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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공룡발자국 더듬어 떠난 시간여행, 하늘은 맑았다




공룡발자국 더듬어 떠난 시간여행, 하늘은 맑았다

구름 좋은 날 바다에 갔다. 햇살은 강해도 몸에 닿는 바람이 시원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아이의 강권에 못 이겨 고성 공룡박물관에 갔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늘 같은 듯 다른 풍경이 여행지의 모습일 게다. 공룡박물관에서 출발한 여정은 편백숲길을 지나 공룡공원, 상족암, 공룡발자국 탐방로가 있는 해안을 따라 제전마을에서 끝이 났다. 공룡발자국을 더듬어 떠난 시간여행이었다.


주차장에서 내려 곧장 박물관으로 향했다. 날씨가 맑아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이 보이는 사량도를 비롯해서 수백 개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은 병풍바위와 여자의 가슴을 닮았다는 유방섬, 한려수도의 변방 두미도, 수우도 등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졌다.


박물관 입구는 2층 전시실로 이어진다. ‘공룡의 수도’라고 불리는 제1전시실은 실물크기의 공룡골격화석과 부분골격화석, 공룡의 계통도 등이 전시되어 있어 공룡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제5전시실까지 있는 박물관은 공룡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물관을 관람한 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상족암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편리하긴 해도 박물관 뒤에 있는 다양한 야외전시공간과 아름다운 길을 놓치게 된다. 특히 야외박물관 격인 공룡공원에는 공룡조형물과 공룡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토피어리 동산과 토끼와 사슴도 있으니 아이들에게 무척 좋은 공간이다.


공원에는 편백나무숲길도 있어 자칫 바다만 보여 지루할 수 있는 길에 청량함을 준다. 길지 않은 짧은 이 길이 주는 매력은 의외로 깊다. 전망대에 올라 잠시 바다를 내려다보고 상족암으로 내려갔다.


상족암은 공룡발자국으로 인해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어찌 보면 켜켜이 쌓아 놓은 시루떡 같은 상족암은 밥상다리 모양을 닮아 상족암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상족
床足 혹은 쌍족雙足이라고도 불린다.


가까이서 보면 그 거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부안의 채석강처럼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멋진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바위 안에는 파도에 씻긴 깊숙하고 기묘한 굴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지금은 낙석의 위험 때문에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과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굴은 신비함 그 자체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이 굴 안에서 돌로 만든 베 짜는 기계(석직기石織機)를 차려 옥황상제의 비단옷을 짰던 곳이라고 한다. 굴 안에 있으면 파도소리만 들릴 뿐 그 어떠한 소리도 차단되어 전설처럼 베 짜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겠다.


상족암 뒤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가면 해안 곳곳에서 공룡발자국을 만날 수 있다. 육안으로도 뚜렷하게 보이는 공룡발자국은 이곳이 그 옛날 공룡들의 천국이었다는 걸 말해 준다.


세계 3대 공룡발자국 산지라고 불리는 이곳 하이면 덕명리 해안은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래 이곳은 호숫가 늪지대로 공룡들의 발자국이 지표면에 찍힌 후 그 위로 퇴적물이 쌓이면서 암석으로 굳어졌던 지층이 다시 지표면 위로 올라오면서 퇴적층이 바닷물에 씻겨 발자국이 드러난 것이다.


상족암 지층의 두께는 약150m이며, 약 200여 층준에서 조각류 공룡발자국 보행렬이 249개, 용각류 발자국 보행렬이 139개, 24개의 수각류 발자국 보행렬이 나타났다. 이들 보행렬에는 총 3,800여개의 공룡발자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 공룡발자국은 천연기념물 제71호로 지정되어 있다.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길 벼랑에는 특이한 것이 있다. 바위벼랑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들이다. 벼랑 끝에 모진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들은 더러 보아왔지만 바위의 생김새를 따라 몸을 비튼 이곳의 진귀한 나무들을 보면 진한 감동마저 느끼게 된다.


어느새 거대한 암반덩어리는 잠시 자리를 내어주고 바닷물에 오랫동안 씻기면서 동글동글해진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나온다. 아직은 햇살이 따가워 바닷물에 잠시 발을 담가 열기를 식힌다.


해안 산책로는 다시 암반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든든한 성채 같은 바윗덩어리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암맥’이라는 다소 생소한 암석도 보인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원래 있던 암석을 뚫고 올라와 식은 암석이라고 한다. 퇴적암 층리가 잘 발달된 이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유람선 한 척이 병풍바위를 뒤로 하고 떠나고 있다. 병풍바위는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굳어진 바위로 마치 기둥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주상절리이다. 병풍을 세워 놓은 것 같아 ‘병풍바위’라 부르는데, 그 옆에 있는 마을 이름은 선바위를 뜻하는 입암마을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곳곳에서 공룡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마을이 보이는 암반에서 무리지어 있는 공룡발자국을 다시 보게 되었다. 주로 초식공룡 조각류 발자국이 많이 보이는데 이를 통해 그들이 육식공룡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이동을 위해 무리지어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어느덧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작은 모래해변으로 해가 졌다. 느릿느릿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그 짧은 시간은 수억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이었다. 공룡발자국의 흔적을 하나하나 더듬어 과거로 찾아가는 시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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