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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땅끝에서 만난 하늘끝 암자, 달마산 도솔암




 

땅끝에서 만난 하늘끝 암자, 달마산 도솔암

 

 우리나라 육지의 끝인 해남은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을 간직하고 있다. 땅끝으로 가는 77번 도로는 산과 들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땅끝에 이른다. 땅끝에서 다시 남해의 풍경을 끼고 송지면에 이르면 멀리 달마산이 보인다.


 

 달마산은 해발 489m 밖에 되지 않은 산이지만 그 자태는 사뭇 당당하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한 줄로 길게 늘어선 12km 정도의 달마산 능선은 한 눈에 보아도 예사 풍경은 아니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공중에 휘날리고 그 아래에 마을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다.



 

 도솔암은 달마산 도솔봉에 있다. 송지면 소재지를 지나 미황사 가는 길로 접어들어 1km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미황사 가는 길을 버리고 우회전하면 마봉리이다. 마봉리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 도솔봉 중계소 탑을 보며 산길을 달리면 그 끝에 도솔암 간이 주차장이 있다. 여기에서 800m 정도 오붓한 산길을 걸어가면 도솔암에 이른다.



 

 중계소 못 미쳐 작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도솔암까지 800m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땅끝에서 만난 하늘끝 암자라고 지레 짐작하여 암자로 가는 길이 상당히 험할 것이라고 상상하였으나 길은 그 반대였다.


 

 암릉으로 된 달마산 능선과는 달리 암자로 가는 길은 부드러운 흙길이다. 숲이 해를 가려 따가운 햇살도 피할 수 있거니와 숲을 벗어나면 곳곳이 전망대이다. 암자로 가는 길은 달마산의 수려한 산세를 감상하며 가는 즐거운 산길이다.


 

 달마산이 남도의 소금강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하늘을 향해 솟은 다양한 형상의 바위 군락들과 멀리 보이는 남해 바다, 점점 떠 있는 섬들과 완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암자로 가는 발길을 중간중간 멈추게 한다.



 

 삼십여 분 걸었을까. 바위 벼랑이 앞을 가로막더니 그 사이 벼랑 위로 도솔암이 보인다. 하늘로 가는 돌층계 끝에 암자가 나는 듯이 자리하고 있었다. 암자의 사면은 바위이다. 오로지 암자로 가는 길만 뚫려 있을 뿐 동서남북이 막혀 있다.


 

 바위가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운 자리에 도솔암은 있었다. 암자 마당에 올라서니 세상이 발아래에 있었다. 법당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를 다시 한 번 바위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었다. 두 겹의 꽃잎 속에 법당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사면으로 막힌 바위 속에 암자가 있다 보니 터는 비좁을 수밖에 없다. 작은 법당 하나와 손바닥만한 앞마당이 암자의 전부이다. 간혹 깨어진 기와조각이 나뒹굴고 있어 이곳에 예전부터 암자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도솔암은 통일신라시대 말 당대의 고승 화엄조사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의상대사가 선택한 곳은 언제나 전망이 장쾌한 곳이다. 또한 의조화상이 미황사를 창건하기 전에 도솔암에서 수행 정진하였다고 한다.



 

 이후 암자는 터만 남고 여러 차례에 걸쳐 암자를 복원하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다가 2002년에 오대산 월정사에 있던 법조스님이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곳 도솔암터가 연속 3일간 꿈에 나타나 복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솔암의 앉은 자리도 예사롭지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법당이 들어선 자리가 너무나 절묘하다. 하늘 끝에 공중 정원처럼 매달린 암자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심마저 든다. 산꼭대기에 있으니 일출과 일몰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천혜의 공간이다.


 

 예전에는 터만 남아있던 곳에 2002년 암자를 복원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달마산과 미황사 일대가 국가지정 명승지정이 예고된 상태여서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