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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TV, 영화 촬영지

유난히 따뜻했던 1박2일, 통영 비진도는 어떤 섬?

 

 

 

 

 

<1박2일> 다시 보게 한 통영 비진도는 어떤 섬?

섬과 섬을 잇는 은모래몽돌해변, 비진도

 

 

어제(4월 14일) <1박2일>에선 통영의 아름다운 섬, 비진도가 나왔다. 통영에는 무수한 섬들이 있지만 비진도는 양면해수욕장으로 특히 이름나 있다. 통영에서 뱃길로 40여 분을 달리면 한산면에 속하는 ‘미인도’라 불리는 비진도가 있다.

 

선유대 정상에서 본 비진도

 

지난주에 이어 배우 유해진까지 합류한 비진도에서의 <1박2일>은 신선했다. 유해진이 보여준 특유의 친근감과 소탈함이 예능에서 빛을 발했고 빠른 전개를 보인 편집도 돋보였다. 예전의 게임 위주의 단순하고 지루함에서 벗어나 풍경과 삶, 스토리를 보여주는 여유를 되찾은 듯했다. 이쯤 되면 한동안 보지 않았던 <1박2일>을 다시 보게 될 듯하다. 섬 주민들과 소통하고 벽화를 그려주는 따뜻한 모습이 <1박2일>을 달리 보게 했다. 이런 반전을 꾀하게 된 섬, 비진도는 과연 어떤 섬일까?

 

 

섬의 이름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는 뜻에서 ‘비진도(比珍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통영 사투리로 물에서 툭 삐져나온 곳, 즉 ‘비진곳’이라 하여 ‘비진도’라 불린다는 얘기도 있다. 비진도는 여름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갈 수 없다. 1박2일에서도 섬에 차가 없어 리어카로 물품을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영항에서 40여 분 배를 달리면 비진도에 이른다.

 

벌써 6년이 지난 2007년 12월 겨울 여행자는 비진도를 찾았었다.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여느 섬 여행이 그러하듯 비진도 가는 길은 섬과 섬 사이의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길이다. 한산도, 연화도, 욕지도, 매물도, 학섬 등 섬의 풍광에 빠지다 보면 배는 금세 비진도에 이른다.

 

 

비진도에는 항구가 두 곳이 있다. 외항과 내항이 그것이다. 이 작은 항을 따라 마을도 형성돼 있다. 외항과 내항에 모두 서는 배가 있는 반면 외항에만 서는 배도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수다.

 

 외항선착장에서 본 오곡도, 연대도, 학림도

 

외항은 <1박2일>에서도 보여줬듯이 양면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양면해수욕장을 볼 수 있는 곳은 전라도 여수의 사도와 이곳뿐이다. 그나마 이곳의 양면해수욕장은 그 아름다움과 규모에서 사도의 그것을 능가한다.

 

                                    산속에서 만난 옛 집터들

 

외항에서 내려 바다로 고개를 돌리면 오곡도, 연대도, 새섬이라 불리는 학림도 등이 보인다. 비진도의 멋진 풍광을 보려면 산(선유대)에 올라야 한다. 섬의 산길은 새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호젓한 길이다. 이따금 보이는 무덤과 옛 집터들의 흔적에서 섬의 숲은 더욱 깊어진다.

 

 

등산로에서 벗어나면 길을 잃기 십상, 갈대가 우거진 평원과 후다닥 나타났다 사라지는 염소들이 섬 산의 주인공들이다. 2007년 당시 여행자는 이곳 산속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맨 적이 있었다. 동행했던 벗은 길을 잃어 끝내 배를 놓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길을 잃자 그냥 풀숲에 누워 버렸다. 눈이 스르르 감길 무렵 매서운 겨울바람에 깨어 산을 벗어났던 기억....

 

 

선유대를 지나면 외항의 정상. 선유대에서 흔들바위를 거쳐 제 2전망대까지는 다도해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장사도, 대․소덕도, 대매물도, 소매물도가 바다 끝 멀리 안개 속에 숨고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제2전망대에서 본 비진도해수욕장과 외항 전경

 

이곳 정상에 오르면 안섬과 바깥섬으로 이루어진 비진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북서쪽에 몰려 있고 나머지 삼면에는 깎아지른 듯한 해식애가 발달했다. 섬의 서쪽에는 춘복도가, 동쪽에는 작도가 자리 잡고 있다. 섬의 지형이 王자 생김새인데, 점 하나를 찍으면 玉자가 되니 섬의 남이나 북에서 보아도 玉의 형상이다. 예부터 옥은 보배로운 것이니 비진도라는 섬 이름은 지형에 따른 이름이라고 마을 주민들은 설명을 하기도 했다.

 

 

 춘복도. 섬의 서쪽에는 춘복도가, 동쪽에는 작도가 자리하고 있다.

 

비진도해수욕장은 모래가 적어 백사장이 드문 통영 바다에서 비진도는 말 그대로 보배로운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는 셈. 길이 약 l㎞, 너비 100∼200m 가량의 사주(砂洲)의 서쪽은 은모래해변이고 동쪽은 태평양을 바라보는 몽돌해변이다.

 

 

섬과 섬을 잇는 양면해수욕장. 서쪽은 모래해수욕장이다.

 

섬에는 고구마와 흑염소, 땅두릅, 돌미역 등이 주요 특산물이고 굴과 멍게 등을 양식한다. 특히 따뜻한 난․온대 해양성 기후 탓에 생달나무·동백나무·후박나무·마삭줄(마삭나무)·광나무·곰솔(해송)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통영 비진도의 팔손이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되었다.

 

 

 

 

산속을 헤맨 탓에 허기진 배를 달래려 식당을 찾았으나 당시 비진도의 식당은 겨울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었다. 외항을 뒤지다시피 해서 찾은 식당이 ‘비진식당’. 몸이 불편한 박귀애 할머니는 민박을 한다. 식당 일을 하는 동생이 밭에 일하러 나가 식사는 안 되고 대신 컵 라면이라도 끓어 먹으란다. 컵 라면을 끓이니 무나물, 김치는 물론이고 밥까지 내어주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외항에서 내항 가는 비포장길

 

외항에서 내항 가는 길은 당시만 해도 오르막길만 잠시 시멘트로 포장되었을 뿐 비포장길이었다. <1박2일>에선 잘 닦인 시멘트포장길로 변해 있었다. 비포장길은 언제라도 정겹다. 차가 없어 더 좋았던 내항 가는 길, 바람마저 파도소리에 잦아드는 길이었다.

 

 고갯마루에서 본 내항마을

 

내항마을은 1590년 추계 추 씨 일가가 섬에 입주한 이후 공 씨, 박 씨가 입주하여 내항마을이 형성되었다. 오래된 연혁만큼 선착장 대기실에는 역대 마을 이장과 새마을 남여 지도자의 명단이 벽에 걸려 있다. <1박2일>에서 성시경이 방송을 했던 장소다. <1박2일>이 숙박을 한 초등학교는 내항에 있다. 내항 산비탈은 고구마 밭이다. 내항은 외항에 비해 섬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내항마을 선착장 대기실에 걸려 있는 역대 마을 이장과 새마을 남여 지도자의 명단, <1박2일>에서도 나왔으며 성시경이 이곳에서 방송을 했다.

 

 

바다에서 본 내항마을

 

 소매물도를 출발한 통영행 여객선이 비진도 내항에 들어오고 있다.

 

<1박2일> 비진도는 그 아름다운 풍광뿐만 아니라 섬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 섬 주민들과 소통하고 벽화를 그려주는 <1박2일>은 분명 게임 위주의 예전과 달리 따듯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섬, 미인도 비진도에서 <1박2일>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해본다. 6년 전 비진도를 갔을 때 해가 바다에 빠지는 장엄한 ‘빛내림’을 나는 외항에서 보았었다.

 

비진도 외항의 빛내림. 외항의 비진도해수욕장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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