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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미식가라면 꼭 찾는다는 광주의 '우삼탕'을 아세요?

 

 

소의 '특별한 부위'로 만든 우삼탕, 먹어보셨나요?

 

경전선의 종착역, 광주송정역에서 내렸다. 떡갈비의 유혹을 애써 물리치고 골목 한쪽에 있는 전남식당을 찾았다. 이 집을 애써 찾은 건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본 소개 때문이었다. 고깃덩어리를 연상케 하는 기름하니 시뻘건 간판에서 겉으로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식당의 관록이 풍겨왔다.

 

 

자신을 주인 할머니의 사위라고 소개한 젊은 사내는 우삼탕의 원래 이름이 ‘우신우랑’이라고 했다.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자신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선 ‘소미자’라고 흔히들 부른다고 했다. 소미자라? 그게 대체 뭐란 말인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더니 사내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황소의 부위 중 가장 부드러운 힘살이라는 것인데요. ‘미자’는 수소에만 있는 거시깁니다. 허허”

 

 

우삼탕은 이 집에서 1992년에 개발한 음식이라고 했다. 식당이 생긴 지는 30여 년 정도 되었단다. 원래는 이 일대에서 더운 여름에 기운을 차리는 보양식으로 종종 먹곤 했던 음식이었는데, 처 할머니가 할아버지 보양식으로 해드리던 음식을 장모되는 분이 상품화해서 식당에서 처음으로 판 것이 그 시초였다. 처 할머니의 음식 솜씨와 장모의 아이디어가 합쳐 만들어진 음식인 셈이다.

 

 

소고기와 인삼이 들어간 이 보양식은 소의 부위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위인 ‘소미자(우신, 牛腎)’를 재료로 한다. 소고기 중에서도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건 혀나 머리, 미자 같은 특정 부위들이다.

 

 

하루 동안 푹 곤 소뼈 육수와 미자를 넣고 삶은 육수를 섞어서 탕수를 만든 뒤에 인삼이나 밤, 대추, 마늘, 찹쌀을 넣어 충분이 고아내면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아낸다.

 

 

지금은 김행자(64) 씨의 딸과 사위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음식을 내온 사람은 딸이었고, 사위는 서빙을, 할아버지는 이리저리 손님상을 살피고 있었다. 한때는 인근 상무대 군인들이 휴가나 외박을 나가면 이곳의 우삼탕은 꼭 먹었다고 한다. 우삼탕 한 그릇이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하니 안 먹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을 게다.

 

 

처음 먹는 이들은 거부반응도 있을 법한데, 사내에게 그 맛을 물었더니 도가니와 비슷하다고 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들어 있는 선짓국에 몇 가지 반찬들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우삼탕이 나왔다.

 

 

기를 먼저 건져먹고 죽을 먹었다. 고기는 파에 싸서 먹는데 묵은지나 생김치와 같이 먹거나 초장 혹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더욱 좋다. 죽을 다 먹고 나니 쑥으로 만든 약차가 나왔는데 주인장이 직접 캐서 말린 가을 쑥에 오미자, 감초, 대추 등을 우려서 끓였단다. 이 특이한 우삼탕은 1만 7천 원인데 이밖에도 미자수육, 백합삼탕, 전복삼탕 등의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벽에는 국산 쌀, 김치, 육류만을 사용한다는 큼지막한 안내문구와 더불어 각종 방송사들의 촬영장면들이 걸려 있었다. 1994년 12월 1일에 썼다는 한국전통음식보존협의회의 액자도 보인다.

 

“맛 찾아 20년. 이 집은 백파 홍성유 선생의 한국의 맛있는 집으로 선정된 집으로서 20년에 걸친 향토 미각순례에서 찾은 맛있는 집 999점입니다. 위 집들은 매스컴이나 잡지에 나오는 별미여행의 원전으로 참조되어 왔음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보존하여 식도락가의 별미여행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하여 그 뜻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우삼탕은 먹는 이에 따라 다소 밍밍하다거나, 담백하니 좋다는 등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한데, 고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푹 끓인 걸쭉한 탕은 보양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꽤 든든한 것이 힘이 절로 솟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삼탕은 상표등록을 한 특허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