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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지리산 백장암 스님들의 월동준비

 

 

 

지리산 백장암 스님들의 월동준비

 

지난 12월 6일 동안거 첫날, 지리산 산중 암자가 부산스러웠다. 스님들이 대숲 너머의 선방을 나와 월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깊은 산중이라 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다. 숭숭 뚫려 있는 건물 틈새로 드나드는 바람을 막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곳 지리산 백장암에서 동안거에 참여한 스님은 모두 아홉 분.

어디서 오셨는지를 물었다.

“법주사에서 왔어요.”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스님은 막힘이 없다.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스님은 막힘이 없다.

“스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여기요.”

포대화상 같은 얼굴을 한 다른 스님이 느닷없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법주사에서 온 스님이 혹시나 잘못 들었나 하며 거들었다.

“스님,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 있는데요.”“저기요”

이번에는 땅을 가리켰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일제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선방을 내려온 스님 대여섯 분이 의견을 나누더니 마침내 합의가 된 모양. 창문과 문 틈새로 들어올 사나운 바람을 막기 위해 아예 비닐로 건물 외벽을 두를 작정이다. 가만히 의논하던 끝에 순식간에 역할 배분이 되었다. 모든 일은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소리 없이 진행되었다.

 

 

해우소에 잠시 다녀온 사이, 스님들은 이미 작업을 끝내고 작업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이내 선방으로 사라졌다.

 

 

원래 승려들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탁발로 의식을 해결했다. 그러나 인도에서 우기가 되면 땅속에서 벌레들이 나와 밟아 죽일 염려가 있었다. 게다가 질병까지 나돌아 돌아다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제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기의 3개월 동안 돌아다니는 것을 중지하였는데, 이것이 안거(安居)라는 제도이다. 한국에서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를 하안거, 10월 15일에서 1월 15일까지를 하안거로 삼고 있다.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 마치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이 석 달 동안 승려들은 산문을 나서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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