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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설 대목 왁자지껄했던 반성오일장 풍경

 

 

 

 

 

 

설 대목 왁자지껄했던 반성오일장 풍경

 

 

경전선 반성역에서 내렸다. 10분이나 지나도록 버스는 오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묵묵히 기다렸을 테지만 바람마저 드세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영하 10도의 날씨를 견뎌내는 건 고역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햇빛이 경계를 이룬 그 틈을 비집고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차안은 이미 만원... 젊은 사람이라고는 한두 명 될까. 얼굴에 고단함이 묻은, 그럼에도 설을 앞둔 설렘을 애써 감추지 않는 표정들의 촌로들은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채 장바구니를 단단히 챙겼다.

 

 

수목원을 지나 30여 분만에 도착한 (일)반성시장, 반성시장은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시장골목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설대목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국밥집 사장의 얘기로는 대목이 아니더라도 늘 사람들이 많단다.

 

 

 

요즈음 한산해진 여느 시골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반성오일장은 진주 인근 오일장 중에서도 가장 큰 장 중의 하나다. 지수, 사봉 등 주위 5개면에서 온 사람들로 장날은 늘 왁자지껄하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풍경이 들어왔다. 손두부집이었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손두부를 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집 손두부는 제법 입소문을 타서 진주 시내에 사는 이들도 더러 찾는 곳이라고 했다.

 

 

시골장에 오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후루룩 말아 먹으면 참으로 흐뭇한 일. 근데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국밥집이 아니었다. 출입구가 나란히 붙어 있는 바람에 옆집 문을 국밥집으로 착각하고 연 것... 덕분에 그 집에서 파는 장어국밥을 먹게 되었다.

 

 

정말 매서운 날씨다. 아무리 물을 끼얹어도 생선은 금세 얼어 버려 생선장수의 손질은 더디기만 하다.

 

 

밥 때를 놓친 상인은 아예 작은 화로에 냄비를 얹어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 냄새에 한입 달라고 할 뻔했다.

 

 

시골에서 설날에 손주들에게 딱히 줄 수 있는 건 과자뿐, 그마저도 투박한 시골과자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차가운 손주의 발을 덥혀 줄 알록달록 양말을 고르는 할머니의 손은 고민이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메주는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겨우 한줄기 햇빛만을 위안삼아 데리고 갈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반나절이 지나도록 허탕이다.

 

 

기름집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고 추위에 쫓긴 장꾼들은 국밥집에 모여 소주잔을 기울인다.

 

 

골목 외진 곳에 겨우 자리 잡은 할머니는 춥기만 하다. 추운 손님들은 휑하니 지나치고 언 입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뜸한 골목 뒤쪽은 햇살마저 사라지고 그림자만 길게 누웠다.

 

 

아무리 고개를 내밀어도 그림자 긴 뒷골목에는 좀처럼 손님이 오지 않는다. 간혹 오가는 이들도 강추위에 냉큼 지나쳐 버린다.

 

 

미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 상인은 트럭 채 문을 열었다.

 

 

이곳 시골장에도 마트가 몇 곳 생겼다. 시장을 포위하듯 빙 둘러 있는 마트도 모자라 새로이 또 다른 마트가 들어설 모양이다.

 

 

이래저래 시장은 가난하고 비루하다.

 

 

넘치는 활기가 아니라면 그 강한 생명력이 어디에 있음이랴. 그저 내일이랑 사치일 뿐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일 뿐이다.

 

 

장어국밥 한 그릇을 든든히 먹고 시장으로 나오니 정오가 넘었다.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인도를 따라 걸었다. 소재지는 길게 늘어선 열촌이었다. 한참을 걷자 옛 반성역이 골목 끝으로 보였다. 펜션같이 생긴 저 간이역도 이제 옛 유물이 되어 버렸다.

 

 

터미널에 도착. 다시 신반성역으로 가야 했다.

 

 

시동을 켜지 않은 버스는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심이 가득한 창으로 햇살이 경계를 넘어서자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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