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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남도 800리

구불구불했던 100년 경전선, 이제 추억 됐습니다

 

 

 

 

 

구불구불했던 100년 경전선, 이제 추억 됐습니다

[경전선 남도 800리 삶의 풍경⑨ 사라진 경전선 간이역을 찾아서

 

 원북역 S자 철길은 유명하다. 곡선으로 휘어진 옛 철길 뒤로 직선으로 반듯한 복선화된 철길이 보인다.

 

"이젠 장 보러 가기도 힘들어. 그나마 기차가 하루에 몇 번씩 오니께 장 보러 가기도 수월했는데... 이젠 꼼짝도 안 허구 집에만 있어야제."

지난 9월, 원북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기차가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아쉬워했다.

"잘 되았제. 잘 되았어."

지난 18일, 진주역 앞 역마 슈퍼마켓 아주머니의 말이다. 벌써 수십 년째 역 앞에서 장사를 해오던 아주머니는 못내 서운해 하면서도 기차역이 없어지는 걸 다행이라 했다.

"개인적으로는 서운하지만 워낙 열차 손님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요. 저 짝으로 옮겨가서 KTX도 들어오고 하면 잘 되겠지요. 인자, 장사도 접어야겠지만..."

 

경전선 100년의 역사는 추억 속으로...


 



▲  진주역

 

총길이 300.6km. 밀양시 경부선의 삼랑진역과 광주시 호남선의 송정역을 잇는 경전선은 구불구불한 S자 곡선 구간이 많아 느림과 낭만의 상징이었다. 삼랑진-마산 사이를 잇는 마산선, 마산-진주 사이를 잇는 진주선, 광주 송정-광주 사이를 잇는 광주선 및 진주-순천을 잇는 경전선 등이 합해진 이 철도에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한 철도라는 뜻이 담겨 두 도의 첫글자가 이름에 쓰였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은 바로 '경전선'이었다.

삼랑진-마산 구간은 1905년 5월 26일, 광주 송정-순천 구간은 1922년 7월 1일, 마산-진주 구간은 1923년 12월 1일, 진주-순천 구간은 1968년 2월 7일에 각각 개통돼 삼랑진-광주송정 구간이 완전히 개통했다.

삼량진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낙동강-한림정-진영-창원 중앙-창원-마산-중리-(산인)-함안-군북-원북-평촌-진주수목원-반성-진성-갈촌-남문산-개양-진주-(유수)-완사-(다솔사)-북천-양보-횡천-하동-진상-옥곡-(골약)-광양-순천-(원창)-(구룡)-벌교-조성-예당-득량-보성-광곡-명봉-이양-능주-화순-남평-효천-서광주-동송정을 거쳐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다.

지난 2010년에는 삼랑진 마산 구간이 복선전철화 됐고, 23일에는 복선으로 된 진주 마산 구간이 임시로 개통된다. 정식 개통은 KTX가 진주에 들어오는 12월 5일로 예정돼 있다.

경전선의 진주-마산 구간은 경전선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복선화로 마산-진주 간은 66.9km에서 43.9km로 17.6km 단축됐다. 이에 따라 열차운행 시간도 84분에서 42분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  지난 18일 마무리 공사 중인 새 반성역

 

구불구불했던 경전선 마산-진주 구간은 22일 부로 열차 운행이 끝났다. 23일부터 경전선 마산-진주 복선(비전철) 구간이 임시 개통되면서 이 구간의 14개 역 중 그대로 남는 마산역·중리역을 제외한 모두 12곳의 기차역이 옮겨졌거나 사라졌다.

옮긴 역으로는 진주역·반성역·군북역·함안역 등 4곳이며, 사라진역은 개양역·남문산역·갈촌역·진성역·진주수목원역·평촌역·원북역·(산인역) 등 8곳이다(산인역은 2007년 6월 1일부터 사실상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같이 폐역된다). 이제 마산-진주 구간의 역 수는 기존의 14개에서 절반도 되지 않는 마산-중리-함안-군북-반성-진주 등 6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반듯한 선로와 복선이 주는 편리함으로 구불구불 느릿느릿했던 옛 경전선의 아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지난 10월 18일과 13일, 그리고 9월에 두어 번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마산-진주 구간에 있는 역들을 둘러봤다. 대상은 옮겨지거나 사라지는 역으로 정했다.



남은 역, 옮겨지는 역 그리고 사라진 역

이번에 이사간 역들은 역무원이 있었고, 이용자가 그나마 많은 역들이다. 서부 경남의 중심도시에 있는 진주역을 비롯해 반성역·군북역·함안역 등 모두 네 곳이다. 이 역들은 상대적으로 주변 지역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오래전부터 오일장이 형성돼 있었다. 3일과 8일에 열리는 반성장, 4일과 9일에 열리는 군북장, 5일과 10일에 열리는 함안가야장이 그것이다. 예전부터 오일장이 형성돼 지금까지 번성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기차역도 자연 활성화된 것이다.

그에 비해 사라지는 역들은 모두 역무원이 없는 역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변변한 역사도 없이 승차권 발매도 기차 안에서 이뤄지는, 그야말로 한적한 간이역들이었다.

 

▲  진주역 지난 18일 마지막 소풍을 떠나는 어린이들

 

[①진주역(이설)] 진주역은 1923년 12월 1일 삼랑진 진주 간 철로가 개통되면서 1925년 8월 1일부터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56년 12월 30일 현재의 역사를 신축했다. 1968년 2월 7일에 진주-순천 간 철로가 개통되면서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70년 4월 1일에는 진주에서 서울 가는 기차가 처음 운행됐고, 1993년 3월 1일에는 서울-진주 간 새마을호가 운행됐다. 23일 경전선 마산역과 진주역의 복선(비전철) 구간이 임시 개통되면서 경상대학교 인근의 가좌동으로 이전했다. KTX도 2012년 12월 5일부터 운행될 예정이다. 진주역 안에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202호로 지정돼 있는 '차량정비고'가 있다.

 

 ▲  진주역

 

 ▲  개양역

 

[②개양역(폐역)] 개양역은 과거 진삼선(진주-삼천포)의 분기역으로, 흔히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나왔다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 진삼선 시절에는 비료 및 양회, 삼천포의 해산물을 수송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단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목조 건물이 있었으나 헐렸고, 대신 신축역사가 2006년에 들어서 무인역으로 운영되다 이번에 폐역이 됐다.


 

 ▲  개양역

 

▲  남문산역

 

[③ 남문산역(폐역)] 남문산역은 진주시 문산읍에 있는 역인데, 경의선의 문산역과 이름이 겹쳐 남쪽의 문산역이라는 뜻으로 '남문산역'이라 했다.

 

▲  남문산역

 

▲  남문산역

 

 ▲  갈촌역

 

[④ 갈촌역(폐역)] 갈촌역은 처음부터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 간이역으로 운행되다 1970년 승객이 늘어나자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그러다가 다시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남게 됐다.

 

 ▲  진성역

 

[⑤ 진성역(폐역)] 진성역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시작했다. 기차를 타는 승강장이 곡선이라는 점이 특이하며, 1면 1선의 역이다. 반성역과는 원격통화장치가 갖춰져 있었다.


 

▲  진성역

 

▲  진성역

 

 ▲  반성역

 

[⑥ 반성역(이설)] 반성역은 펜션 건물 같은 역사가 인상적인데, 이번에 이설했다. 현재의 위치에서 서쪽으로 약 2km가량 떨어진 지점으로 역사를 이전했다. 진주수목원역이 있기 전에는 수목원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자주 이용했다.

 

 ▲  반성역

 

 ▲  진주수목원역

 

[⑦ 진주수목원역(폐역)] 진주수목원역은 조금 특이한 이력이 있는데, 다른 역과는 달리 2007년 10월 19일 뒤늦게 영업을 시작했다. 인근에 있는 도립 경상남도수목원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임시 승강장의 형태로 영업을 했으나 역시 이번에 폐역이 됐다.

 

▲  진주수목원역

 

▲ 평촌역

 

[⑧ 평촌역(폐역)] 평촌역은 진주시 이반성면에 있으며 이름 그대로 너른 들판에 들어서 있다가 이번에 사라졌다.

 

▲ 평촌역

 

 ▲ 원북역

 

[⑨ 원북역(폐역)] 원북역은 가장 매력적인 기차역 중 하나로 흔히 '철도여행자의 순례지'로 통한다. 이곳은 봄이면 철도여행자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를 뚫고 기차가 S자로 휘어진 철길을 느릿하게 들어온다. 그 풍경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곡선과 느림을 상징하는 경전선의 대표적인 장면은 이 역에서 연출된다.

원래 원북역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계획으로 설립된 역이 아니라 원북리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열게 된 역이었다. 역사 벽면에는 이 마을 출신인 박계도(朴季道)라는 사람이 역 건물을 기증했다는 명판이 붙어 있다.


 

 ▲ 원북역 채미정

 

 ▲ 원북역 S자 철길

 

 ▲ 군북역

 

[⑩ 군북역(이설)] 군북역은 함안군 군북면에 있는 경전선의 철도역으로 서울 가는 기차가 정차할 정도로 면 단위의 기차역치곤 활성화돼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살아남아 예전의 위치에서 1km가량 남쪽으로 이전됐다.

 

 ▲ 군북역

 

▲ 군북역

 

 

 

 ▲ 함안역

 

[⑪ 함안역(이설)] 함안역은 함안군 가야읍에 있는 경전선 철도역이다. 가야시장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로 위를 기차가 들어서는 특이한 풍경을 간직했다. 지금의 위치에서 함안면으로 역사를 옮긴다. 현재 지역주민들이 KTX 함안역 정차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⑫ 산인역(폐역)] 산인역은 2007년 6월 1일부터 사실상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같이 폐역이 됐다.

 

▲ 함안역

 

 ▲ 복선 교량 공사

 

 ▲ 복선 공사

 

 ▲ 중리역

 

[⑬ 중리역(유지)] 중리역은 창원시 내서읍에 있는 경전선의 철도로 인구 7만3000명가량의 내서택지지구가 근처에 있으나 서울·대구 방면의 열차 편수가 왕복 2회에 불과해 열차 이용객이 인구 수에 비해 적은 편이다.

 

▲ 마산역

 

[⑭ 마산역(유지)] 마산역은 1905년 4월 1일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77년 마산역·구마산역·북마산역을 통합해 역사를 신축했으며 2010년 12월 KTX의 운행도 개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05년에 처음 열차가 운행돼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실어 나른 경전선 진주-마산 구간의 역들이 사라진 것을 추억하며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이벤트를 연다고 한다.



그 이름은 '고마웠습니다! Good Bye 경전선 추억의 이벤트'. 이 행사는 진주-마산 구간의 역들 중 옮겼거나 영업을 멈춰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을 기념하기 위해서 열린다. 기차여행 공식 페이스북의 이벤트 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임시 개통일인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흘 동안 이설 및 영업 정지역 인증샷 올리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 경전선 마지막 밤기차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