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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가정집 같이 푸근한 암자 '대각암'

가정집 같이 푸근한 암자 '대각암'
-노란 산수유나무 가지가 연못에 잠기다.



선암사 경내의 물줄기가 모이는 삼인당 옆에는 길손들이 쉬어가는 찻집이 있다. 찻집 곁으로 난 샛길을 접어들면 대각암 가는 길이다. 선암사는 사시사철 몰려든 인파로 붐비지만 암자 가는 길은 조계산을 넘어 송광사가는 등산객들 외에는 인적이 뜸하다.


돌길을 따라 얼마간 가면 암자로 가는 길은 시멘트 길이다. 암자를 찾는 이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번듯한 이 길이 다소 생경하지만 암자로 이르는 길은 짙은 수림이 우거진 한적한 길이다. 느릿느릿 봄기운을 느끼며 오르다 보니 길 왼편에 거대한 마애불이 잠시 발길을 잡는다.


한 300여 미터 정도 올랐을까. 널찍하니 시야가 탁 트인 곳에 대각암이 소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암자 앞으로는 제법 너른 텃밭이 펼쳐지고 대숲에 둘러싸인 향기로운 흙길이 암자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산세를 자랑하는 조계산처럼 대각암도 그러하였다. 한적한 암자의 자리매김도 가정집같이 푸근한 느낌을 준다. 차나무와 꽃나무들이 듬성듬성 심겨져 있는 텃밭에는 봄을 캐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한가롭다.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를 중창 불사할 때 머물렀다고 하여 '대각암'이라 하였다. 기와로 두른 연못 하나, 발을 친 해우소, 연못을 감상하기에 좋은 대선루, 법당 하나, 연못에 노란 가지를 드리운 산수유 나무, 매화나무, 요사채가 암자의 전부이다.


이따금 멀리서 들려오는 등산객들의 주고받는 말들이 바람에 뭉쳐서 들려올 뿐..... 노란 산수유 가지가 연못에 잠긴 꿈 속의 긴 침묵이 암자에 있을 뿐이었다.


대선루 아래로 법당을 오를 수 있는 층계가 있으나 연못으로 인해 왼쪽의 쪽문을 통하게 되어 있다. 출입문이 다소 생뚱맞지만 바람에 너덜거리는 문짝이 암자를 더욱 깊게 한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간다. 법당 옆 샘에서 솟은 물줄기가 절마당 아래를 지나 대선루에서 폭포를 이루어 떨어진다. 꽃이 피니 물이 떨어진다.


신을 고이 벗어 대선루에 올라 본다. 열려진 문 사이로 봄이 밀려온다. 누각에 앉아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와 매화의 향을 맡아 본다. 한가로이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떼가 은빛 몸을 번득거린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주인 없는 암자에 물 한 잔을 기대할 수 없어 제 손으로 한 모금 마신다. 법당 뒤로도 텃밭이 잘 일구어져 있다. 부지런한 산승의 손길은 조금의 땅이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앙증맞은 굴뚝 뒤로 부도 한 기가 있다. 대각국사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똘이장군처럼 다부져 보이는 부도 한 기는 오랫동안 암자와 함께 했으리라.


연못 주위를 몇 번이나 돌고 나서야 암자를 떠났다.

대각암은 선암사 강선루를 지나 삼인당 앞 찻집 옆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400여 미터 가면 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선암사 해우소와 해천당 앞에서 오른쪽 산길로 300여 미터 올라가면 된다. 선암사 경내를 먼저 둘러보고 해우소에서 대각암을 올라 삼인당으로 내려오는 동선이 제일 좋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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