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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남도에 가면 꼭 들르는 6,000원 한정식, 설성식당


 

남도에 가면 꼭 들르는 6,000원 한정식, 설성식당

남도하면 으레 음식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중 남도 음식의 대명사는 한정식이다. 한정식이 보편화되기 전만 해도 남도 한정식은 이곳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꼭 먹어봐야 할 일종의 순례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정식이 일반화된 요즈음 굳이 남도를 가지 않아도 여느 도시에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물론 남도 특유의 풍부한 재료와 게미(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는 여전히 현지에서 맛보아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말이다.

 

강진군 병영면 삼인리에 가면 설성식당이 있다. 이 집의 메뉴는 단 한 가지, 한정식뿐이다. 대개 한정식하면 깔끔한 식단과 수많은 반찬 등을 생각하게 된다. 먹기에는 좋지만 몇 만원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설성식당의 가격은 6,000원이다. 예전에는 5,000원 했는데 오늘 다시 가보니 천원이 올랐다.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는 착한 가격이다. 음식은 변함이 없을까.

 

남도를 가게 되면 이 식당은 꼭 들린다. 몇 만원씩 하는 한정식에 비하면 다소 투박하고 반찬 가짓수도 많지 않지만 가격을 대비하면 이처럼 훌륭한 식당은 여태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세 시경, 다행히 손님이 별로 없었다. 점심시간에 가면 한두 시간을 기다리는 게 예사였다. 분주한 점심시간을 피해 일부러 늦은 시간에 찾았다. 방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밥상이 들어왔다. 음식이 놓인 상을 통째로 들고 오는 것이 이집의 특징이다.

 

제일 먼저 음식의 맛을 본다.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사실 음식의 맛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몇 번 숟갈을 든 우리는 여전한 음식 맛에 안도를 하였다. 다들 고픈 배를 채우느라 말없이 식사에 열중하였다.

 

이 집의 주 메뉴는 석쇠에 구운 돼지양념불고기이다. 도톰한 돼지고기는 양념과 잘 어우러져 씹는 맛이 좋다. 주꾸미, 조기 등이 조연 역할을 하고 10여 가지의 각종 젓갈과 나물 등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많은 투자를 하여 잘 만들어진 헐리웃 영화가 아니라 저예산으로 감독의 정성이 빼곡하게 담긴 독립영화 같은 진한 맛이 이집 음식의 특성이다.


 

“아주머니, 사진 좀 찍을 게요?

“뭐슬?”

다소 퉁명하게 대답을 한다.


“불고기 굽는 것 사진 좀 찍겠습니다.”

“아, 고기 굽는 거, 이렇게 하고 있으면 돼요?”

그제야 석쇠를 들고 고기 굽는 장면을 연출해 주신다.


“식당이 몇 년이나 되었지요?”

“한 50년 되었지라.”

“이곳에서만 50년 입니까?”

“그라지요. 불고기 정식 하나로 여기서 50년 동안 식당을 했지요.”

 

불고기정식은 1인분에 6,000원이다. 한 명으로는 식사를 할 수 없다. 한 상에 2만원인데 1인이 추가될 때마다 6,000원이 추가된다. 2명이 가도 한 상에 20,000원이니 이왕이면 3명 이상이 가는 게 좋다. 설성식당은 전남 강진군 병영면 삼인리 334-9번지에 있다. ☏ 061-433-1282. 강진읍에서 20~30여 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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