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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늦더위 탈출은 이곳, 초가을 여행지 5곳


 

산책과 휴식, 풍류가 있는 초가을 여행지 5곳


9월이 코앞인데도 더위는 식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라도 불어올 법도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해수욕장이나 계곡물에서 하루 종일 피서를 하고 싶지만 한낮이 아니면 물이 차서 망설이게 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여행지는 어딜까? 바로 계곡을 낀 정자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정자만 해도 수백여 개에 달하지만 이곳에서는 5곳만 선정해 보았다. 각 지역별로 안배를 하고 계곡이나 호수를 끼고 있으며 정자 위에 올라 바람을 쐴 수 있는 곳, 더불어 가볍게 산책도 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하였다.

 

백일홍 만발한 옛 정원-명옥헌(전남 담양)

명옥헌이 있는 후산마을은 600여 년 전 순천 박 씨가 처음으로 들어와 살았다. 명옥헌을 조성한 오명중의 아버지 명곡 오희도는 어머니 박씨를 따라 외가인 이곳에 정착하였다. 그 후 명곡의 넷째 아들인 오명중이 아버지가 살던 터의 계류 가에 명옥헌을 짓고 아래위 두 곳에 연못을 파 정원을 꾸몄다. 선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연못 주위에는 배롱나무를 심었다.


온통 붉은 배롱나무로 덮인 명옥헌 일대를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일대 장관이다. 흔히 무릉도원하면 복숭아꽃을 떠올리지만 배롱나무도 사실 선계와 관련이 많다. 배롱나무의 본디 이름은 자미목紫薇木인데, 자미는 도교 선계의 하나인 자미탄과 관련이 있다. 그러하니 배롱나무 꽃들로 가득한 명옥헌은 도교의 선계이자 이상향인 셈이다.

 
담양의 정자 문화를 대표하는 소쇄원의 그늘에 가려 있던 명옥헌은 최근에 들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인근의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독수정, 가사문학관, 지실마을 등과 연계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거연정

영남 정자 문화의 산실-화림동계곡(경남 함양)

호남을 대표하는 정자문화가 담양에 있다면 영남을 대표하는 정자문화는 함양의 화림동이다. 함양은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하여 안동에 견줄 만큼 학문과 문벌이 번성했던 양반의 고장이다.


화적떼가 밤낮으로 들끓어 육십 명이 모여야 안심하고 넘을 수 있었다는 육십령을 지나 서하면에 이르면 화림동 계곡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골이 넓고 물의 흐름이 완만하며, 물줄기가 때론 못을 이루고, 때론 너럭바위를 타고 흘러 선경을 자아낸다.


남계천(남강천)의 경치 좋은 골짜기인 화림동 계곡은 예로부터 ‘팔담팔정’이라 불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였다. 자연과 더불어 사색과 음풍농월을 즐겼던 옛 선비들은 이 빼어난 경관의 화림동에 여덟 정자를 세웠다. 그러나 농월정마저 불타 버린 지금은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만 남아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경모정과 남천정도 있지만 이 두 정자는 근래에 지어 예스러운 맛이 없다.

동호정
 

☞ 최근 화림동 계곡에는 ‘선비문화 탐방로’가 만들어졌다. 거연정이나 동호정에서 보면 계곡 건너편에 보이는 숲길이 그것이다. 황암사에서 출발해 남천정과 동호정 등을 지나 봉전교에서 끝나는 전체 길이 6.2km의 길이다.

 제4곡 금사담과 암서재

충북의 으뜸가는 명승지-화양구곡(충북 괴산)

옛 사람들이 ‘금강산 남쪽에서 으뜸가는 산수’라 불렀던 화양동계곡은 바위와 숲, 계류가 빚어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하얗고 깨끗한 바위들이 하늘로 치솟아 선경을 자아내거나 혹은 바닥에 너럭바위로 누워 옥 같은 물을 흘러 보낸다. 골짜기 양쪽의 소나무들은 학을 불러들이고 계곡의 맑은 물은 이름도 예쁜 달천강으로 흘러 남한강을 따라 서해까지 이른다.


원래 화양목이 많아 화양동으로 불리다 효종 때 우암 송시열선생이 이곳에서 주자학을 연구하고 의리사상을 길러 오면서 화양동으로 불려오고 있다. 화양계곡에는 구곡문학이 있다. 자신을 주자에 비유했던 우암 송시열은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떠 화양계곡의 볼 만한 곳 아홉 군데를 골라 이름을 붙이고 화양구곡이라 했다.

 제9곡 파천

☞ 화양구곡은 입구에서부터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 1곡부터 9곡까지 10리(4km)쯤 펼쳐진다. 7곡 와룡암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편이나 8곡 학소대와 특히 9곡인 파천까지는 제법 거리가 먼 편이다. 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 학소대까지(약4km) 1시간 정도면 도달하겠지만 느릿느릿 풍광을 즐기며 가고자하는 이들은 입구에서 9곡 파천까지 왕복 3시간 정도는 걸린다. 길이 평탄하여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경포대

관동 팔경의 제일 경치-경포대와 경포호(강원도 강릉)

경포호와 해수욕장 그리고 주변의 소나무 숲 일대를 흔히 ‘경포대’라 통칭해서 부르고 있다. 경포호는 강릉시 저동, 운정동, 초당동에 걸쳐 있는 자연 석호이다. 원래 호수 주변이 12km에 달했으나 현재는 휩쓸려온 모래로 둘레가 4km에 불과하다.


관동의 명승지로 널리 알려진 경포대는 관동팔경 중의 하나이다. 경관이 뛰어난 호숫가나 해안, 계류 등에 경포대를 중심으로 정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경포대, 해운정, 경호정, 금란정, 방해정, 호해정, 석란정, 창랑정, 취영정, 상영정 등이 그것이다.


수면이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경포호鏡浦湖는 사람에게 유익함을 준다고 하여 군자호라고도 불렀다. 경포호에는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늘에 뜬 달이 하나요, 호수에 비친 달이 둘이요, 바다의 달이 셋이요, 술잔에 뜬 달이 넷이요.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이 다섯이다.

 

☞ 경포호 일대는 도보로 혹은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다. 마차를 타고 경포호 일대를 유람할 수도 있다. 바로 앞 바다에는 경포대해수욕장이 있다.

 

삼남의 4대 길지-석천계곡 석천정사(경북 봉화)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경주의 양동, 안동의 내앞, 풍산의 하회와 더불어 삼남의 4대 길지로 꼽았던 곳이 봉화 닭실마을이다. 이 마을의 권씨 종택과 청암정에서 벼논을 돌아 나오면 앞으로 가지런히 흐르는 개천을 만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난 비포장 흙길을 걸어 얼마간 가면 아름드리 솔숲이 나온다. 걷기에 좋은 길이다. 솔숲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제법 너른 공터가 나오고 봉화로 흘러드는 내성천이 되는 석천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석천정사는 충재 권벌 선생의 큰아들인 청암 권동보가 1535년에 세운 정자이다. 권동보는 중종 37년인 1542년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명종 2년인 1547년에 ‘양재역벽서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아버지가 삭주로 유배되어 1년 만에 죽자, 관직을 버리고 20년 동안 두문불출하였다. 선조 때 아버지의 무죄가 밝혀져 복관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향리에 돌아와 전원의 계곡 위에 석천정사를 짓고 산수를 즐기면서 여생을 보냈다.


석천정사와 충재 권벌 선생이 세운 청암정 일대는 1963년 사적 및 명승 제3호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마을 앞을 흐르는 석천계곡에 있다.

 

☞ 석천정사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봉화읍 삼계리 사거리에서 물야 방면의 도로를 따라가면 삼계교가 나오고 석천정사 안내문과 함께 정자로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다. 아니면 닭실마을 청암정에서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750m 정도 가면 석천정사가 나온다. 쉬엄쉬엄 가는 이 길은 걷기에 좋은 길이다. 석천정이 있는 석천계곡은 수림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바위들이 계곡에 널려 있는 풍광이 수려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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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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