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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지리산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국사암 오솔길

 

 

 

 

 

 

지리산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국사암 오솔길

경남 하동 쌍계사 국사암 가는 길

 

쌍계사 팔상전 오르는 계단

 

하동 쌍계사 금당 옆 산길로 올라서면 불일폭포 가는 길이다. 처음엔 제법 가파르지만 한 십여 분 오르다 보면 길은 이내 평탄해진다. 이곳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곧장 가면 불이폭포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쌍계사 부속암자인 국사암 가는 길이다.

 

 

국사암 가는 길의 오솔길은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불과 300m 남짓의 짧은 길이지만 늘 푸름을 잃지 않는 산죽군락, 우람하게 우거진 소나무, 노랗게 빨갛게 물든 활엽수들이 길을 가득 메워 그 운치가 제법 넉넉하다.

 

 

지난 11월 3일, 아직 단풍은 일렀다. 지리산 단풍이 이맘때쯤 절정이라고들 했지만 이곳의 단풍은 사실 11월 중순이 넘어서야 제법 붉어진다. 낙엽이 두툼하게 쌓인 부드러운 오솔길을 걷노라면 가을은 이미 깊이 들어왔음을 절로 알게 된다.

 

국사암 오솔길은 300m 남짓 짧은 길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다. 11월 중순을 넘기면 붉은 단풍과 낙엽 쌓인 오솔길이 더욱 좋다. (2008년 11월 25일 무렵 사진)

 

 

아직 붉지 않은 오솔길을 걸어가니 산 능선에 먼저 도착한 일행이 돌탑과 어우러져 실루엣을 연출한다. 햇살이 강한 곳에서의 역광이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 색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도 아름답지만 형상만 드러내는 실루엣도 빛을 받으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영적이다. 어둠의 숲과 밝은 빛, 그 사이의 사람과 돌탑....

 

 

돌탑이 있는 능선에 서니 숲 사이로 국사암이 얼핏 보인다. 하늘을 향해 장대하게 뻗은 우거진 솔숲 가운데에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오솔길 위에 거의 눕다시피 서 있었다. 일주문을 대신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자연이 만든 문이다. 마침 보살님이 나무 아래를 지나가서 뒷모습을 얼른 담았다.

 

 

짧은 오솔길은 금세 끝이 났다. 암자 앞에 이르렀다. 소나무에 이어 거대한 느릅나무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한 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진감선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살아나 천년을 이어왔다는 사천왕수(四天王樹)다. 암자의 오랜 내력을 말해주고 있다.

 

▲ 천년이 넘었다는 사천왕수, 암자로 들어서는 돌층계가 앙증맞을 정도로 예쁘다.

 

느릅나무는 사천왕수라는 이름처럼 굵은 가지가 네 갈래로 뻗어 있다. 나무에는 커다란 생채기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여자의 은밀한 부분을 닮았다면 수군거렸다. 장대한 사천왕수에 넋을 빼다가도 시선은 자연 아래로 향한다. 돌층계가 너무나 앙증맞게 예쁘기 때문이다. 사뿐사뿐 돌층계를 오르면 작은 일주문 아래로 고개 숙여 암자로 들어서게 된다.

 

 

호젓한 앞뜰에서 암자로 들어서니 특이한 구조를 가진 법당이 눈에 들어온다. 명부전, 칠성전 등의 법당들이 ㄷ자 건물 아래 엮어져 있다. 명부전, 칠성각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민간신앙과 결부되어 온 한국적인 양식이다. 보통 사찰의 뒤에 위치하는 것이 상례인데, 여기서는 암자의 중심에 있다. 쌍계사의 존재를 생각하면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 국사암

 

국사암은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 스님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진감선사 혜소가 화개면에 이르러 나무기러기 세 마리를 만들어 날려 보내 절터를 알아보았는데, 한 마리는 화개면 운수리 목압마을에, 다른 한 마리는 국사암 터에, 또 다른 한 마리는 현재의 쌍계사 터에 앉았다고 한다.

 

사천왕수

 

혜소는 나무기러기가 앉은 곳에 쌍계사를 세웠으며, 삼법의 유지를 받들어 국사암을 중창하고 육조대사 혜능의 영당을 이 암자에 세웠다. 국사(國師)를 지낸 진감선사 혜소가 머물렀다 하여 암자의 본래 이름 대신 국사암이라 불렀다는 말이 전하고 있다.

 

 

법당에서 들어온 길을 돌아보니 퍽이나 정겹다. 단풍나무 한 그루, 석등. 기와 대문, 사천왕문, 멀리 솔숲까지 모든 것이 암자 그대로다. 법당 뒤의 굴뚝은 참 후리후리한 멋쟁이다. 얼핏 보면 탑의 모양을 본뜬 것 같기도 하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굴뚝이다. 계곡 옆에 바짝 붙은 해우소도 특이하다.

 

다시 갈림길로 나왔다. 불일폭포를 오르기 위해서다. 진감선사 부도가 있는 고대(高臺)를 먼저 볼 것인지, 불일폭포로 곧장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발은 이미 계곡을 건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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