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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힐링, 2013년 꼭 가봐야 할 한국의 바닷가 암자 11선

 

 

 

 

힐링, 2013년 꼭 찾아야 할 한국의 바닷가 암자 11선

 

지난 10년 동안,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무던히도 떠돌았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답을 구하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무엇인지, 길 위에서 어떤 삶들을 보았는지, 나 자신과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길에서 만난 숱한 사람들과 자연의 풍광들 속에서 여행자는 참여행의 의미를 하나씩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한 11곳의 암자도 결국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으며, 공교롭게도 그 풍광 또한 빼어난 곳들이다. 동해의 낙산사에서 남해의 보리암, 서해의 보문사까지 바다에 면해 있는 이 암자들은 절절한 구도의 심정이 아닌 찰나의 치유일지라도 누구나 꼭 한번은 찾아야 하는 곳들이다.

 


 

 

                 의상대

 

1. 노송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의상대와 홍련암-강원도 양양

흔히 우리나라의 4대 관음도량하면 여수 향일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 보문사 그리고 이곳 홍련암을 일컫는다. 홍련암 관음굴 가는 해안언덕에 있는 의상대는 신라시대의 고승 의상이 문무왕 16년인 676년에 낙산사를 창건할 때 좌선하였던 곳에 세운 정자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정자는 1925년에 만해 한용운이 낙산사에 머물 때 세운 것으로 전해지며 중간에 개축을 하였다.

 

명승 제27호인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소개된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동해 일출 경관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의상대와 홍련암 주변은 해안 절벽이 발달하여 다행히도 2005년의 낙산사 화재도 피했다.

 

             홍련암

 


 

             용궁사

 

2. 번잡하기 이를 데 없는 기도도량 해동용궁사-부산시 기장

검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동해안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는 용궁사는 고려 말 우왕 2년인 1376년에 나옹선사 혜근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사실 용궁사는 이 글에서 소개하는 다른 암자들과는 달리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부산이라는 대도시에 있다 보니 찾는 이도 많지만 무엇보다 소원 성취를 비는 기도도량이 되면서 사찰 곳곳에 놓인 복전함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만 더없이 넓은 푸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나옹선사의 티 없이 살라했던 시구가 저절로 떠오른다.

 

            용궁사

 


 

             보덕암과 용머리해안

 

3. 바다 위에 떨어진 연꽃 한 송이 연화도 보덕암-경남 통영

통영에서 뱃길로 40여 분을 달리면 연화도가 있다. 바다 위에 떨어진 연꽃 한 송이처럼 아름다운 섬이다. 통영8경에 당당히 속하는 용머리해안을 굳이 뽑지 않더라도 연화도는 뭇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연화도는 작은 섬이지만 연화사, 보덕암, 실리암 등 3개의 사찰과 암자가 있다. 이는 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사명대사가 남해 보리암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 사명당을 찾아 헤매던 보운, 보월, 보련 세 여승과 상봉하게 되었다. 이들은 이것을 불연의 인연이라 여기고 연화도 깃대봉 토굴 터에서 수도 정진하여 득도하였다고 한다. 후에 이 섬에서 도를 닦던 연화도사가 죽음에 이르러 앞바다에 수장해 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수장한 그 자리에 한 송이 연꽃이 피어올랐다 하여 ‘연화도’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보덕암에서 본 용머리해안

 


 

             문수암

 

4. 쪽빛 다도해의 빼어난 전망대 무이산 문수암-경남 고성

의상대사의 전설이 깃든 문수암은 전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이 일품이다. 사량도, 욕지도, 연화도... 남해 바다의 섬이란 섬은 이곳 문수암 앞마당에 다 모아 놓은 듯하다. 무이산의 수직병풍들이 암자를 둘러싸고 다도해의 점점 섬들이 암자의 앞마당을 이루고 있다.

 

무이산 정상에 오르면 남해안의 전망을 한눈에 시원스레 볼 수 있다. 무이산(武夷山)이라는 이름도 신라시대 화랑들이 경치 좋은 이곳에서 무예를 닦았다고 하여 붙여졌다. 산기슭마을 이름도 무도하는 모양이 신선 같다고 하여 무선리라 불린다.

 

            문수암 독성각에서 본 다도해 풍경

 


            똑딱이로 찍은 보리암

 

5. 돌 속에 묻힌 사랑 금산 보리암-경남 남해

'일점선도(一點仙島)' 신선의 섬이라 불리는 남해섬 벼랑 끝에 한 떨기 연꽃처럼 피어난 보리암. 석가세존이 돌배를 타고 쌍홍문을 지나 세존 바위를 뚫고 갔다는 전설이 있는 보리암은 해발 701미터인 금산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있다.

 

금산은 원래 보광산이라고 했는데 금산으로 산 이름이 바뀐 데는 이성계와 관련이 있다. 큰 뜻을 품은 이성계가 백두산과 지리산에 들어갔으나 산신이 받아 주지를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해 보광산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나서야 조선 왕조를 개창할 수 있었다. 이성계는 그 은혜를 보광산에 보답하고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신 산 이름을 비단 산으로 지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한 신하의 제안을 받아들여 금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이성복의 '남해 금산'

 

             쌍홍굴

 


             망운산 정상에서 본 망운암과 남해 일대

 

6. 바다와 섬, 구름 속 암자 망운산 망운암-경남 남해

망운암은 화방사의 부속암자로 고려시대 진각국사가 창건한 암자다. 아침에 남해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볼 수 있다. 망운암이 있는 망운산은 해발 768미터로 남해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금산의 유명세에 가려 외지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남해군민들은 이 산을 더 자주 찾는다고 한다. 봄이면 철쭉으로 바다 위의 산이 온통 붉은 화원이 된다. 남해에 비가 오지 않으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상주 앞바다 세존도에서 기우제를 지낸다. 망운산 정상에 서면 사면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어디를 봐도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경치가 일품이다. 멀리 지리산에서 여천공단, 여수, 삼천포, 강진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은 황홀하다. 붉은 석양이 지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땅이 바다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망운산 일몰

 


 

                                                향일암 석문

 

7.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창해의 암자 금오산 영구암(향일암)-전남 여수

아름다운 포구인 임포마을 해안길을 걸어가면 영구암에 이른다. 지금은 향일암으로 더 많이 부르지만 원래는 영구암이었다. 영구암으로 불린 연유는 암자가 들어선 자리의 지형에서 비롯되었다. 절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이 일대의 바위들에는 거북이 등의 줄무늬가 즐비하다.

 

암자가 들어선 자리는 거북이 등이고 암자 뒤의 바위들은 책 무더기에 해당하고 임포마을 쪽은 거북이 머리처럼 보인다. 이 형세는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바라보자'라는 뜻의 향일암이라 강제로 부르게 하여 널리 쓰였다고 한다. 또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해돋이가 장관이라 그렇게 불렸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영구암이라고 다시 부르는 게 지형상이나 역사적으로도 올바른 것이 아닌가 싶다. 영구암 앞은 섬이 많은 남해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망망대해다. 막힘없이 끝없이 펼쳐진 깊은 바다를 응시하고 있노라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절로 이르게 된다. 수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영구암은 일출뿐만 아니라 일몰 또한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향일암

 


 

            벼랑 끝에 세운 도솔암

 

8. 땅끝에서 만난 하늘끝 암자 달마산 도솔암-전남 해남

도솔암은 달마산 도솔봉에 있다. 송지면 소재지를 지나 미황사 가는 길로 접어들어 1km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미황사 가는 길을 버리고 우회전하면 마봉리이다. 마봉리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 도솔봉 중계소 탑을 보며 산길을 달리면 그 끝에 도솔암 간이 주차장이 있다. 여기에서 800m 정도 오붓한 산길을 걸어가면 도솔암에 이른다.

 

도솔암은 통일신라시대 말 당대의 고승 화엄조사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의상대사가 선택한 곳은 언제나 전망이 장쾌한 곳이다. 또한 의조화상이 미황사를 창건하기 전에 도솔암에서 수행 정진하였다고 한다. 이후 암자는 터만 남고 여러 차례에 걸쳐 암자를 복원하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다가 2002년에 오대산 월정사에 있던 법조스님이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곳 도솔암 터가 연속 3일간 꿈에 나타나 복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솔암의 앉은 자리도 예사롭지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법당이 들어선 자리가 너무나 절묘하다. 하늘 끝에 공중 정원처럼 매달린 암자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심마저 든다. 산꼭대기에 있으니 일출과 일몰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천혜의 공간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추노> 등 각종 촬영지가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솔암

 


 

            망해사

 

9. 고군산열도가 아스라이 펼쳐지는 망해사-전북 김제

'징게맹게 외배미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김제평야 들판의 끝에 망해사가 있다. 김제 만경 너른 들이 바다에 제자리를 내어주고 하늘과 작별하는 곳이 이곳 망해사다. 마지막 숨을 토하듯 바다 끝에 솟은 야트막한 야산 아래 절집은 자리하고 있다.

 

만경강 하류 진봉산 기슭에 서해를 바라보며 자리하고 있는 망해사는 백제 의자왕 2년인 642년에 부설거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산 위로는 낙조대가 있고 아래에 망해사가 있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망해사, 파도 소리를 듣을 수 있는 청조헌, 서해 바다를 보고 즐긴다는 낙서전 등 모두 바다와 관련된 전각들의 이름이 정감이 넘친다. 절 마당에 서면 멀리 고군산열도와 군산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망해사

 


 

            간월도 갯벌

 

10. 서해 낙조의 대명사 간월암-충남 서산

궁리포구에서 방조제를 타고 96번 지방도로로 길을 잡으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간월호가 더없이 펼쳐진다. 그 끝 바닷가 가운데에 간월도라는 섬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 간월암이 있다.

 

이성계의 왕사인 무학 대사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이라 하였다. 섬 이름도 후에 간월도라 하였다. 예전에는 간월암을 피안사로도 불렀다고 한다. 밀물 때에 물 위에 떠있는 한 송이 연꽃이나 한 척의 배와 비슷하다 하여 연화대 혹은 원통대라 부르기도 했다. 밀물 때에는 걸어 들어갈 수 없는 섬이지만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서 암자로 갈 수 있다.

 

            간월암

 


 

11. 섬에서 다시 섬으로 석모도 보문사-경기도 강화

일몰이 아름다운 석모도는 강화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석모도 가는 뱃머리에는 갈매기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날갯짓하며 섬까지 동행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3대 관음도량이자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도의 3대 고찰이다.

 

             석모도 가는 뱃길과 보문사 마애불좌상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