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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매화 향기 따라 광양불고기 미식여행

 

 

 

 

매화 향기 따라 광양불고기 미식여행

 

섬진강을 건너 따스한 햇살을 간직한 고을, 광양에 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의 고장, 봄의 전령지로 불리는 이곳의 햇살은 나른했다.

 

 

섬진강 광양매화마을이 아니더라도 광양 땅 곳곳에선 산비탈에 하얗게 핀 매화를 볼 수 있었다. 매화 향에 한껏 취했다 그 유명한 광양불고기특화거리를 찾았다. 쇠고기를 구리 석쇠에 놓아 참숯불에 구워먹는 이 재래식 고기구이는 이제 광양이라는 이름에 늘 따라붙는다.

 

1999년부터는 아예 광양불고기 이름으로 축제도 열린다. 예부터 "天下一味 馬老火炙"(馬老: 광양의 옛 지명)이라 했거늘. 광양에 와서 숯불구이를 먹어야만 광양을 다녀갔다는 말이 된다고 했다.

 

 

광양불고기거리에서 제일 유명한 삼대광양불고기집을 찾았다. 요즈음은 어디 가도 맛이 비슷하다고 했지만 일단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일단 입 떡 벌어졌다. 바깥에서 보기엔 작은 식당이라 여겼는데, 긴 복도를 따라 수십 개의 방이… 엄청난 규모였다.

 

 

방문 앞마다 신발이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가 없다고 했다. 적어도 4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 뭐 기다릴 게 있냐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다. 빈자리가 생기면 전화를 주겠다는 주인.

 

 

바로 옆에 있는 다른 불고기집을 찾았으나 그곳에도 역시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다음 집을 찾았으나 역시 마찬가지.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결혼식 피로연 때문이었다. 1인분에 2만 원이나 하는 비싼 소고기를 먹으니 광양에선 결혼식에 갈 만하겠다 싶다. 결혼식 하객 중에 1인분만 먹는다는 보장이 없을 텐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라 여겼다.

 

 

근데 나중에 이 비싼 불고기가 왜 피로연 음식으로 적당한지 알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개의 고기집이 고기 먼저 먹고 식사를 내오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선 처음부터 불고기와 함께 식사가 한상으로 차려지고 있었다. 고기를 먼저 먹는 방식은 추가 고기를 계속해서 시켜도 되지만 한상으로 나오는 이런 곳에선 손님 입장에서 추가 고기를 시키기가 다소 머쓱할 수밖에 없겠다 싶다. 손님 입장에선 한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자리가 났다고 전화가 왔다. 자리를 잡자 곧바로 상이 차려진다. 불고기라 해서 양념이 된 줄 알았는데, 겉보기에는 그냥 생고기로 보인다. 붉은 고기 색깔이 식욕을 상당히 돋우는….

 

 

일단 석쇠가 달구어지기를 기다려서 고기 몇 점을 집게로 집어 굽기 시작.

 

 

고기의 맛은 인내심이 좌우, 딱 한 번만 뒤집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특히나 소고기는 살짝… 육즙이 살아 있도록….

 

 

한참 고기를 굽고 있는데, 때마침 사장님이 등장, 고기 굽는 법에 대해 설명하려다 고기 굽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설명할 게 없다고 한다. 다만, 한 번 뒤집은 후에 30초 정도만 있다고 바로 먹으면 된다는 말만 남겼다.

 

 

사실 여행자는 고기 굽는 데에는 다소 소질이 있는 편. 절대 태우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자, 보시라! 이 정도의 자르르 육즙이라면,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녹아 버린다.

 

 

마치 구운 것이 아니라 수육을 한 것처럼 윤기 흐르는 살이 탱탱하다.

 

 

구운 불고기로 쌈을 싸먹을 정도로 양념이 깊이 배운 숙성된 불고기는 부드러웠다. 다시 굽기를 몇 번 반복, 밥과 함께 먹으니 1인분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몇 인분은 거뜬히 해치우겠지만.

 

 

고기값은 1인분에 한우는 2만 원, 호주산은 1만5천 원이다. 광양의 작은 식육점에서 백운산 참숯을 이용하여 청동화로와 구리석쇠에 구워냈다는 광양불고기. 이참에 봄기운 물씬 풍기는 남도로 미식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