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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겨울의 진미 참꼬막이 왔어요! 벌교오일장

 

 

 

 

겨울 참꼬막이 왔어요! 벌교오일장

 

벌교, 남도의 겨울은 혹독하지 않았다. 유난히 매섭던 추위도 벌교에선 한풀 꺾이고 있었다. 작년에는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 벌교를 찾았었고 올해는 지난 12일에 다녀왔다. 벌교장은 4일과 9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다소 권위적이게 보이는 벌교역사 앞으로는 소읍치곤 제법 너른 광장이 있고 길 건너 인도는 이미 자리를 차지한 장사꾼과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 소읍은 남도의 외딴 곳에 뚝 떨어져 있음에도 궁벽하지 않다. 한창 잘 나갔던 시대의 옛 영화가 지금까지 골목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시장은 입구부터 부산스럽다. 단연 눈에 띄는 건 '꼬막'이다. 벌교하면 태백산맥, 꼬막을 떠올리는 건 당연지사... 근데 꼬막보다 더 많이 보이는 게 있다.

 

겨울 벌교장에선 그 유명한 꼬막뿐만 아니라 다래도 흔히 볼 수 있다.

 

다래다. 그것도 참다래. 시장 길목마다 그득 쌓인 다래는 꼬막의 명성을 갈아치울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다. 이 겨울에 참다래라. 작년 2월에 벌교를 찾았을 때도 그 어마어마한 다래 꾸러미에 놀라기는 했다.

 

 

벌교시장이라고 새긴 투박한 아치형 입구를 지나면 본격 벌교장이다.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벌교 매일시장 매달 안쪽 1일, 15일, 도로변 16, 30일 쉽니다'라고 큼직하게 글씨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장의 질서를 상인들 스스로 지켜가는 듯하다.

 

 

어물전이다. 어물전은 장터 한복판에 있으면서 벌교장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그 유명한 꼬막뿐만 아이라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고흥 굴이 벌교를 거쳐 간다. 시장에선 껍질 채 무더기로 쌓아둔 굴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여자만을 끼고 있는 벌교는 그만큼 풍성한 곳이다.

 

 

 

어물전에 처음 보는 생선이 있어 뭔가 했더니 상어란다. 상어새끼인데 날것 그대로다. 제사상에 올리기도 하는 상어는 그냥 조리해서 먹기도 하지만 대개 말려서 포를 뜬다.

 

 

시장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특이한 것은 두부다. 두부장수가 두부공장에서 곧장 나온 듯한 두부상자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모두부를 상자 채 이 집 저 집 배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는 부식가게에서 제법 잘 나가는 품목 중의 하나란다.

 

 

아무리 남도라 한들 시장 구석의 한기조차 이겨낼 수는 없었는지 상인들은 잠시 짬을 내어 모닥불로 모여든다. 시장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가게는 한산하고 이미 문 닫은 가게도 두서넛 보인다.

 

▲ 어떤 것이 참꼬막일까? 정답은 둘 다 새꼬막

 

자, 이쯤 되면 벌교의 명물, 꼬막이 나실 때다. 찬바람이 불면 참꼬막은 벌교의 겨울철 대표음식. 청정 갯벌에서 나는 참꼬막을 제일로 치는데, 특히 겨울의 참꼬막은 살도 차고 그 맛이 쫀득하기가 명품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꼬막은 흔히 개꼬막으로 불리는 새꼬막과 참꼬막, 피꼬막이 있다. 피꼬막은 크기가 워낙 커서 단번에 알 수 있지만 새꼬막과 참꼬막은 유심히 봐야 구별할 수 있다. 요즈음 벌교에서도 참꼬막 보기는 힘들단다. 시장에서도 열 꾸러미가 새꼬막이라면 참꼬막은 겨우 한 꾸러미 있을 정도로 귀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kg당 15000원에 판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반찬으로 먹는 꼬막은 새꼬막, 특히 양념해서 먹는 것은 전부 새꼬막이다. 벌교의 꼬막식당들에서도 꼬막정식을 주문하면 삶은 꼬막만 참꼬막이고 양념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등에는 거의 새꼬막을 쓴다. 가격이 비싸니 어쩔 수 없다. 양심적인 식당에선 미리 새꼬막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어떤 것이 참꼬막일까? 왼쪽 골이 얕고 촘촘한 것이 새꼬막, 오른쪽 골이 깊고 간격이 너른 것이 참꼬막이다.

 

 

 

 

 

▲ 어떤 것이 참꼬막일까? 이제 아시겠죠. 왼쪽이 참꼬막, 오른쪼깅 새꼬막(개꼬막)

 

참꼬막과 새꼬막을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새꼬막에 비해 참고막이 서너 배는 비싸니 차이를 알아두는 것도 좋을 터... 얼핏 보면 비슷하나 자세히 보면 참꼬막이 껍질이 두껍고 골의 간격이 더 넓고 깊은 편이다. 새꼬막은 껍질이 얇고 골이 얕으면서 골 간격이 촘촘하다. 맛은 아무래도 참꼬막이 살이 탱탱하여 쫄깃한 맛이 훨씬 좋다.

 

▲ 큰 것은 피꼬막, 나머지는 새꼬막

 

전국 참꼬막의 70%를 생산하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 갯벌, 그러나 최근에는 무분별한 남획과 서식환경의 악화로 생산량이 줄어들어 참꼬막이 귀해져 가격이 5배나 뛰기도 했다. 참꼬막이 ‘금꼬막’이 된 셈이다.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5배가량 더 생산됨에도 가격은 3분의 1가량이다.

 

 

시장 중간쯤 오니 작년에 먹었던 중국집이 보인다. 북적댔던 작년과는 달리 장날이 아니어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다. 이 집을 기억하는 건 아주 재미나는 메뉴 때문이다. 그 메뉴인즉 흔히 보는 짬뽕인데 이 집에선 '해물 짬뽕'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10여 가지나 된다.

 

 

메뉴판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열 가지나 되는 짬뽕들의 차이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얼큰이해물왕짬뽕, 거시기해물왕짬뽕, 특해물왕짬뽕, 모듬해물왕짬뽕... 메뉴를 고를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종업원을 불러 물었다. 설명을 하려던 종업원이 갑자기 말문이 막혔는지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밝은 미소로 의기양양하게 다가온 주인아주머니... 처음에는 잘 설명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헷갈려 한다. 본인도 원체 많은 짬뽕 이름을 정확히 구별하기가 힘겨웠던 모양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내어놓는 짬뽕을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짬뽕은 큰 대야에 꼬막과 홍합이 가득 들어 있었다. 꼬막은 물론 새꼬막, 한참을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아 꼬막 먹기는 결국 포기... 면을 먹기 시작하는데 이런! 국물과 면, 꼬막, 홍합이 맛이 따로 논다. 뭔가 어설프다.

 

 

짬뽕 한 그릇을 먹고 일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한다. "참 거시기 짬뽕, 맛 한 번 거시기 하네." 가게를 시작한 지는 2년째라는 주인...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맛이 깊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외지에서 왔다는데 마스크도 하고 나름 위생도 신경을 썼고 친절도 한 모습은 보기 좋았다. 메뉴를 조금 줄여서 맛을 좋게 하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말하고 시장으로 나왔다. 그것이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오늘은 그냥 중국집을 지나치기로 했다.

 

 

시장 골목이 끝날 즈음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 있었다. 국밥집. 역시나 <1박2일> 촬영지다. 값도 싸서 촬영 이후 장터 국밥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시장기가 온다. 벌교까지 왔으니, 아니 매번 오는 곳이지만 꼬막을 맛봐야 할 터, 그중 한 식당에 들렀다. 벌교를 열 번 넘게 다녀가서 꼬막을 먹어본 식당도 6군데가 넘는다. 

 

▲ <역전식당>의 꼬막정식

 

지금이야 벌교에서 어느 음식점을 가더라도 삶은 꼬막, 꼬막전, 꼬막무침, 양념꼬막이 메인으로 나온다. 그중에서 몇 번 갔었던 불친절하지만 맛은 있는 <역전식당>을 다시 찾았다. 작년 2월과 11월에는 꼬막정식을 먹었고 이번에는 짱뚱어탕도 같이 맛보았다.

 

▲ <국일식당>의 꼬막무침

 

피꼬막

 

작년에 들렀던 국일식당은 원래 40년 넘게 백반집으로 유명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꼬막정식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벌교 어디서고 꼬막정식이라는 이름의 특이한 음식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임권택 감독이 영화 <태백산맥>을 촬영할 때에 제작진과 함께 자주 밥을 먹으면서 소문이 나 유명세를 탄 식당이다. 여행자가 찾은 날에는 마침 참꼬막이 다 떨어져 새꼬막밖에 없다고 했다. 음식은 대체로 투박한 편이다.

 

꼬막으로 배를 채운 여행자, 태백산맥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걷기 시작했다.

 

▲ <국일식당>의 꼬막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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