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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노골적인 이름에 맛이 기막혔던 기양초 다슬기부추돌솥밥

 

 

 

 

노골적인 이름에 맛이 기막혔던 기양초의 다슬기부추돌솥밥

 

전북 완주 송광사에서 위봉산성 방면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작은 오성제저수지를 품고 있는 오스갤러리를 지나 오성마을에는 기양초라는 한 식당이 있다. 이런 외진 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일단 외양은 깔끔하다. 산속에 들어앉은 건물 몇 채가 주변 풍경과 퍽이나 잘 어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최신식의 건물이 아니라 왠지 기존에 쓰던 가옥을 다시 개조한 듯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영남대 이 선생님이 이 집을 추천했다. 완주에서 이틀 동안 세미나를 하면서 이 선생님은 모든 일정을 꼼꼼히 점검했다. 특히 식사도 일일이 챙겼는데, 죄다 자연식 위주로 먹거리를 선택했다. 인터넷 서핑과 완주군청에 직접 문의를 해서 얻은 정보였다. 이 집 '기양초'도 이 선생님의 노력이 없었다면 맛보지 못했을 식당이었다.

 

 

이 집의 주 메뉴는 다슬기돌솥밥이다. 다슬기돌솥밥이라. 다솔기라는 이름과 돌솥밥이라는 이름을 각기 두고 보면 낯설지 않으나 다솔기돌솥밥이라는 한 단어가 되었을 때는 과연 어떤 음식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다슬기와 돌솥밥의 조합은 과연?

 

 

입구 외벽에는 '발효가족'이라는 드라마 촬영장면이 붙어 있다. 실내 벽에는 제6회 완주 맛고을 음식품평회에서 전통상을 받았다는 상장이 있다.

 

 

식당 안에 들어서자 지압을 할 수 있는 넙적한 돌이 있다. 출입구에 두는 소금 포대와 같이 일종의 액운을 막기 위한 방사의 의미도 있겠다.

 

 

실내는 깔끔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하니 정갈했다. 마당으로 낸 넓은 창이 실내를 더욱 밝게 한다. 적절한 빛은 분위기마저 따사롭게 하고 음식마저 돋우게 한다.

 

 

미리 예약한 터라 한 상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찬거리였지만 이곳에는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고 오로지 자연산 유기농으로만 요리한다고 한다.

 

 

접시 가득 담긴 부추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부추는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시고 맵고 떫으며 독이 없다. 날 것으로 먹으면 아픔을 멎게 하고 독을 풀어주고 익혀 먹으면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추를 '기양초'라고도 부르는데 이 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소 노골적인 ‘기양초’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양기가 부족한 것을 다스리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기능을 항진시킨다고 하니 '기양초'라는 이름에 걸맞다 하겠다.

 

 

밑반찬으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나 인공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았다고 하니 건강한 맛이 절로 나는 듯하다.

 

 

 

 

 

 

 

 

 

 

 

 

 

 

호박죽을 한 그릇 비웠더니 다슬기부추돌솥밥이 나왔다. 하얀 밥 위에 수북이 쌓인 다슬기 알갱이가 입맛을 돌게 한다.

 

 

다슬기 돌솥밥의 조리 방법은 먼저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삶아 육수를 낸다. 다음으로 다슬기를 별도로 정리해 놓고 쌀을 깨끗이 정제하여 놓은 후, 쌀에 육수와 알갱이를 적당히 넣고 밥을 짓는다.

 

 

이렇게 다슬기돌솥밥이 완성되면 돌솥에서 비빔그릇에 밥을 퍼낸다.

 

 

전혀 짜지 않는 부추와 파가 송송 들어간 발효 양념소스(간장)을 듬뿍 넣고 쓱싹쓱싹 비벼 먹는다.

 

 

다른 나물을 넣고 비벼먹어도 좋으나 부추만 넣기로 했다.

 

 

이 집에서 나오는 된장 또한 직접 담근 것이라 한다.

 

 

입안에서 데구르르 구르다 졸깃하게 씹히는 다슬기와 부추의 아삭함이 묘하게 어울려 입안이 금세 황홀해진다. "아, 이런 맛도 있구나!" 일행 중 한 명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하는 말이다.

 

 

짤 것 같아 부추를 적게 넣었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듬뿍 넣으란다. 정말 듬뿍 넣어도 전혀 짜지 않았던 것, 시원한 백김치를 올려 같이 먹으니 금세 맛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정말 마파람에 게는 감추듯 돌솥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약간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건 밥을 덜어내고 남은 돌솥의 누룽지... 그 구수한 숭늉은 된장과 절묘하게 어울려 마지막 입맛을 갈무리한다.

 

 

식사를 끝내고 식당 이곳저곳을 느긋하게 돌아봤다.

 

 

 

다슬기돌솥밥과 각종 장아찌와 잘 어우러진 이곳의 음식은 인근에선 꽤나 알려진 모양이다. 기양초 일명 부추를 주 메뉴로 한 웰빙 식단으로 건강한 밥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침 주방에 부부가 있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식당에 와서 식당주인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한 적은 거의 없다. 그만큼 음식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전해룡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식당은 한옥 펜션도 겸하고 있었다.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365에 있다.(063-247-6667)

 

 

무척 재롱을 피우던 이 개, 동안 너무 외로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