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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금개구리 사는 통도사의 대표 암자, 자장암

금개구리 사는 통도사의 대표 암자, 자장암
- 장엄하게 펼쳐진 만다라의 세계


통도사는 삼보사찰의 명성에 맞게 부속암자가 많다. 통도사 자체가 불교 건축을 이해하는 교과서적인 절집의 면모가 있다. 연중 사람이 붐비는 통도사에서 절집의 한적함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절집의 배치, 건축, 각종 법당 등에서 불교 문화를 이해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통도사의 부속암자는 꽤나 많다, 산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관음암, 보문암, 무량암, 축서암이 있다. 포장길을 따라 얼마간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암자 가는 길'이라는 글귀를 따라 왼쪽으로 난 길을 가면 암자가 곳곳에 있다. 취운암, 보타암, 서운암, 사명암, 옥련암, 백련암, 수도암, 안양암, 반야암, 비로암, 백운암, 서축암, 극락암, 금수암, 자장암 등이 있다.


이 많은 암자를 하루만에 순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중 나는 극락암, 안양암, 자장암, 백련암을 순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극락암은 익히 그 명성을 들어 잘 알고 있었고, 안양암과 자장암은 통도사 팔경 중의 하나다. 특히 안양암은 통도사의 제일 전망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주석하였고 아직까지 살고 있다는 금개구리가 신비로운 암자이다. 백련암은 전망이 가장 좋다하여 마지막으로 추가하였다.


그러나 암자 순례의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해는 산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강추위에 손은 이미 감각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백련암 순례는 하는 수 없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분명 아름다운 일이다.


통도사에 가서 암자를 순례하지 않고는 통도사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찰이 주는 위용과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이들은 암자를 가라. 화엄사는 알아도 연기암, 구층암, 금정암을 가본 이는 드물다. 큰 절집을 가보는 것도 의미 있으나 때론 암자를 한적하니 거닐어 보는 것도 마음의 평안을 줄 것이다.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짓기 전에 머물던 유서깊은 암자이다. 계곡이 시원하고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가 아름다워 통도사 팔경 중의 하나로 당당히 손꼽힌다.


자장암은 극락암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유인즉슨 자장암에 살고 있다는 금개구리 때문이다. 법당 뒤쪽 바위 구멍에 살고 있다는 금개구리는 자장율사가 머물 때부터 이곳에 살며 자장암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천 삼백여 년 전 자장율사가 옹달샘에 물을 뜨러 갔을 때 보았다는 금개구리가 아직까지 머물고 있다니 혹시 몇 십대 후손이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역시 속인은 속인이다. 겨울에 겨울잠도 자지 않고 일년에 삼십일에서 사십일 정도 모습을 드러낸다 하니 모든 게 불가사의할 뿐이다.


여행자도 '촬영금지'라고 씌인 구멍바위를 한참이나 보았다. 신심이 약하고 마음이 컴컴해서인지 끝내 금개구리를 볼 수 없었다. 비단 금개구리가 아니더라도 자장암은 통도사 산내암자 중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계곡 속에 깊이 침잠해 있는 자장암은 바람마저 쉬어가는 참선도량이다.


자장암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ㄷ자형으로 조각된 4m에 이르는 마애불이다. 1896년에 조성된 이 마애불은 삼면에 조각되어 있어 빛의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통도사에서 맛보지 못한 호젓함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은 자장암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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