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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박물관

칼의 예술, 이런 박물관도 있었네!

 

 

 

칼의 예술, 이런 박물관도 있었네! 광양장도박물관

 

조선시대의 위대한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늘 ‘성성자’와 ‘경의검’을 지니고 다녔다. 성성자는 허리춤에 차는 두 개의 작은 쇠방울로 딸랑딸랑 소리가 날 때마다 스스로 경계하고 반성한다는 의미로, 사욕이 일어나면 단칼에 베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장도인 경의검을 차고 다녔던 것이다. 늘 몸에 칼을 품고 방울을 달아 스스로 경계했던 남명 선생은 이후 50명의 제자들을 의병장으로 키운 지조와 절의, 지성의 표상이 됐다.

 

 

절개로 치자면 전라도 광양 출신의 매천 황현 선생을 빠뜨릴 수는 없을 터, 매천 생가와 묘소를 둘러보고 광양 읍내까지 내처 걸었더니 어느덧 장도박물관에 이르렀다. 선비들에게 혹은 여인들에게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장도를 이곳 절의의 고장 광양에서 만난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다.

 

 

'딸랑딸랑'

 

박물관 문을 열자 방울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 소리를 듣고 안에서 여자가 나왔다. 잠시 관람 동선을 설명하는가 싶더니 금세 사라졌다.

 

 

깔끔한 실내공간에다 이젤을 받침대삼아 액자에 고이 넣어둔 장도들이 일렬로 죽 늘어서 있다. 얼핏 봐도 대단히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모두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박용기 장도장과 보유자 박종군(인간문화재)의 작품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장도의 칼날에는 '일편심'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브랜드디자인으로도 이미 개발돼 있었다. 흔히 장도는 여자들이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결용으로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남녀 모두가 호신용과 장신구 등으로 몸에 지니고 다녔다. 혹은 장도로 과일을 깎기도 하고 버들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다듬는 등 실생활에 널리 이용되는 문방구로써, 예물용․신분상징의 구실도 해왔다.

 

 

'장도(粧刀)'는 흔히 '칼집이 있는 칼'을 말한다.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하여 주머니칼을 뜻하는 '낭도', 허리춤에 차거나 옷고름에 찬다 하여 '패도'라고도 했다. 이러한 장도를 만드는 사람을 장도장이라 했다.

 

 

장도는 삼국시대부터 장식적인 칼을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고려시대에 크게 유행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로 사절을 보낼 때 예단물목 안에 포함됐을 정도로 당시의 장도는 그 가치와 명성이 뛰어났다고 한다.

 

 

장도하면 흔히 '은장도'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길이는 한 뼘 가량, 은으로 장식되어 노리개와 함께 옛 여인네들이 늘 품에 매달았던 칼로 소중한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변하는 않을 굳은 의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선비의 기개가 작은 칼에 오롯이 담긴 것이다.

 

 

장도를 보고 있노라면 칼이라는 생각, 날카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 빼어난 아름다운 예술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쉽게 빼앗아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장도는 주로 금․은․옥 등의 귀금속과 보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칼집과 손잡이에도 섬세한 세공을 하여 단순한 칼 이상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남자의 장도에는 문구와 산수․운학․박쥐․용 등을 새겼고, 여자의 장도에는 꽃나무․국화․매화․난 등을 새겼다. 한 뼘 남짓한 작은 칼에 눈부신 아름다움과 찬 서리처럼 매섭고 버선 끝처럼 날카로운 정신의 고결함이 담겨 있는 셈이다.

 

 

그래서 장도장은 칼에 숭고한 정신을 입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장도장이 두드리는 손끝에 장도에 담긴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장도에는 칼날처럼 곧은 충절이 담겨 있다"

 

박물관 내벽에 박용기 장도장의 사진과 함께 선연하게 새겨진 글귀다.

 

☞ 광양장도박물관(061-762-4853)은 전남 광양시 칠성리 1009-3에 있다. 박물관은 연중무휴로 9시 30분부터 18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1층과 2층의 전시실 외에 체험학습실과 카페테리아 등이 있다. 또한 박물관 안에는 장도뿐만 아니라 외국과 우리나라의 다양한 칼들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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