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앞바다 갈매기 날던 날!
여행 마지막 날, 감포를 찾았다.
경주를 여행하다 지겨울 만하면 문득 동해로 빠지곤 했다.
보문호, 덕동호를 지나 추령을 넘어 양북면 가는 길은
천 년 전 회상의 길이기도 하다.
국도 4호선은 감은자지 석탑에 이르러 스멀스멀 사라지고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올려 뻗은 31번 국도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간다.
이견대에서 내려다본 문무대왕릉은 햇살에 번득이고
봉길해변은 갈매기가 점령했다.
동해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31번 국도를 따라
읍천으로 가는 길,
차를 잠시 세우고 갈매기들의 비상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문무대왕릉의 전설은 파도에 쉼 없이 밀려왔다 아득히 멀어져간다.
감포 앞바다는 이미 관광객과 갈매기들의 놀이터,
호국의 신성한 땅이 한낱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푸념은 경직된 권위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어릴 적 무덤에서 논 아이는 죽음이 단지 경배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라는 걸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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