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선, 남도 800리

빛바랜 영화 필름 같은 경전선 풍경

김천령 2012. 8. 27. 10:06

 

경전선, 시간의 창이 주는 마법 이런 걸까!

경전선 남도팔백리, 삶의 풍경- 빛바랜 영화 필름 같은 경전선(진주-순천) 풍경

 

주말에 경전선의 진주-순천 구간을 다녀왔다. 경전선은 진주와 순천을 잇는 철로가 1968년2월 7일에 완성되면서 그 이름에 걸맞게 경상도와 전라도를 달리는 기차가 되었다. 진주 순천 간에는 완사-북천-(양보)-횡천-하동-진상-(옥곡)-광양 등의 역들이 있다. 예전에는 내동, 유수, 다솔사, 골약, 평화 등의 역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현재 남아 있는 역 중에서도 양보역과 옥곡역은 2015년 복선철도 공사가 완공되면 없어질 예정이다.

 

진주역은 10월 말이나 11월 초면 개양 인근의 신역사로 옮긴다.

 

1927년 6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진주역은 인구 35만을 가진 도시의 기차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빛바랜 모습을 하고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진주역도 올 10월 말이나 11월 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현재 12월 KTX개통과 복선철도사업으로 역사를 개양역 인근의 신역사로 옮기기 때문이다. 새로 짓고 있는 진주 역사는 한옥 형태라고 하니 그 모습이 자못 궁금하다.

 

진주역

 

기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대개는 배낭이나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 연인들이었다. 기차는 연인들에게 늘 설레는 그 무엇을 주는 낭만이 있나 보다.

 

 

경전선 진주-순천 구간에는 느린 무궁화호만 운행되고 있다. 2000년 11월 비둘기호가 사라진 후 무궁화호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가 되었다. 속도는 느려도 제시간에 역에 들어서는 기차는 역 주위에 사는 주민들에겐 늘 정직하고 믿음직스런 존재다.주민들은 하루에 몇 번 오갈 뿐인 이 기차를 통해 세상으로 드나들었다.

 

완사역

 

진주를 출발한 기차가 처음 정차가 곳은 완사역. 1968년 2월 8일 영업을 시작한 완사역은 1999년 남강댐 보수공사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역무원이 없는 전국 15곳의 간이역처럼 이곳도 무배치간이역으로 명예역장이 있다.

 

코스모스역으로 더 알려진 북천역

 

이제는 기차가 서지 않는 다솔사역을 지나면 북천역이다. 최근 ‘코스모스역’으로 변신한 이 역은 초가을이면 형형색색의 코스모스와 하얀 메밀꽃이 피어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이맘때가 되면 한적한 간이역이 아니라 도시의 어느 역 못지않게 사람들로 붐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코스모스는 아직 피지 않았다.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적한 시골의 모습이다. 경전선이 지나는 길은 아직은 소박한 풍경이다. 시골 농가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잘 여문 벼들이 황금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횡천역

 

횡천역도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간이역으로 경전선이 개통된 1968년 2월에 영업을 시작하였다. 이곳에도 무인역에 있는 명예역장이 있어 한 달에 두 번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횡천역 인근에는 급경사가 있어 700m의 피난선이 있었으나 2010년 5월에 철거되었다. 이곳에서 지리산 청학동을 갈 수 있다.

 

 

1984년에 간이역이 된 후 역사는 사라지고 간이 대합실만 남은 양보역을 지난 기차는 하동역에 섰다. 기차는 섬진강을 건너기 전에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하동역은 봄철에 와야 제 맛이다. 역사 주위로 오래된 벚나무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하동역은 별천지가 된다.

 

벚꽃이 피면 장관인 하동역

 

기차의 창은 HD처럼 넓다

 

하동벌판을 지난다. 기차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HD처럼 넓은 창이다. 이 창으로 보면 여태 보았던 평범한 일상도 마치 빛바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시간의 창이 주는 마법이 이런 것일까!

 

폭우로 몸이 불어난 섬진강

 

강을 건너는 기차는 조심스럽다. 이틀 동안 내린 폭우로 섬진강도 강물이 눈에 띄게 불었다. 섬진강 특유의 하얀 모래밭도 강 끄트머리에 겨우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덜컹덜컹. 철교를 건너니 전라도 광양 땅이다. 경상도를 달려온 경전선이 막 전라도 땅에 들어선 것이다.

 

한우 식당을 하고 있는 진상역

 

전라도의 첫 역은 진상역이다. 이 역 역시 경전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하였다. 진상역은 2004년 간이역으로 격하된 후 2009년에 일대 변신을 하게 된다. 역사를 임대하여 한우식당이 생긴 것이다. 기차역에서 한우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재밌는 일이다. 식사를 하면서 지나가는 열차를 볼 수 있는 진상역은 이제 광양의 명물이 되었다.

 

옥곡역

 

골약역을 지나 옥곡역을 마지막으로 진주-순천 경전선은 간이역의 한적한 모습을 뒤로 한다. 곡선이 대부분인 경전선은 수많은 간이역의 점을 이어가는 일종의 섬인 셈이다. 광양에서 순천까지는 여태까지의 철로와는 달리 쭉 뻗은 길이다.

 

도시화 된 광양역

 

전라선이 이설되면서 광양역은 새로 옮겼다. 옛 광양역은 인동리에 있는데 5일장이 서고 있다. 2012년 6월 순천 광양 간 전철이 개통되었다.

 

 

광양역에서 평화역을 지나면 곧 순천역이다. KTX가 들어오는 순천역은 도외지의 역사처럼 깔끔하다.

 

순천역

 

경전선과 전라선이 만나는 순천역은 전남 동부지역의 교통 중심지다. 1930년 10월 25일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한국전쟁 때 불탔다가 1960년 10월 30일에 현 역사를 새로 지었다.

 

 

순천역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나의 순천 여행은 시작되었다.

 

순천역

 

이곳에서 여행자는 시내버스를 타고 순천만으로 갈 작정이다. 예전에 몇 번이나 갔던 곳이지만 오래되어 가물가물한 그곳으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야 한다. 안개도시 무진을 찾아서....

 

사진전을 하고 있는 순천역

 

오늘은 순천만만 둘러볼 생각이다. 가을이 오면 선암사와 송광사, 낙안읍성을, 겨울에는 순천만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순천역 풍경

 

12시 3분에 순천역에 도착하여 순천만을 둘러본 후 오후 5시 5분 경전선 부전행 기차를 탔다.

 

진주역에서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