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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기행

느린 아날로그 풍경이 좋았던 대만기차여행

 

 

 

 

 

느린 아날로그 풍경이 좋았던 대만기차여행

 

대만 여행이 이틀로 접어들자 바깥 풍경이 친숙해졌다. 잿빛, 아니 무채색의 이 도시가 낯섦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순수함으로 오히려 다가온 것이었다. 타이베이는 인구 700만의 대도시임에도 전혀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101타워전망대에 가서야 대도시의 번잡함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여행 2일째, 오늘은 타이베이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갈 계획이다.

 

 

송산역에 들어섰다.

 

 

타이베이 도심에 있는 송산(松山)역은 지하철역과 기차역이 같이 있었다.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기차역 풍경.

 

 

매표를 한 후 기차역으로 향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타이루거 협곡이 있는 신성역, 출발하기에 앞서 빵집에 들어 간식을 샀다.

 

 

지하에 있는 기차역은 지하철도 지나가서 기차역이라기보다는 지하철역 느낌을 더 준다.

 

 

대만의 기차들도 우리나라처럼 여러 등급이 있었다. 크게 고속열차와 직행열차(자강호)와 구간열차(완행열차)로 나뉜다.

 

 

우리가 탄 기차는 '자강(自强)', 익스프레스 호였다.

 

 

이름대로 하면 고속열차인데 실은 직행열차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수준이었다. 다만 대만이 산악지대가 많은 걸 고려하면 이 기차 또한 고속에 속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실 산악지대의 특성으로 도로망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대만은 육로로 이동하면 시간이 갑절이나 더 걸린다.

 

 

좌석 번호는 우리와 달리 짝수와 홀수로 좌우가 나누어진다.

 

 

시내를 빠져나온 기차가 제일 먼저 선 곳은 빠두(八堵)역. 우리나라의 도시 외곽 기차역과 비슷한 풍경이다.

 

 

빠두역을 지나자 한적한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터널을 지난 기차는 스펀(十分)을 지나 이윽고 솽시역에 도착, 깊은 협곡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영동선을 타고 백두대간을 지나는 풍경 같다.

 

 

지도를 꺼내 기차가 지나는 위치를 확인한다. 기차로 떠나는 여행은 한국이든, 외국이든 아날로그적 풍경이다.

 

 

따리(大里)역에 이르자 바다가 보였다. 날씨가 흐려 회색빛이었지만 드넓은 동해는 우리의 바다와 흡사했다.

 

 

바다를 왼쪽에 끼고 한참이나 달리던 기차가 잠시 쉰 곳은 터우칭(頭城)역, 승강장에 놓인 나무의자가 인상적이었다.

 

 

터우칭부터는 논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드넓은 평야지대가 이어졌다.

 

 

쟈오시(礁溪)역 승강장 의자가 눈길을 끈다. 콘크리트로 만든 의자가 앙증맞다. 간이역에 퍽이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오시역을 지난 기차가 큰 도시를 만난다. 이란(宜蘭)시이다. 드넓은 평야지대에 있는 이란시는 대만의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다.

 

 

기차가 지나는 곳이 어디인가 헷갈릴 때마다 옆자리에 앉은 대만 할머니에게 종종 물었다. 여행자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역시 보디랭귀지는 세상의 모든 언어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하는 많은 말씀을 다 알아 듣기는 힘들었지만 금세 친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찻길은 뤄동(羅東), 수아오, 난아오, 허런, 신성을 지나 화련까지 이어진다.

 

 

기차가 시내를 가로지르자 오토바이를 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대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전용도로까지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오토바이가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수아오역을 지나 난아오역.

 

 

한국의 오지 간이역에서처럼 푯말만 외로이 오도카니 서 있다.

 

 

드디어 타이루거 협곡으로 가는 신성역에 도착.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작고 허름한 역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타이루거 협곡을 둘러보고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기차. 오후 4시 53분에 신성역을 출발하여 7시 16분에 타이베이역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기차는 신성역을 출발해서 뤄동, 이란, 치두, 송산을 거쳐 타이베이역에 내렸다.

 

 

역무원이 검표를 하고, 마침 저녁시간이라 기차에선 도시락을 팔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거의 모든 승객들이 도시락을 먹었다.

 

 

 

타이베이역은 수도의 역답게 인파로 넘쳤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 건물 내 로비의 엄청난 크기였다. 의자가 아닌 바닥에 사람들이 주저앉아 기차를 기다리거나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이색적이었다. 섬인 대만은 습한 편이어서 어디를 가도 냉방이 잘 되어 있다. 기차 안도 에어컨이 빵빵해서 여름이더라도 바람막이 옷 정도는 준비해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대만에서의 기차여행은 느린 아날로그적 느낌이 충만했던, 아주 편안한 여행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