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마지막날 하예동을 찾았다. 예래생태마을로 유명한 이곳을 찾은 이유는 제주도 해안을 가장 가까이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전날 강행군을 하여 지친 나머지 일기예보를 듣지 못하여 낭패를 당한 셈이다.
하는 수 없이 차로 이 해안길을 순례하기로 하였다. 이 코스는 요즈음 제주'올레'코스로 하나둘 알려지기 시작한 길이다. 박수물, 진황등대, 큰코지, 질지슴, 작은코지, 용문덕, 논짓물, 색달해안 갯깍주상절리대로 이어지는 길을 잡았다.
예례동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 한 고승이 이곳을 지나가다 바다에 우뚝 솟은 섬(범섬)을 보니 범의 형상이어서 마을에 화를 가져올 것이라 여겨 예래 마을 뒤쪽의 오름인 군산(軍山)을 사자(獅子)로 칭하여 범과 대항할 사자가 온다는 의미로 예래(猊來)라 하였다고 한다.
박수물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더욱 세졌다. 해녀들도 물밖으로 나와 철수를 하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드세어 몇 번을 포기할려 했으나 특유의 오기가 발동하여 끝까지 여행을 마치기로 하였다.
수십미터에 달하는 해안절벽과 울창한 수림이 장관인 박수물을 지나니 하예포구다. 큰코지라 불리는 곳에 진황등대가 우뚝 서 있다. 고개를 넘어가자 주상절리와 검은 자갈돌이 해변을 채우고 있는 '질지슴'이다. 마을 주민한테 '질지슴'의 유래에 대해 물으니 '길(질)을 질러 간다'는 뜻인 것 같다고 하였으나 그 분도 잘은 모르겠다고 하였다.
바닷가 초소 곁에는 무덤 한 기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 특유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은 거센 비바람에도 평온해 보인다. 큰코지에 있는 할망당(해녀당)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매다 폭우와 강풍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반달처럼 둥글게 포곡선을 그린 해안 양끝에 큰코지와 작은코지가 있다. 작은 코지에는 기기묘묘한 바위에 화산석들이 삐죽삐죽 솟아나 있어 한 편의 바위 작품을 보는 것만 같다. 해안초소 바로 앞에 솟은 두 바위 사이로 파도가 밀어친다. '용문덕'이다.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던 용이 지나가던 문턱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 사이의 통로로 용이 지나갔을 법하게 틈이 벌어져 있다.
렌즈에도 비가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바람에 우산이 날려가기도 몇 번, 아예 우산을 버리고 길에 섰다. 한 샷 하고 렌즈 한 번 닦는 것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멀리 비바람속에 횟집 하나가 보인다. 잠시 비를 피하려 처마 밑에 숨어 들었다.
환해장성유적의 일부로 보이는 돌무지가 보인다. 우의를 입은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지나간다. 아마 중문단지를 거쳐 이곳의 '올레'길을 걷고 있으리라.
얼핏 보기에 돌담으로 보이는 환해장성을 따라 걷는 이 해안길을 그들은 만족해하리라. 비만 오지 않는다면 '논짓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면 좋으련만. 아쉬움이 밀려 온다.
예래동은 물이 귀한 제주도에서 용천수가 풍부하여 논농사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거슨물, 대왕수(큰이물), 소왕수, 조명물, 남바치, 차귀물, 돔벵이물, 논짓물 등 용천수가 해안 곳곳에 솟아난다.
박수물에서 시작된 여로는 갯깍다리에서 일단 쉼을 하였다. 예래천이 흐르는 이곳은 2002년 6월에 반딧불이 보호구역 제1호로 지정되었다. 서부하수처리장에서 잠시 비를 피한 뒤 마지막 여정인 '갯깍주상절리대'로 향했다.
색달해안 갯깍주상절리대 보러 가기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386348)
스크랩 하러 가기 (http://blog.daum.net/jong5629)
'제주도-자연과 신화의 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치도록 푸른 날 쇠소깍에 가다 (12) | 2008/10/06 |
|---|---|
| 한라산과 땅끝이 한 눈에 보이는 횡간도 (7) | 2008/10/01 |
| 사봉낙조와 제주시 야경 (11) | 2008/09/30 |
| 단 한 집만 사는 외로운 섬, 추포도 (11) | 2008/09/29 |
| 폭풍우 속에 우도를 가다 '제주도 우도' (10) | 2008/07/28 |
| 제주도 해안 트래킹의 명소 '질지슴,용문덕' (12) | 2008/07/08 |
| 전설의 섬 이어도를 연상케하는 '차귀도' (11) | 2008/07/07 |
| 제주도 건국신화의 신비를 간직한 '삼성혈' (4) | 2008/07/04 |
| 일제의 본토 방어 최후 보루 '알뜨르비행장' (13) | 2008/07/03 |
| 제주 해안도로의 백미1-사계, 고산일과해안도로 (0) | 2008/07/02 |
| 짜투리 시간에 가볼만한 '용연과 용두암' (15) | 2008/07/01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진이 너무 어두워요...
2008/07/08 17:16 [ ADDR : EDIT/ DEL : REPLY ]이날 폭우가 와서 그렇습니다.
2008/07/08 17:22 [ ADDR : EDIT/ DEL ]양해바랍니다.
전 안 어두운데요. 모니터 체크 한번 해보세요..
2008/07/08 19:02 [ ADDR : EDIT/ DEL ]비밀댓글 입니다
2008/07/08 17:22 [ ADDR : EDIT/ DEL : REPLY ]저 그림속의 까만 바위들은 아직도 용암이 식지않고 꿈틀대는 것 같습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
2008/07/08 18:13 [ ADDR : EDIT/ DEL : REPLY ]다좋은데 글이 너무 작아서 안보여요...
2008/07/08 19:45 [ ADDR : EDIT/ DEL : REPLY ]글씨가 작을땐 Ctrl키를 누르고 마우스 휠을 돌려보세요. 글씨 크기가 바뀝니다
2008/07/09 07:23 [ ADDR : EDIT/ DEL ]비밀댓글 입니다
2008/07/08 20:30 [ ADDR : EDIT/ DEL : REPLY ]사진도 글도 저에게는 딱 맞습니다.
2008/07/08 23:42 [ ADDR : EDIT/ DEL : REPLY ]진정한 여행가 김천령님이라
칭하고 싶군요.
어쩌면 제주도 사람들 보다도 더 제주에 대해
속속들이 파고 드셨는지..
음~~놀랍습니다.
코지에서 나고 코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근성이 대단합니다.
자연과 맞서 싸우면서 생성된 성격 탓일겁니다.
하여 은근히 제주도에서는 코지사람에게는
절대로 딸을 안주려고 합니다.
삶이 고달플까봐 걱정되는 부모심정이 그리
반영되나 봅니다.
덕분에 저도 좋은곳 님따라 다니면서 구경했어요
고맙습니다.
제주해안경기단에서근무시절 박수왓하고 대평리초소가 관할구역이었는데 여기서 보니 무쟈게 반갑습니다.첫번째가 기정절벽 두번째가 대평리 해녀 탈의실이네요. 해녀탈의실 여름에 가끔 할머니들이 장난치시던기억이새록새록나네요^^.
2008/07/09 00:23 [ ADDR : EDIT/ DEL : REPLY ]사진찍으신 그위치에서 6걸음정도 뒤에 진입로길이 도령귀신자주 나오는곳입니다...회색 돗대기에 검은색 갓을쓰고 생각없는표정으로 발자국소리내며 걸어간다는데 저는 본적없네요^^ 박수왓초소 작년에 제주갔을때 갔다왔는데 폐쇄되었더군요... 별장밑에 있는건데... 거기도 인명사고가많아서 5m정도 옮겨진곳이긴한데 그래도 못버티는지 우리가 유계호 지었놨던 자리만 있더군요.. 암튼 예날생각에 잠시젖었다가 갑니다. 추억하게하는예쁜사진 고맙습니다.
제주해안경비단이겠죠? ^^ 반갑네요. 저도 경비단 본부 악대에서 근무했었는데~ ㅋㅋ 소속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여기서 동문(?)을 보게되어 기쁘네요~
2008/07/09 01:33 [ ADDR : EDIT/ DEL : REPLY ]올레길도 다녀오셨네요. 제주도 가면 이 길을 제일 먼저 가보리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2008/07/09 09:33 [ ADDR : EDIT/ DEL : REPLY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