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의 천년

내 생애 최고의 소나무, 묘산 화양리 소나무




내 생애 최고의 소나무,
묘산 화양리 소나무

- 새해에는 소나무처럼 살고 싶다.(고향 이야기5)


                                  화양리 소나무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나곡마을에 있다.

 묵와고가에서 다시 농로같은 산길을 접어 들었다. 화양리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화양리 소나무가 볼만하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은 있지만 그 실체는 알 수 없었다. 야천신도비를 지나니 비탈길이 심하다. 구불구불 산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주오는 차라도 있으면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길은 좁고 오르막은 점점 심해진다. 가도가도 소나무는 보이질 않는다. 잠시 차에서 내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그렁그렁 억지로 차를 몰아 세우니 어느덧 하늘과 맞닿은 마을이 보인다.

            화양리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해발 500m 가 넘는 오지마을로 비탈길을 3km 남짓 가야 한다.

 묘산면 화양리 나곡마을. 두무산 아래의 시루봉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해발 500m에 위치한 이 오지마을의 논 가운데에 묘산 화양리 소나무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언덕배기에서 보니 노인 세 분이 소나무를 구경하고 길을 나서는 참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무작정 소나무를 향해 뛰기 시작하였다.


" 할배요, 잠깐만요."
" 어이, 사진 찍으러 왔는가베, 오데서 왔노."
" 아, 합천이 고향이라 소나무가 좋다 해서 왔심더."
" 글채, 울도 몇 년 전부터 오볼라 했는데 인자사 왔다. 참, 대단한기라. 한 바꾸 쭉 돌아보소. 정말 대단한기라. 내 평상(생) 이런 소나무는 처음인기라."
 연신 감탄을 하신다.




" 할배요, 부탁이 하나 있심더. 사진 좀 찍게 소나무 앞에 좀 서 줄랍니꺼. 사진을 찍어도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큰 줄 알 수가 없다 알미꺼."
" 그라제, 내가 오늘 그라모 모델이 되는기가."
" 맞심더. 저 소나무 아래 둥치에 좀 서줄소."
" 가만 있어 봐라. 내가 지금 옷이 두꺼운데, 이 돗바(점퍼) 벗을까. 이 큰 소나무가 작게 보이모 안된다 아이가."
" 괜찬심더. 날도 추운데, 입고 있을소."
 고맙게도 할아버지는 소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신다. 수백년된 소나무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할아버지는 예전부터 한 몸인 것처럼 보였다.


 할아버지 덕분에 사진으로도 어림짐작 소나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화양리 소나무는 나무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고 가지가 용처럼 생겨 구룡목龜龍木 이라고도 하였다.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목으로 섬겨져 왔다.

                                                    가지가 용처럼 생기고

 처진 꼬리로 땅을 쳐 하늘로 솟는 용의 모습이 이와 다를까. 가지조차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웬만한 나무보다 크다. 그 무게를 지탱하기가 힘이 들어 버팀목에 몸을 맡기고 있다. 바람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다만 가지 끝을 이따금 흔들어 바람을 배웅할 뿐이다.

                              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어 '구룡龜龍송(목)'이라고도 한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광해군 5년인 1613년에 연흥부원군 김제남이 영창대군을 왕으로 추대하려 한다는 모함을 받고 역적으로 몰리게 되었다. 3족이 멸하게 되자 김제남의 육촌뻘 되는 김규金揆 공이 이곳으로 도망왔다고 한다. 김공은 구룡송이라고도 하는 이 나무 아래 잠시 잠이 들었다. 비단 옷을 입은 여인이 물을 길러 가는 꿈을 꾸었는데, 잠을 깨어 꿈의 그곳을 파보니 맑은 물이 솟았다. 이에 그 샘을 나천羅泉이라하고 마을명도 나천이라 하였다고 한다. 김공은 이 소나무 밑에 초가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나무 한 그루가 줄 수 있는 감동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금새 하늘을 향해 승천이라도 할 것 같은 자태에 놀라움도 잠시, 나뭇가지가 처진 둘레로 울타리가 보였다. 이 한 그루의 소나무가 차지하는 공간만 해도 족히 200여 평은 될 듯하다. 여름이 오면 이 넓은 대지에 그늘을 드리워 피곤에 지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이 나무 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평온한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나의 여행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그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고목이 된 밤나무와 소나무

 합천읍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가면 묘산면 소재지이다. 묵와고가가 있는 화양리 화양마을에서 3km 남짓 가면 나곡마을에 소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2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소나무의 나이는 4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키가 17.5m, 가슴 높이의 둘레가 5.5m로 가지는 밑동에서 3m 높이에서 갈라져 다시 아래로 처지 듯 발달하였다.


     Daum 블로그(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