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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통영 바다의 향, 멍게비빔밥으로 여름 나세요!

 

 

통영 바다 내음 가득한 멍게비빔밥으로 여름 나세요!

 

통영에 가면 가끔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멍게비빔밥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인데요. 강구항을 따라 쭉 늘어선 충무김밥집 골목 안쪽에 있는 식당입니다.

 

 

이 집을 처음 간 지가 7년 전인가 그랬을 겁니다. 통영을 자주 오가는 지인의 소개로 들렀다가 그 묘한 맛에 매료되어 통영에 가면 종종 찾곤 했었지요.

 

 

오랜만에 찾았는데도 식당은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벽에 걸린 연화도 용머리해안과 소매물도 등대섬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의 메뉴판과는 달리 통영의 섬을 배경으로 한 메뉴판에 씨익 웃음이 났습니다.

 

 

우리는 멍게비빔밥과 덤으로 생선구이도 주문했습니다.

 

 

나오는 반찬들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깔끔하고 시쳇말로 '게미'가 있어 젓가락이 절로 가는 음식들입니다.

 

 

여행 중에 음식 사진을 가끔 찍기는 합니다만, 이번에는 맛집 블로거들 흉내 내서 한 번 찍어 봅니다.

 

 

참,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지요.

 

 

그런데도 음식 사진은 꼭 필요한 듯합니다. 그 사진을 통해 서로가 공감을 하게 되니까요.

 

 

제가 주로 소개하는 음식은 맛집이라기보다는 그 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음식입니다.

 

 

혀끝의 미각에 의존하는 말초적인 것보다는 음식이라는 문화를 이해하는 정서적인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주인이 부지런히 음식을 내어옵니다.

 

 

노릇하게 구워 양념을 살짝 바른 생선구이가 상의 중앙을 차지합니다. 통영 인근에서 잡히는 것들이죠. 아무래도 멍게비빔밥은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아이가 먹기는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그래서 생선구이를 시켜 메뉴도 한층 다양해지고 아이도 좋아라 합니다.

 

 

평범한 반찬들에 생선구이, 멍게비빔밥까지 나오니 제법 한 상 거하게 차려졌습니다.

 

 

거제도에도 멍게비빔밥을 하는 식당이 있으나 저는 이 식당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먹어 보시면 압니다.

 

 

자, 어떤가요. 고소한 깨에 김 부스러기, 탱탱한 멍게를 보니 절로 침이 고입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대접에 부어 쓱싹쓱싹 비벼 냅니다. 아, 여기서 주의할 것 하나, 이왕이면 젓가락으로 비벼야겠지요.

 

 

귀찮다고요? 그렇다면 숟가락으로 비비되 최대한 손에 힘을 빼고 비비세요. 그래야 밥알과 재료들이 뭉개지지 않습니다.  저는 비빔밥 예찬론자인데요.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비빔밥은 재료가 40%, 만드는 이의 손맛이 30%, 비비는 것이 나머지 30%라고요.

 

 

급한 나머지, 비빔밥을 밥알이 허연 채로 대충 비벼 먹는 이들은 맛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지요. 도를 닦듯 인내심을 가지고 느긋하게 밥을 비비는 자만이 궁극의 맛을 향유할 수 있는 겁니다.

 

 

자, 어떤가요? 한 숟가락 드시고 싶으시죠? 다음에 통영 가면 함 들러 보시죠?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밥 한 끼가 아닌 바다의 향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달리 생각도 들 법합니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동피랑입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 멍게비빔밥 한 그릇 먹고 강구항을 산책하다, 통영중앙시장에 들러 싱싱한 해산물로 소주 한 잔 하는 것도 좋습니다. 후식으로 통영 오미사 꿀빵도 드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