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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이런 우물 보셨나요?



이런 우물 보셨나요?

 

경남 함안군 군북면 원북리에는 어계 조려 선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어계 조려 선생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벼슬을 버리고 영월에서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를 치룬 뒤 이곳에 은거하여 여생을 보냈다. 원북역으로 들어가는 기차가 곡선을 그으며 지나가는 곳에 채미정이 있다. 채미정의 청풍대 언덕에서 바라보면 서산서원과 원북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이름은 조선시대 진양(진주)방면으로 연결하는 길목으로 어속원於涑院이라는 역원驛院의 북쪽에 위치하여 이루어진 마을이라 원북院北이라 불렸다고 한다.

어계 고택 전경

길을 건너 어계 고택으로 향했다. 고택이 있는 원북마을에는 군데군데 허물어졌지만 옛 담장이 더러 남아 있다. 아래에 막돌을 쌓고 그 위에 흙과 작은 돌을 번갈아 쌓은 담은 이 마을이 오래되었음을 말해준다.


하천을 따라 고택으로 가던 중 개울가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큰 느티나무 아래로 개울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정자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큰 나무가 있으니 으레 정자가 있을 법하다. 널판을 씌워 놓은 정자 아래의 원형 구조물에 눈길이 갔다.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물이었다. 개울가에 우물이라! 요즈음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아랫마을 우물과 쉼터

신기하기도 했지만 고택을 먼저 볼 요량으로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똑같은 형태의 우물이 또 나왔다. 이번에는 두 그루의 큰 정자나무 아래에 약간은 투박한 지붕이 있는 정자 아래로 우물이 보였다. 아랫마을의 우물과는 달리 이 우물은 아직도 사용 중인 듯했다. 우물 위에 지붕까지 씌우고 빨간 바가지가 매달려 있었다.

윗마을 우물과 쉼터

우물 앞의 하천은 넓은 반석이었다. 예전 동네 아낙들이 이곳에서 물을 긷고 빨래를 했을 것이다. 지형을 살펴보니 개울의 물줄기는 어계 고택 맞은편의 산기슭에서 흘러나와 마을 앞을 흘렀다.


지금이야 하천이 정비가 되어 이곳에 우물이 있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으나 예전에는 건너편에 마을이 없어 산에서 바로 흘러나온 깨끗했던 개울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우물이 위치한 곳도 산의 지하수가 땅 밑을 흘러 이곳에서 솟아올랐음을 알 수 있다. 예전 재력이 있는 집안은 자체로 우물이 있었으나 대개의 마을사람들은 공동우물을 사용하였다.


“지금도 이 우물을 사용하세요?”

마을이장인 이담수씨에게 물어보았다.

“과거에는 마을에 개인 우물이 더러 있었습니더. 개인 우물이 없는 집에서 이 공동우물을 주로 사용했지예. 지금은 집집마다 상수도가 있어 이 우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더. 다만 마을에서 장을 담글 때는 사용합니더. 아무래도 상수도에 비해 철분도 덜하고 물맛이 좋아서 그런가보지예.”

우물이 언제 생겼는지 등 좀 더 자세히 물으니 이담수씨는 적이 난감해했다.

“사실 지는 원북마을에 산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더. 저 짝 윗마을에 살아서 우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심더. 마을 어르신께 여쭙고 다시 연락드리모 안 될까예?”

더는 물을 수 없어 연락을 주십사 하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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