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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가을에 떠나는 가장 제주다운 특별한 오름여행지 10곳

 

 

가을에 떠나는 가장 제주다운 특별한 ‘오름’여행지 10곳

 

제주 오름. 수년 전만 해도 외지인들이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금 특이한 여행 취미를 가지고 있거나,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찾아 나서는 여행 마니아이거나, 4․3 등 제주 역사의 아픈 흔적을 기억하는 이들이 간혹 찾는 곳이었다. 올레길이 생기고 제주의 구석구석까지 여행자의 발길이 미치면서 제주의 오름은 세상에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제주의 깊은 속살까지가 아닌 그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의 하나로 오름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옮기면서 한 줌씩 놓은 것이 제주의 오름이라고 한다. 산굼부리로 대표되는 오름은 '오르다'의 명사형으로 독립된 산이나 봉우리를 이르는 기생화산들을 일컫는 제주말이다. 예전 유배객들이나 뭍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정읍이나 제주시에 가까운 곳은 ‘오름’보다는 ‘산’과 ‘봉’, ’악‘이라는 한자로 쓰이기도 했다. 단산, 송악산, 산방산, 사라봉, 견월악 등이 그것이다.

 

예부터 제주사람들은 오름 주변에 마을을 형성하고 농사와 목축을 하며 생활했다. 죽으면 오름 기슭의 네모난 돌담으로 둘러싼 무덤에 묻혔다. 뭍의 사람들에게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보이는 오름은 제주인들에게 있어서는 삶 그 자체였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우리 땅에서 제주라는 특이한 지형과 그 제주에서 다시 오름이라는 독특한 풍광을 만나게 된 건 분명 행운이다. 단언컨대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하는 건 오름이다. 그중 제주의 대표적인 오름 10곳을 뽑아 가을여행을 떠나 보자.

 

다랑쉬오름에서 본 한라산과 오름들

 

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흔히 다랑쉬오름을 ‘제주 오름의 여왕’이라고 한다. 한라산, 우도, 성산 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 동부 오름의 대명사로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오름에 쟁반같이 뜨는 달의 모습이 아름답다 하여 붙인 제주말이란다. 혹은 굼부리(분화구)가 달의 모습처럼 둥글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월랑봉月郞峰'이라고도 부른다. 오름의 밑지름이 1,000여 미터이고 전체 둘레가 3,400여 미터나 될 정도로 넓은 오름이다. 정상의 분화구는 깊이가 115미터나 된다고 하니 그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 다랑쉬오름은 설문대할망이 흙을 놓자 너무 도르라져서 손으로 탁 친 것이 너무 깊이 패여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4.3항쟁 당시 오름 주위의 20여 가구가 살고 있던 마을이 군,경 토벌대에 의해 파괴되고 오름의 자연굴에 피난 갔던 마을사람들이 토벌대에 의해 몰살을 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원시림 빽빽한 산정호수, 물찻오름

지금은 ‘사려니숲길’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알려진 물찻오름 가는 길은 여행자가 갔던 수년 전만 해도 찾는 이 거의 없는 원시림 속의 오름이었다. '물찻오름'은 제주도의 기생화산 중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가 있는 몇 안 되는 오름이다. 높이는 717m이고 정상의 분화구(굼부리)에 물이 고여 있고 오름 둘레가 '찻(城)'과 같다고 하여 '물찻오름'이라고 했다. 2008년 12월부터 출입을 제한해 온 물찻오름은 2014년 7월에 개방 예정이다. 중간에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내년 7월, 원시림 빽빽한 숲길과 산정 호수를 만나는 것은 여행자에게 자연이 주는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주도 조랑말, 개오리오름(견월악)

예로부터 흔히 제주의 절경 가운데 10곳을 골라 '영주십경'이라 했다. 그중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한라산 중턱의 초원지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조랑말 떼를 '고수목마(古藪牧馬)'라 하여 영주십경의 하나로 꼽았다. 개오리오름(견월악) 아래 평지에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 목마장'이 있다. 지도에는 ‘경주마방마지’로 나오기도 한다. 이곳에서 키우는 제주마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었다. 제주도의 중산간지대의 목장에서 목가적인 풍경을 즐겨 보자.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거문오름은 숲으로 무성하게 덮여 있어 검게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돌과 흙이 유난히 검어 이름 지었다는 말이 있다. 신을 뜻하는 '검'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어 거문오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전해진다. 예전에는 그 생김새를 보아 '방하오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동쪽 종달리에 있는 거미오름을 동거문오름이라 부르고 이 오름을 서거문오름이라고도 불렀다. 거문 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와 구좌읍 덕천리에 걸쳐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태극무늬를 닮아 태극길로 불리는 탐방로가 있으며, 총 8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탐방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제한된다. 탐방 2일 전까지 탐방안내소(064-710-8981)로 사전 전화예약을 하거나 인터넷 예약 1일 전 오후 다섯 시까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http://wnhcenter.jeju.go.kr>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매주 화요일, 설날과 그 다음날, 추석은 ‘자연 휴식의 날’로 탐방이 되지 않는다. 탐방인원은 1일 400명이며, 기상악화 시 전면 통제된다.

 

 

 

기암절벽과 해안절경의 으뜸, 송악산

노인의 중절모같이 봉긋 솟은 산방산을 길잡이삼아 해안 쪽으로 올라서면 송악산이다. 이곳에선 가파도와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육안에 들어온다. 송악산도 일종의 오름으로 지질학적으로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이중분화구다. 산 정상에는 수중분화와 육상분화라는 2중 폭발을 거친 제1분화구와 제2분화구가 있다. 1차 폭발로 형성된 분화구에 다시 2중 폭발이 일어나 분화구가 둘이나 형성된 것이다. 송악산은 ‘물결(절)이 운다’는 뜻을 가진 산으로 제주말로 ‘절울이’라고 불린다. 바닷가 쪽으로 툭 튀어나온 기암절벽에 부딪히는 태평양의 파도소리는 말 그대로 우레와 같다. 산의 모양새도 다른 오름과는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다. 높이는 해발 104m 정도이나 바다에서 바로 시작하니 에누리 없는 해발고도이다. 서북쪽은 평평한 초원지대이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과 염소 떼는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바닷가 해안 절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제주사람들을 동원해 판 15개의 동굴인 일명 '일오동굴'이 있다.

 

 

 

원형극장 같은 제주 오름의 꽃, 아부오름

꽃 속에 다시 꽃이 핀 모양인 아부오름은 거대한 꽃잎에 둘러싸인 한 떨기 꽃과 같은 오름이다. 아부오름은 일찍부터 ‘압오름’이라 불렸다. 송당마을과 당오름 남쪽에 있어 ‘앞오름’이라 하며 한자를 빌어 표기한 것이 ‘전악(前岳)’이다. 산모양이 움푹 파여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스럽게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아부오름(亞父岳)’이라고도 한다. 아부는 제주방언으로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부오름은 완만하고 단순한 형태로 원형 분화구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오름 정상에는 분화구인 굼부리가 패어 있다. 특이한 것은 굼부리 안의 삼나무 숲이다. 로마시대의 원형극장같이 둥근 원형을 하고 있는 삼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아부오름은 1999년에 만들어진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부오름은 제주 오름 중 가장 오르기 쉬운 오름 중의 하나이다. 어린 아이도 오를 수 있어 가족여행지로서도 제격이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다. 건영목장을 찾으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굴 요새가 있는 가마오름

가마오름. 오름의 생김새가 가마솥(釜)을 엎어 놓은 모양과 같다 하여 가마오름이라고 불린다. 혹은 ‘가메오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가마’는 ‘감’에서 나온 것이고 ‘감’은 신성하고 거룩하다는 뜻을 지닌 북방어로 ‘곰’ 계통의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가마오름은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해발 140여 미터의 낮은 봉우리지만 이곳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다. 멀리 모슬봉과 산방산, 단산, 수월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오름을 오르기 위해서는 평화박물관을 거쳐야 한다.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동굴 입구로 들어가면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했던 지하요새인 동굴진지를 만나게 된다. 가마오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단사령부가 주둔했던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진지땅굴이 있다. 일제는 제주도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이 진지땅굴을 팠다.

 

 

 

은빛 억새 물결, 따라비오름

따라비오름은 서쪽의 새별오름과 함께 가을이면 억새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따라비오름의 매력은 아름다운 곡선에 있다. 푹 팬 세 개의 굼부리(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 그리고 그것을 잇는 등성이의 곡면은 마치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같이 유려하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유려한 곡면을 보이는 오름은 부드럽기 이를 때 없다. 용눈이오름이 부드러우면서 섬약한 곡선이었다면 따라비오름은 풍만하면서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따라비는 ‘땅할아버지’라는 뜻으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오름들이 어머니인 모지오름, 아들인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모여 있는 중에 이 오름이 가장 격이라 하여 ‘따애비’로 불리다 ‘따래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혹은 모지오름과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고 하여 ‘따하래비’라고도 한단다. 다른 주장으로는 옛 우리말에서 ‘높다’라는 뜻의 ‘다라(달)’와 제주에서 산 이름에 쓰는 ‘비’와 합쳐진 말로 ‘높은 산’이라는 뜻의 ‘다라비’가 경음화되어 ‘따하라비’ 혹은 ‘땅하라비’로 풀이되어 한자어로 지조악(地祖岳)이 되었다고도 한다. 따라비오름은 교래리에서 산굼부리를 거쳐 비자림으로 가는 1112번과 성읍에서 의귀로 가는 1136번 사이의 녹산로로 가면 된다. 갑마장과 녹산장을 관통하는 녹산로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사진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름, 용눈이오름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한라산의 속살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오름을 추천한다. 이것저것 묻는 대신 그저 편안하게 느끼라고. 차를 타고 휑하니 지나치며 일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 속에서 넘치는 생명의 충일한 기운 속에 버티고 서서 온 몸으로 자연의 절규를 들어보라”

바람의 예술가인 김영갑이 사랑했던 용눈이오름. 용이 누워 있는 듯한 용눈이오름에는 부드러운 선과 풍만함이 공존한다. 봉곳봉곳 솟은 봉우리들이 왕릉 같기도 해 신성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웅장한 다랑쉬오름처럼 화려한 자태는 아니더라도 소소하니 수줍은 아름다움이 있다. 푹 팬 분화구 대신 바다로 흘러내리는 듯한 느릿한 경사가 따듯하다. 여느 오름과는 달리 오르는 길이 평탄한 용눈이오름은 구불거리는 세 개의 능선과 분화구가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름으로 꼽힌다.

 

 

영주십경 사봉낙조, 사라봉

'서쪽에서 지는 해가 산을 비춘 것이 황색 비단을 덮은 듯하다'고 하여 '사라봉(沙羅峰)'이라 하였단다. 높이 184m로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오름이다.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산책삼아 걷기에 좋다. 이곳에 오르면 제주항과 제주시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제주시민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곳은 외지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예부터 ‘영주(제주) 십경’중의 하나인 ‘사봉낙조’로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