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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비단결보다 더 고운 모래 해변, 샛개


 

비단결보다 더 고운 모래 해변, 샛개

 

해안 절경이 빼어난 흑산도는 기암절벽이 많아 완만한 해변이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진리해수욕장, 배낭기미해수욕장, 샛개해수욕장은 흑산도를 대표하는 해변이다.

 

그러나 면소재지가 있는 진리해변은 사실 해수욕장으로서의 구실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배가 닿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배낭기미해수욕장은 해송과 몽돌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어 흑산도를 대표할 만한 해수욕장이다. 이곳에서는 봄철에 숭어 개매기 축제를, 여름에는 전국바다 수영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상라봉을 넘어 사촌마을을 지나면 소사리가 나온다. 마을 앞에 모래등성이가 있어 잔모래미라고 불렸던 소사리를 벗어나자마자 바닷가로 한적한 해변이 보인다. <샛개> 해변이다.

 

<샛개>는 소사리와 여티미라고 불리는 천촌리 사이에 있다. 소사리와 천촌리 사이에 개울이 있다하여 <샛개>라 불리게 되었다.

 

해변은 고요하였다. 관광택시에서 내린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해변으로 달려갔다. 해변이 시작되는 언덕의 끝, 굵은 소나무에는 그네가 매달려 있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아주머니들이 서로 그네를 타려 다투었다.

 

백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눈을 의심하였다. 처음에는 여느 해수욕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래 해변이었다. 바다로 점점 다가서자 도무지 모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감촉이 발바닥으로 전해졌다.

 

비단이 곱다 한들 이보다 부드러울까. 전국의 내로라하는 해변을 걸어 보았지만 이곳만큼 부드러운 모래를 가진 백사장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서걱서걱 밟혔던 모래알이 해변으로 걸어 갈수록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해변 바로 앞의 모래밭은 눈으로는 모래 입자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거울처럼 맑아 바다의 푸른 빛깔이 모래에 반사되었다. 누군가가 푸른 비단을 깔아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파도마저 고운 모래를 어쩌지 못하고 살며시 다가왔다 조용히 물러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바다에서 멀어졌다. 여행자는 가만히 해변을 걸었다. 오래 머물고 싶었다. 푸른 비단처럼 고운 이 해변에 한참을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해는 넘어갔고 여행자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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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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