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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이게 굴 맞아? 엄청난 크기의 섬진강 '벚굴' 아세요

 

 

 

 

 

 

 

이게 굴 맞아? 엄청난 크기의 섬진강 ‘벚굴’ 아세요

벚꽃 피고 지는 이맘때가 가장 맛나요

 

 

 

 

포구를 따라 제법 장하게 늘어선 벚나무에서 벚꽃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정의 흐드러진 벚꽃도 이제 며칠 후면 사라질 테고 그 자리엔 푸른 잎이 돋아나겠다. 벚꽃이 피고 지는 이맘때 이곳 섬진강 하구에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식도락가들이 모여든다.

 

 

바로 ‘벚굴’ 때문이다. 섬진강이 벚꽃 향기로 가득 차면 강물 아래서도 벚꽃처럼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 벚굴이다. 망덕포구에 즐비한 횟집들에도 너나 할 것 없이 벚굴 현수막을 내걸었다. 바람이 드센 데다 날씨마저 제법 쌀쌀해 포구의 거리는 한산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포구를 찾은 관광버스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횟집 안으로 사라지길 반복했다.

 

 

 

혼자 길 위에 선 여행자도 이곳까지 왔으니 벚굴의 맛은 봐야겠다. 용기를 내어 식당에 들어갔으니 혼자라는 말에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는 수 없이 사진이라도 담을 요량으로 배알도가 마주보이는 마지막 횟집 앞에 섰을 땐 비장하기까지 했다. 마침 젊은 총각이 벚굴을 손질하고 있었고 촬영을 부탁했더니 사장인 형에게 안내했다. 다부진 인상을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청했다. 망덕배알도횟집 강 철 사장이다. 그는 물어볼 새도 없이 벚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550리 섬진강 물길과 남해의 푸른 바다가 만나는 섬진강 하구의 3~4m 물속 강바닥 바위에 붙어 자라는 벚굴은 잠수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채취한다. 물때를 맞춰야 하고 손으로 직접 따야 하는 만큼 하루 채취량은 300~400kg 정도에 불과하단다.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수를 하고 한 달에 대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작업을 한다.

 

 

벚굴은 원래 예전에는 ‘벙굴’로 불리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어느 잠수부가 그 모양을 보고 ‘벚굴’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강 속에서 먹이를 먹기 위해 서너 개가 한데 모여 입을 벌린 모습이 벚나무에 벚꽃이 핀 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바다 굴과 대비해 강에서 난다고 해서 '강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제철이고 생긴 모양도 벚꽃 같으니 이맘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산란을 앞둔 3, 4월이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단다. 해마다 벚꽃이 피고 지는 이맘때쯤이면 포구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데 오늘은 날씨 탓인지 영 신통치 않다고 했다. 이곳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와 간 건너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포구가 벚굴 자생지로 유명하다. 두 곳 다 자연산 벚굴 채취가 가능한 섬진강 하구에 있다.

 

 

주인 강 씨가 팔기 위해 양은대야에 담은 벚굴 중 큰 놈을 꺼내더니 손질하기 시작했다. 손질이라고 해봐야 칼로 껍데기를 반으로 갈라 허연 알맹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우윳빛이 감도는 벚굴의 속살은 어찌 보면 징그럽다 싶을 정도로 흐물흐물해 한편으론 서름서름했다.

 

 

벚굴의 크기는 엄청났다. 벚굴을 처음 보는 사람은 어른 얼굴만 한 그 엄청난 크기에 압도당한다. 그 크기가 작게는 20∼30㎝에서 크게는 무려 40㎝에 이른다. 바다 굴과 비교해보면 그 크기가 5~10배 가까이 된다.

 

 

 

그 크기에 놀라 벚굴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데 강 씨가 동생을 시키더니 초고추장을 갖고 오게 했다. 통째로 벌건 초고추장을 굴 위에 막 짜내기 시작했다. “한번 드셔보슈? 어차피 딴 거니께.” 사양할 사이도 없이 벚굴은 이미 입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한입에 먹기도 힘든 상황, 손으로 꾸역꾸역 집어넣기를 몇 번 만에 입안은 벚굴로 가득 찼다. 씹기도 힘든 상황, 어물쩍어물쩍 씹었더니 입안에서 몸으로 서서히 맛이 퍼지기 시작했다.

 

 

뜻밖에 식감은 풍부했다. 그 맛은 아주 달콤한 듯하면서도 약간 짭쪼롬한 맛이 비쳤다. 그래도 바다의 굴보다는 짭잘한 맛이 덜했고 굴 특유의 비릿한 맛도 덜했다. 향이 옅어 굴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벚굴 만큼은 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뽀얗고 오동통하니 쌀뜨물처럼 뽀얀 벚굴은 의외로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포만감이 들 정도였다.

 

 

벚굴은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도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기력 증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우스갯소리로 벚굴을 일러 ‘강 속 비아그라’라든가 ‘살아있는 보약’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이곳 포구에선 횟집마다 별도로 야외에 포장마차 같은 구조물이 있어 이곳에서 벚굴을 구워먹을 수 있다. 예전에는 강을 따라 포장마차가 죽 늘어서 있어 이곳의 명물이었는데 지금은 미관상의 문제로 안쪽으로 다 옮겼다. 글쎄다. 오염문제만 아니라면 강변 포구를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포장마차도 이곳만의 장점으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벚굴은 초고추장에 찍어 날로 먹기도 하지만 대개는 구워서 먹는다. 벚굴을 먹는 방법은 바다의 굴처럼 쪄서도 먹고 계란을 입혀서 굴전으로 부쳐 먹기도 한다. 때론 튀기기도 하고 영양죽으로도 먹는다.

 

이쯤에서 벚굴의 가격이 궁금해진다. 이곳에선 5㎏ 기준으로 4만 원 선이다. 2~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택배로도 주문할 수 있는데 택배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선 도매가로 10kg 한 상자에 3만 8천 원~5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인 강 씨의 호의가 아니었다면 이곳까지 와서 벚굴의 맛도 못 볼 뻔했다. 바닷물 역류현상과 제철소 등 여러 이유로 벚굴의 생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종패 등으로 벚굴의 생산을 늘리려 애쓰지만 그것의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강 철 씨는 오늘도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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