 곳이라 하여 삼성궁이라 하였다. 이는 고조선 소도를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해마다 단풍철이 되면 '개천대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도 지난 28일에 천제가 열렸다.

 

 

한풀선사와 일면식도 있고 이번 '열린 하늘 큰굿'의 미술감독과 진행을 맡은 김원주 화백과 막역한 사이인지라 다시 삼성궁을 찾았다.

 

 

오후 1시에 시작한 굿판은 4시가 넘어서야 마고성에서 다섯째마당을 마치고 삼성궁 건국전으로 장소를 옮겨 천제를 지냈다. 여행자는 천제만 보고 바로 아래 단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실 천제는 예전에도 두어 번 본 적이 있는데다 지는 단풍을 놓치기가 영 아쉬워 바로 아래 ‘거북못’으로 내려갔다.

 

 

'거북못' 일대는 삼성궁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거북 모양의 바위가 연못 가운데에 있고 예쁜 연못 주위로 온통 울긋불긋 단풍이다.

 

 

찻집 옆으로 난 돌층계를 조심스레 내려가니 연못가 좋은 위치에는 이미 다른 분이 차지하고 있었다. 옷차림이 옛 식이라 유심히 보았다. 아마 아랫마을 청학동에서 온 모양이다. 탕건을 쓰고 단정한 한복 차림을 보아 훈장 선생님인 모양이다.

 

 

 

훈장님은 한창 단풍 삼매경이다. 마치 학동들에게 사진 촬영 시연이라도 보이는 듯 엄청난 집중력으로 단풍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단풍이 이처럼 황홀하니 오늘 같은 날에는 ‘하늘천따지’도 공염불이다.

 

 

연못가에 있는 '아사달' 찻집도 온통 붉다. 이곳에 오면 늘 들르는 찻집... 바위에 걸터앉아 마시는 차향은 깊기 이를 데 없다. 붉은 단풍에 둘러싸인 찻집은 아득한 그 옛날 아사달과 아사녀가 만나는 듯 아련하고 신비롭다.

 

 

 

찻집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졸졸졸 흐르는 물이 작은 폭포를 만들어 붉은 숲 사이로 떨어진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는 외국인의 발걸음이 사뿐하다.

 

 

 

지는 단풍이 이다지도 황홀할 줄이야! 이미 퍼석퍼석해진 잎들이 애처롭지만 그들의 마지막 정열을 누가 막을쏘냐.

 

 

 

해발 850m에 있는 삼성궁은 단풍이 일찍 든다. 대개 10월 20일을 전후로 이곳에 가면 가장 화려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