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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이틀간 찾은 중리마을 '신비의 바닷길'과 일몰






 

이틀간 찾은 중리마을 '신비의 바닷길'일몰

 

 한적한 어촌마을 ‘중리’. 해남 땅을 여행하면 흔히 땅끝과 송호해변은 둘러보아도 이곳은 쉽게 빠뜨리는 곳이다. 꼭꼭 숨겨진 이 어촌마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허준의 유배지 촬영장소가 되면서부터였다.

 

전날 바닷길이 열리기 전 '대섬'

 중리마을이 주는 매력은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주는 한적한 데에 먼저 있다. 혹은 땅끝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라는 데에 있다. 그것마저도 만족을 할 수 없다면 이곳은 매일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는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바닷길이 열린 '대섬'


 전날 해가 바다로 떨어지기 전에 중리를 찾았었다. 마을로 내려가는 농로 주위에는 온갖 푸성귀들이 바닷바람을 맞아 푸르게 잘 자라고 있었다. 파도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촌이었지만 나는 더 이상 이방인은 아니었다.

 

전날 바닷길이 열리기 전 대섬 사진(위)과 다음날 확연히 드러난 바닷길(아래)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부둣가를 향해 걸어가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아이 둘,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인 듯한 중년의 부부, 할아버지 한 분이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갔다. 조용한 어촌마을에 근래에 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든다고 하였다. 일몰을 보러 오는 이도 있지만 대개 갈라진 바다를 보러 온다는 것이다. 매일 두 번 열리는 바닷길이 주민들에게는 일상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신비와 경이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일몰이 아름다운 이 작은 두 섬도 물이 많이 빠지면 뭍과 이어지는 길이 생긴다.

 

 그날은 다 늦은 오후에 중리바닷가를 찾아서 바닷길을 볼 수 없었다. 바닷길이 열리는 장소는 마을 앞에 있는 대섬(죽도)이다. 평소에는 바닷물이 가득 차 대섬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된다고 하였다.


 

 대섬뿐만 아니라 일몰이 아름다운 포구 오른쪽의 작은 두 섬도 바닷길이 열린다고 하였다. 대섬은 매일 바닷길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이 작은 두 섬은 물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만 육지와 완전히 연결된다고 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개략 오전 12시경이라고 하였다. 그때 열린 바닷길은 두 세 시간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가 서서히 물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밤에도 길이 한 번 더 열리니 하루에 두 번 섬과 육지는 만나는 셈이다.


 
 

조용한 어촌 마을 중리에 해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곳의 일몰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마을 주민들은 하나 둘 포구를 떠났고 나는 해가 바다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서야 포구를 떠났다.


 

 다음날 나는 이곳을 다시 찾았다. 멀리 마을이 보였다. 제일 궁금했던 대섬의 바닷길을 확인하였다. 거짓말처럼 대섬과 육지는 긴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바닷길이 서서히 열리는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날 섬으로만 여겼던 대섬이 육지로 이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었다.


 

  대섬을 향해 걸었다. 할머니 한 분이 무언가를 캐고 있었다. 바지락이었다. 굴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지금은 바지락만 채취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잠시 머물다 가버렸다. 바닷길에는 할머니와 나 둘이서 차지하고 있었다.


 

  포구 너머 작은 섬 둘도 물이 빠진 상태였다. 바닷물이 빠져 두 섬은 연결되었으나 뭍으로 이어지는 길은 열리지 않았다. 물이 아주 많이 빠지는 날에만 열린다고 하니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로서는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으리라.

 

 대섬에서 본 중리마을 전경


  대섬까지 걸어갔다 다시 나오니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신기한 눈요깃거리지만 이곳은 원래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들의 공간을 내가 잠시 빌렸을 뿐이라는 생각에 마을을 떠났다.



 ☞ 여행팁 중리마을은 땅끝에서 송호해수욕장 방면의 77번 도로로 가면 된다. 송호해수욕장을 지나 송지면소재지 방면으로 10여 분 가면 길 왼쪽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