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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300년 동백나무숲이 지킨 150년 된 홍도 죽항당산


 

의 눈물, 붉은 애달픔-홍도 죽항당산
- 300년 동백나무숲이 지킨 150년 된 홍도 죽항당산

 

홍도의 두 마을 1구 마을과 2구 마을에는 당산숲이 있다. 주민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당산에는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가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둘레가 2미터가 넘는 거목도 있다고 하나 아쉽게도 여행자는 보지 못했다.


 

부두가 있는 1구 마을에서 양산봉 방면의 골목길을 접어들면 갯마을의 정취는 끝이 나고 거짓말처럼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홍도 1구 죽항竹項당산이다. 1구 마을은 죽항마을, 2구 마을은 석촌마을로 불린다.

 

봄이 왔는데도 붉은 동백은 여전히 가지에 매달려 있다. 꽃이 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긴 겨울을 이겨온 동백은 쉬이 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붉음을 토하고 있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게 허리를 굽힌 동백나무가 인상적이다. 제당을 향한 나무의 깊은 경외는 여행자를 숙연하게 한다. 기어이 바닥에 떨어진 꽃잎은 뭇사람들의 희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 생명에게 그 자리를 내어 줄 준비를 한다.


뿌리는 깊다. 하늘이 그리워 뿌리는 겨우내 언 땅을 비집고 나와 슬픔을 덜려 한다. 정호승 시인이 다산초당 가는 길에서 읊은 시가 이곳에도 어울린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로 가서 다시 잎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죽항당산은 매년 정월 초사흘이 되면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마을 제사를 지내왔던 곳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150년 이전에 조성되었다가 현종 13년인 1847년에 감찰 벼슬을 한 김씨에 의해 기와집으로 건립되었다고 한다.

 이 당산숲에 가만히 있으면 갖은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세상의 소리는 차단되고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그리고 머~얼리 파도소리...


당제는 197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어 관리 부족으로 당집까지 허물어졌다. 2003년에 다시 당터를 복원하고 2007년에 고증을 거쳐 신당과 제당을 복원하였다. 이 당산숲은 300백여 년 된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당산숲 언덕에 서면 홍도의 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의 당신은 <산신>과 <당할아버지>로 매년 초사흘 자시(23시~1시)에 위쪽에 있는 동백나무 신목 밑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바로 밑에 있는 잣밤나무 신목 아래에서 당할아버지를 위한 제를 올린다고 한다. 당제가 끝난 다음날에는 선창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둑제>를 지내고 홍도의 수호신인 거북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용왕허수아비를 띄워 액을 물리치는 의례로 끝이 났다고 한다.

 

2구 마을의 성황당에는 흑산도의 진리당과 비슷한 전설이 전해온다. 먼 옛날 홍도에 피항했던 배가 풍랑 때문에 계속해서 출항을 못하자 총각 한 사람을 섬에 두고 떠났다. 홀로 섬에 남겨진 총각은 날마다 성황당 앞 동백나무 위에 앉아 풀피리를 불며 향수를 달랬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고향을 그리던 청년은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다정큼나무와 남문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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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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